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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일본 아저씨

by 일본의 케이 201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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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선배와 뒤늦은 신년회를 하기로 했다.

깨달음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주셨던 그 선배님..

신년회라 하기에는 너무도 멀리 와버린 3월의 중턱이지만

그냥 그런 명목으로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코리아타운의 짜장면집이였다.

미팅이 길어진 깨달음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고

선배, 나, 그리고 후배, 3명이서 먼저 막걸리로

건배를 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새해 인사를 나눴다.

 

군만두와 탕수육이 먼저 나오고

20분 늦게 도착한 깨달음과 다시 건배를 했다.

오랜만에 먹어서 너무 맛있다며 탕수육이 원래 비싼 음식 아니였냐고 선배가 물었다.

30년 전무렵, 한국의 중화요리집에 갔을 때

군만두를 시켜먹는 자기 옆 테이블에서

번쩍번쩍한 금시계를 찬 아저씨 둘이서 탕수육을 맛있게 먹는장면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30년,40년전의 한국모습들을 얘기하셨다.

듣고 있던 깨달음이 요즘은 집에서도 흔히 배달시켜 먹는다고

만두와 콜라도 무료로 딸려 온다면서 아는척을 했다.

주문한 면들이 나오고 둘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나무 젓가락을 벌려

양손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둘은 한국음식, 한국문화에 능통하다.

 

명동지하도에서는 늘 뽕짝이 흘러나왔고

여기저기서 카세트 테이프 판매상들이 지나가는 손님들을

잡는 호객행위도 많았다며 자기 가게에 들어오라고

 주인들이 손짓하는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하셨다.

포장마차에서 홍합국에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면 추운 밤바람과 함께

이국적인 서울밤을 느낄 수 있었단다.

여름이면 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아저씨들이 많았고

소주를 병채 마시는 아저씨들도 자주 봤다는 얘기.....

깨달음보다 훨씬 깊은 한국을 알고 있는 선배 얘기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그렇게 1차 짜장면집에서의 맛있는 시간을 보내고

2차로 간 곳은 우리의 단골집 신짱으로 향했다.

인기가 많아서인지 기다리는 분들이 계셨고 우리도 이름을 적고 기다리는 동안

앞 가게에 있는 메뉴들을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했다.

세 명이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누가 누군지 구분이 가질 않았지만

기다리는 시간내내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부대찌개는 햄이 많이 들어가야 맛있네, 족발은 뼈에 붙은 근육이 맛있네...

계란찜이 왜 이리 비싸냐,,, 오징어볶음이 맛있게 보인다.

삼계탕을 먹으면 정말 정력이 좋아지냐?

여수에서 먹은 간장게장이 최고로 맛있다.

나 좀 데리고 가라. 아니다 주문하면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다..,,

참,,,영양가 없는 소리들을 해가면서  30분후에야 가게 안에 들어갔다.

 

다시, 두 번째 건배를 하고 깨달음이 바로 타블렛을 꺼내

이번에 한국에서 조카들에게 세배 받았던 영상을 보여주며

조카들이 자길 위해 일본어로 준비를 해줬다고 자랑질을 하자

영상을 보고 있던 선배가 나도 케이네 아파트 가봤다고

그러시면서 우리 엄마집에 갔을 때의 에피소드를 말씀하셨다.

 

이 선배분, 회사 동료들과 함께

서울에서 광주, 광주에서 부산을 렌트카로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광주에 도착해 우리집까지 들러 엄마에게 깨달음 친구라고 인사를 하러 갔던 분이다.

영문을 몰랐던 우리 엄마는 느닷없이 찾아온 일본 아저씨를

보고 당황을 하셨다고 했다.

서툰 한국어로 자초지정을 설명하면서

일본과자와 우동을 엄마에게 건네주고 서둘러 돌아나왔다는 선배분..

그래서 우리 엄마도 이 선배분을 알고 계신다.

우리 결혼식 때도 한국어, 일본어로 사회를 봐주셨던 분이다.

영상을 보며 역시 한국적이다, 치마저고리가 잘 어울린다,

세배돈은 얼마씩 줬냐? 명절 음식들을 언제 먹어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국에서 노후를 보내면 행복할 것이다 등등 감탄을 하셨다.

 

그렇게 한국 얘길 했다가 일본 얘길 했다가,,,,

빠지지 않는 정치얘기도 좀하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총리가 지금의 자리에 있는한

한일 관계는 계속해서 냉냉할거라는, 

어느쪽이든 한 쪽의 리더가 바뀌지 않고서는

양국의 관계개선이 그리 쉽게 바뀌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들도 잠시 했던 것 같다.

지금 살고 계시는 곳에 한 번 놀러오라는 얘기를 마지막으로 우릴 자릴 정리했다.

5월 말이 생신이시라는 선배에게

멋지게 파티를 해드리겠다고 하자 늙어서 무슨 파티냐고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치셨다.

모든 이벤트는 우리에게 맡기시라고 반강제로 약속을 받은 뒤

아쉬운 작별을 했다.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봄기운이 묻어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각별한 마음을 갖고 계시는 선배분.....

참, 기분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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