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일본 신입사원이 보낸 사죄편지

by 일본의 케이 2015.02.02

 어제 아침, 내 책상에 놓여있던 도면과 작은 소품.

이사할 맨션에 가구 배치를 나보고 직접 해보라고

깨달음이 실물 사이즈를 축소한 미니츄어들을 만들어 놓은 것이였다.

저녁엔 계약날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남기고 출근을 했었다.

김치 냉장고, 더블침대, 장농, 책장등등 사이즈까지 쓰여진 작은 종이 모형이 잘라져 있었다.

큰 방, 작은 방에 몇 개 가구들을 놓아 보다가 나도 외출을 했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깨달음에게서 전화가 왔다.

상대편 부동산측에서 집을 팔지 않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이해가 안 되서 차분히 설명을 해달라고 했더니

집주인이 마음이 변한 것 같다고, 집을 팔 수도 있고 안 팔수도 있다는 말을 꺼냈단다.

[ ............................ ]

그래서 지금 대출은행에서 크레임 전화를 그 쪽 부동산측에 넣고 있으며

우리쪽 부동산측에서도 무슨 소리른 하는 거냐고 담당자와 미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머릿속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길래 알겠다고 일단 집에서 다시 얘기하자고 전화를 끊고

우리 서로 각자의 하던 일을 서둘러 중단하고 집으로 향하며 그동안 일들을 거꾸로 되돌려 보았다.

이사할 집을 보고 마음에 들어 먼저 그 집을 사겠다는 가계약서를 작성 했었고,,,

 집주인이 대출이 확정되야만이 계약을 하겠다고 하길래

 3개월전에 대출심사에서 통과된 금액을 인증서로 첨부를 했다.

왜냐면 대출심사 기간이 2주정도 걸리는데 그 동안에 다른 사람이 그 집을 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대출심사기간에 기다려 달라는 의미로 첨부를 한다고 그랬는데도

확실히 대출이 확정되지 않으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대출은행에서도 집주인 요망에 맞춰 서류심사를 3일 앞당겨 대출을 통과시켜 주었고

그렇게 대출 확정을 받고 계약을 하려고 하니까

집을 안 팔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지.....

 

집에 도착을 해 일단 따끈한 차를 한 잔 마셨다.

불쾌한 기분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눈을 감고 차를 마셨다.

깨달음이 집에 도착한 건 내 머그컵의 홍차가 바닥을 보일 무렵이였다. 

자리에 앉기도 전인데 전화가 계속해서 빗발쳤다.

전화통화가 끝나고 우린 둘이서 차분히 얘기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우리들이 내린 결론을 각 부동산측, 그리고 대출은행에 통보를 했다.

다음날, 깨달음은 각 부동산에 가서 진상규명및 원인, 그리고 사태정리를 했고

난 대출은행에 찾아가 죄송하다는 말을 거짓말 보태서 1,000번은 하고 나왔다.

입구에서부터 은행문을 나올 때까지 정말 1,000번을 했던 것 같다.

일부러 대출심사 기간도 단축시켜 주셨는데 너무 죄송해서,,,  

다음날 아침 우리 부동산측 담당자에게서 온 사죄의 편지..

 

깊게 반성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으니 너그럽게 용서해달라는 내용이였다.

실은 자기도 상대 부동산측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자기의 과실이 있었다고 죄송하다는 사과 글,,. 

구마모토 출신에 동경생활2년을 맞이한다는 24살의 사토(가명)군.

몇 달동안 우리에게 집을 소개하면서 자기 얘기를 조금씩 했었다. (깨달음이 꼬치꼬치 많이 물어 봤음)

혼자 자취하는데 시골에서 어머님이 이것저것 보내주신다는 얘기도 했었고 

동경은 늘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곳이라는 얘기도 했었다.

빵집에서 메론빵을 사 사토군에게 하나 건네주자 겸연쩍게 받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던 사토군.

 

편지를 읽는데 왠지 짠한 생각도 좀 든다고 그랬더니

그렇지 않아도 어제 깨달음이 사무실에 찾아 갔을 때,

상사에게 엄청나게 야단맞고 있던 중이더라고

손해배상 청구해도 되는 사건인데 사회 초년생의 실수니까 간략하게 충고만 했단다.

사토군 잘못은 그렇게 없지 않냐고 그랬더니

상대 부동산측에서 사토군을 얕잡아 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있고

아직 어리고 신인이여서 추궁해야할 부분들을 파악하지 못한 게 사토군이 잘못한 점이란다.

 제일 나쁜 건, 대출심사까지 다 하게 하고 대출이 되니까

안 팔겠다는 그 집주인이지만 그런 집주인의 심경변화를 일이 진행되기 전에

미리 알려주지 않은 상대 부동산측이 70%나쁘고

 30%는 그걸 철저하게 파악하지 못한 우리쪽 부동산측도 과실이 있으니 야단을 맞는 게 당연하단다.

 

그간에 있었던 상대 부동산측의 태도와 집주인의 심경변화를

하나 하나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속이 상하다고 그랬더니

그래도 당행인게 우리가 집이 없었다면 정말 고소라도 해서

어떻게든 이사를 하네 마네 했을텐데

이 집도 있고, 한국에도 집이 있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냐고

그 집하고 인연이 아니였다 생각하고 잊어버리잔다. 

