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
특별한 날은 아니였다.
그냥, 이 꽃장식을 보니 어머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 샀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번 신정 때 시댁에 가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려서 샀다.
그리고 백화점에 들러 봄 마후라를 샀다.
시아버지, 시어머님, 그리고 친정엄마 것까지...
우린 뭔가를 살 땐 꼭 이렇게 3개씩 산다.
전화도 자주 하는 걸 불편해 하시는 시부모님이여서
거의 전화를 하지 않는데 오늘은 겸사겸사 전화를 드렸다.
반갑게 받아 주시는 우리 어머님..
지난 1월 신정 때 전화드리고 3개월만이다.
깨달음이 지난주 오사카 출장 갔을 때 같이 가서
어머님께 잠깐 들릴려고 했는데 내 스케쥴이 맞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자
괜찮다고 일이 우선이니 일부러 올려고 말라시며
집 구하기는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물으셨다.
다시 찾고 있다고 지금 진행상황을 차분히 말씀 드렸더니
옆에서 아버님이 뭐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잠시, 아버님이랑 몇 말씀 나누시는 것 같더니
[ 케이짱, 오늘도 우린 아버지랑 진자(신사)에 갔다 왔단다... ]라고 하셨다.
왜 가셨냐고 무슨 행사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냥 기도하러 다녀오셨다며
지난 달, 우리가 집 계약이 파기 된 걸 알고 두 분이서
매일 집 근처 진자에 가서 우리 부부를 위해 기도하신단다.
이번엔 무사히 새 집이 구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어제도 갔어야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가고 오늘은 갔다 오셨다며
여기서 이렇게 무사하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으니까
걱정말라는 말씀도 하셨단다.
[ ...................... ]
(지난 번 우리를 배웅 하시던 시어머니)
우리 시아버님,, 90세를 넘은 나이에
다리가 불편해서 근처 슈퍼 가실 때도 지팡이 없이는 못 가시는 아버님이
걸어서 15분거리를 다녀오셨다니....
어머님도 쇼핑카트를 밀고 다니셔야만 하는데...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난 아무말을 못하고 잠시 침묵으로 대신하다가
좋은 소식 있을 거라고 이젠 그만 가셔도 된다고 그러자
아니라고 우리 부부가 새 집 찾을 때까지
아버님이랑 가자고 약속했다고 하시며
끝까지 말 할 생각이 없었는데 아버님이 옆에서
잘 될 거라고 꼭 얘기하라고 하시는 바람에 말한 거라신다.
[ ...................... ]
그리고 지난 2월 말에도 우리가 한국 다녀와서 친정엄마가 건네주신
영광굴비가 너무 맛있었다고
늘 받기만 해서 죄송하니까 뭔가를 보내드리고 싶은데
뭐가 좋겠냐고 물으셨다.
난 그 질문에도 바로 대답을 못 드리고 화제를 다시 바꿨다.
이사하면 저희가 꼭 집에 모시겠다고, 그러니 늘 건강 유지하시라고 하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있는데
아버님 요실금이 심각해서 장시간 외출을 못하니까
괜찮다시며 이사하게 되면 다음에 내려 올 때
사진 한 장 찍어 보여 달라신다.
그리고 집이 결정되면 귀찮더라고 사양하지 말고
뭐가 필요한지 꼭 말해주라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으니
불편하게 생각치말고 얘기하라고 몇 번 다짐케 하셨다.
알겠다고,,, 꼭 말씀 드릴테니까
아무쪼록 건강하시라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옆에서 또 아버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케이짱, 깨달음이랑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
깨달음이 속 상하게 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전화해~]
[ ............................. ]
아버님은 우리 부부가 작년에 크게 싸워서 위태로웠던 걸 알고 계신다.
그래서인지 우릴 보실 때마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씀을 꼭 해주셨다.
슬하에 딸이 없어 내가 딸 같다며 많이 예뻐해 주시는 우리 시부모님...
불편한 몸으로 매일 진자(신사)에 가서 기도 하시는
시부모님 마음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늘 부끄럽고 죄송스런 마음이 들게 하시는 두 분,,.....
내일은 아버님 요실금 팬티도 몇 장 사서 함께 보내드려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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