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일을 가끔한다.
내 전공과 다른 분야의 통역을 할때면
미리 해야할 공부가 꽤 많다.
원래 통역전문이 아닌지라 낯선 단어들,
구어표현을 자연스럽게 동시통역 해야하기에
세미나의 내용파악과 참가자, 그리고
현장에서의 상황과 분위기에 따른 적당한
필터링을 요하기에 신경을 써야한다.
하지만, 오늘은 아주 급하게 받은 일이다보니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못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일본측 관계자분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
미용관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여서인지
상당히 멋스러웠고 한국의 피부케어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내게 어떤식의
관리를 하는지, 내가 사용중인 화장품과
피부케어 추천상품에 관한 질문을
하셨지만 미용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를 해드렸다.
내 오른편에 앉은 스즈끼 상은 미용실을
운영하며 한국에는 계절마다 한번씩 가서
10일정도의 장기 투숙을 한다고 했다.
한국어를 특별히 공부하진 않았지만
아주 기본적인 한국어는 별 어려움없이
구사할 수 있으며 갈 때마다 새로운 한국어
단어와 문장을 외울 수 있어 그것 역시도
하나의 즐거움이라했다.
강남에 있는 모성형외과 원장님과도
친하다는 얘길 살짝 귀뜸해 주셨다.
우리가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
다른 분들이 좌석을 좀 붙히자는 제의를 하셨고
모두 12명의 미용관계사와 다시
건배를 하며 대화가 시작됐다.
오늘 내게 통역을 맡기게 된 이유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을 해주셨다.
한국의 미용기술과 케어방법이 대단하다는
칭찬과 피부가 좋은 이유는 김치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덕분이라 생각한다며
모두 한결같은 소릴했다.
그러다가 다카하시라는 분이
한국에 대해 나름 공부를 했다면 자기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이미지를 말했다.
[ 내가 아는 한국분들은 희노애락의
표현이 확실한 것 같아요, 또 자신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것 같고,,.
그리고 일본인에 비해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는 경향이 있어 어떤 면에서는
상대의 기분을 알기 쉬워서 편하더라구요 ]
내가 한국에 대해 어떤 공부를 했는지 물었다.
인류학을 전공했던 다카하시상은 특히 한국의
문화적인 측면에서 인간관찰을 했다며
독자적인 자신의 공부법을 얘기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니시오카 상은 영어를 잘해서
부럽다며 한국은 새 것, 새 문화의
수용과 적응이 아주 빠른 것 같다고 했다.
한류드라마를 좋아하는 스즈끼 상은
한국 사람들은 멋쟁이가 많고
아직까지도 가족간의 사랑이
넘쳐나는 게 부럽다고 했다.
요시나가 상은 일본인에게 배타적인 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직접 일을
같이 해보니(미용기구를 판매)
사업적으로 좋은 파트너라고 했다.
이 외에도 한국 음식과 남대문시장에
관한 얘기들을 나눴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늘 세미나 주체자 분이
나와 같은 전철을 타게 되었다.
그는 내게 왜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지 물었고
블로그를 한다고 했더니 블로그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 정 상, 급하게 부탁드린 일이였는데
이렇게 맡아 주셔서 고마웠어요 ]
[ 아니에요..공부를 좀 더 했어야했는데
좀 부족한 것 같아 죄송했어요 ]
[ 아니에요, 역시 한국인은 어려운 상황이나
난처한 경우를 보면 그냥 안 지나치고
도와준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아요,
정말 오늘 정 상 아니였으면
제가 큰일 날 뻔 했거든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뵙자는 인사를
하고 난 먼저 전철에서 내렸다.
지금껏 이곳에 살아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일본인들은 각자 나름에 한국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좋게 보는 사람이 있으면 나쁘게 보는 사람이
당연히 있고, 다양한 생각들로 한국과
한국인을 접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이미지를
10가지로 종합해보면 이런 모습들이였다.
1. 의견을 확실히 말한다.
싫고 좋음, 예스와 노를 확실히 말하는 경향이
있어 자신의 생각을 스트레이트로 전달해서
군더더기가 없는 반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하고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2. 감정이 얼굴에 바로 나타난다.
희노애락의 감정표현이 바로 얼굴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상태가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이 된다.
감정을 속이는 게 서툴어 자기 감정에솔직한 편이다.
어릴적부터 주변과 경쟁하다보니
남이 날 어떻게 평가하고 지켜보는지 상당히
신경을 쓴다.
4. 헝그리 정신이 있다.
공부, 스포츠 등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
많아 타인보다 앞서려는 욕심이 강해
끈기있게 끝까지 무언가를 쟁취하려한다.
승부욕이 강해 특히 한일간의 경기에서는
모든 정열을 다 쏟는다.
5. 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다.
미의식이 높아 패션에 관심이 많고
센스가 있어 옷을 아주 잘 입는다.
6. 상하관계가 확실하다.
나이, 지위의 상하관계를 중시하며
기본적으로 윗사람에게는 절대적인 면이있다.
7. 애국심이 강하다.
자신의 나라에 애정과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어 대한민국을 칭할 때도
[ 우리나라]라고 말한다.
8. 성형에 관한 편견이 없다.
성형에 관한 편견이 적어 취직 전에
성형을 하거나 부모님이 성형수술을
선물로 하기도 하며 일본처럼 성형한 사실을
감추거나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이 비교적 적다.
9.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
가족간의 연대관계가 짙고
서로 도와주며 의지한다.
10. 스킨쉽을 좋아한다.
일본인에 비해 스킨쉽을 좋아하며 특히
여성들에게 자주 볼 수 있다.
동성끼리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친하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 외에 성격이 급하다.
팔다리, 키가 크고 피부가 희다.
한국 남자는 매너가 좋고 한국 여자들은
이쁘다. 술을 잘 마신다라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일본인에 관해 굳어져있는 이미지가
있듯이 이들도 한국인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분야의 분들과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모두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지만 불편한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기에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고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가 싶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다.
한국과 일본은 실제로 서로 관심도 많고
좋아하면서도 거부하려는 아주 묘한 관계라고,
난,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하고 있다.
싫으면서도 좋고,,좋으면서도 싫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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