깨달음에게 내 책상에 놓여있던 도면과 미니츄어들을 돌려 주면서

바(BAR)같은 집이 컨셉이네, 집들이를 하네 마네,,,

http://keijapan.tistory.com/625 (관련 글- 집처럼 편한 바)

김칫국을 너무 마셔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그랬더니 

아주 해맑은 얼굴을 하고 날 쳐다보면서

 그냥 우리 한국에서 살아라는 운명인 것 같은데 한국으로 갈까?라고 물었다.

[ ......................... ] 

도대체 이 남자의 포지티브 발상은 어디에서 오는건지 궁금해질 정도이다.

갤러리든 바(BAR)든 한국에서 하라는 뜻인지 모르니까

교회에 갈 때마다 기도하면서 예수사마에게 물어보란다.

어이가 없어 빤히 쳐다봤더니

두 손을 모으고 한국말로 [예수사마, 한국 가요? ]란다. 

[ ......................... ] 

그렇게 우린 또 이사를 못하고,,,, 다시 집 찾기를 해야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정말, 그냥 한국 가서 살아라는 뜻인가,,,자꾸 마음이 흔들린다.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46

    이전 댓글 더보기
  • 그린스무디 2015.02.02 22:01 신고

    웰 컴 투 코리아 ~! 케이님, 깨달음님!

    어떤 선택이든 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거라 믿습니다.

    전 지금 smap 비스트로 보려고 기다리는 중인데
    영상 어쩜 잘리네요 ㅠㅠㅠㅠㅠㅠ 으앙
    뭐든 볼 수 있는 일본에 계신 케이님이 부러워지는 순간!
    답글

  • 민들레 2015.02.02 23:34

    어째 이런일이..
    더 좋은 집으로 가기위해 이런일 생겼다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답글

  • 2015.02.02 23:36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깜짝 2015.02.03 02:37

    집처럼 편한 바를 갖추어 친구들과 한국음식을 나누며 집들이를 하려던 인심 좋은 케이님 부부의 꿈을 잠시 보류해야는군요 ㅠㅠ
    아쉬움 안타까움 속상함이 클 텐데도 사토군의 맘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케이님 내외, 누구나 다달을 수 없는 사람내음...겨울밤이 훈훈해집니다
    더 멋진 인연이 닿는 집이 꼭 나타나겠지요~~♡♡♡
    답글

  • 위천 2015.02.03 11:00

    모든 일에는 인연이라는게 있는데 그 집과는 인연이 닿지 안았던 것이지요
    더 좋은 곳이 있어서 그 곳과 인연을 맺게 하려는 것으로 생각되네요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고 다시 차근차근 찾아 보면 분명 더 좋은 곳이 있을 겁니다
    답글

  • 새벽달 2015.02.03 11:13

    마지막이 어그러져서 속상하셨겠어요.
    두분께 더 좋은집이 나타나려고 그러나봅니다 :)
    답글

  • 흑표 2015.02.03 16:57

    오히려 이일이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답글

  • 초밥냥 2015.02.03 20:57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ㅠㅠ
    답글

  • 남무 2015.02.03 23:44

    집주인도 참...
    깨달음님의 긍정에너지 저도 놀랍네요
    더불어 사회초년생에게 보여주신 포용력도..^^
    답글

  • 도플파란 2015.02.04 12:18 신고

    속상하시겠어요 ㅠㅠ 하지만 어딘가에 안식처는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현재 거주하는 곳을 리모델링하시면 어떨까여 그냥 제 생각입니다.ㅡ..ㅡ
    답글

  • 레몬구리 2015.02.04 16:25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답글

  • 레몬구리 2015.02.04 16:25

    오랜만에 들렀더니.. 글이 많아요 안녕하세요 케이님~~~
    전세살이라 집구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데... 맘에 드는 집을 겨우 만났는데 이렇게 되다니.. 힘내세요
    깨달음님이 옆에 있으시니 참 든든하시겠어여 저도 깨달음님 같은분 만나고 싶어요( 얘기가 산으로 가네요 ㅜ)
    답글

  • 이지은 2015.02.07 01:33

    일본이나 한국이나 어느 곳에서든 집문제는 참 쉬이 해결되는 법이 없는것 같아요. 맘에 드는 집 찾기까지 오랜시간 걸렸던 것을 블로그를 통해 봐왔던지라 제가 다 아쉬운 맘이 드네요ㅠ.ㅠ 이미 벌어진 상황이니 깨달음님 말처럼 인연이 아니었구나하고 넘 속상해하시지 않길 바래요~
    답글

  • 2015.02.09 09:01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나르사스 2015.02.09 12:08 신고

    한국에서도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죠... 가계약하고 대출 받았더니 안 판다는...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계시니 잘 풀릴겁니다!!
    답글

  • 하종아빠 2015.02.09 12:33

    넓으신 마음 귀합니다. 우리의 발걸음을 주님이 인도하십니다.그리고 부럽습니다 집이 있으셔서요~
    답글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신생블로그 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답글

  • 2015.02.09 22:30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57357356 2015.02.10 00:33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답글

  •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