신주쿠(新宿)를 가지 전부터 우리
이미 결정을 했었다.
장례 답례품으로 뭘 살 것이며
몇 분에게 드릴 건지도 사전에
얘기를 다 끝낸 상태였다.
한국도 그러겠지만 일본은 장례식에
조문을 오시거나 조의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코덴카이시(香典返し)의 답례품을
돌려드린다.
지난 4월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가족들이 깨달음에게 조의금을 보냈는데
그 답례는 한국에 직접 가서 하려고
6월에 비행기를 예약했었는데
그게 결항이 되는 바람에 가질 못하고
각자 소포로 보내드렸었다.
지난달,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구들이
조의금을 보내주었다.
일 년에 두 번이나 몇 달 간격으로 조의를
표해준 분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이번에는 다른 답례품을 준비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장례 답례품은
단연 녹차가 가장 인기가 많고 다음으로는
김이나 오차쯔케(お茶漬け)세트이다.
녹차 대신 다들 커피를 좋아하니 커피를
할까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조금 더
실용적인 게 낫지 않을까 싶어
타올로 결정했다.
백화점에 도착해 몇 군데 돌아보고
깨달음과 색도 보고 질감도 체크해 골랐다.
화려하지 않고 문양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선택해 포장을 부탁드렸다.
수건에 맞는 박스를 골라 하나씩
곱게 접어 포장을 하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린다길래 우린 터벅터벅 코리아타운
쪽으로 걸으며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답례품에 간단한 편지 같은 것도
넣던데 당신도 뭐라고 몇 자 적을 거야? ]
[ 음,,, 그냥 난 직접 말할래 ]
[ 그래.. 그럼 그렇게 해..]
[ 이번에는 비행기 문제없이 뜨겠지?]
[ 모르겠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아직
가족들에겐 간다는 말 안 했어 ]
[ 일단,, 다음 주 지나서 확인되면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 ]
[ 나도 그럴 생각이야 ]
특별히 살 건 없었는데 어슬렁어슬렁
한국 슈퍼를 둘러보다 깨달음이 막걸리를
넣으며 이번 추석에 마시잔다.
백화점 쪽으로 다시 걸어 올라가
근처 커피숍에서 포장이 다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 한국 갈 때 커피를 좀 사 갈까? ]
[ 왜? ]
[ 그냥,타월만 하는 게 좀 약한 거 같아서 ]
[ 아니야,, 충분해..]
[ 여기서는 대략 받은 조의금의 삼분의 일을
답례품으로 돌려주는 경우가
보통인데 한국은 어때? ]
[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한국은
어떻게 하는지... 많이 내신 분에게는
따라 감사를 표하겠지,,, 한국도,,]
[ 가족들이 너무 조의금을 많이 주셔서..
그것도 몇 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어떻게 돌려드려야할지 모르겠어..]
고민하지 말라고 충분히 당신 마음 알 거라고
했더니 한국에 가서 한 분 한 분께
자신의 심경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답례품도 이렇게
준비를 했으니 이번에는 별 탈 없이,
무사히 한국에 갔으면 좋겠다는 깨달음.
예전 같으면 한국에 가서 뭘 먹을 건지
먹방 리스트를 적느라 정신이 없을텐데
이번 한국행은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갈 것 같다. 그나저나 무사히
저 답례품을 전할 수 있게
한국에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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