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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일하는 남자는 멋있다

by 일본의 케이 2019. 5. 7.

[ 몸 컨디션은 어때?  ]

[ 응,,괜찮은 것 같애..]

실은 10일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던 날부터 미열이 

계속 되었다. 콧물이 나오길래 꽃가루 

알러지일거라 생각했는데 저녁이면 

열이 더 났었다. 

주치의가 있는 병원에 가려고 연락을 했는데

역시나 휴가를 떠나셨고  일단 집에 있는

 상비약을 복용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 집에 있을 거야? ]

[ 응, 왜? ]

[ 호텔 신축부지를 한번 봐야될 것 같아서

아타미에 가려는데 같이 갈까 하고,,]

[ 그냥 집에서 책 볼래.. ]

[ 당신 좋아하는 거 사줄게, 같이 가자 ]

내가 대답을 안 하고 잠시 생각에 빠져있자

이렇게 다그쳤다.

[ 당신, 블로그에 올린 내용 없다면서,

그니까 같이 가면 적을 게 생기잖아 ]

[ ............................... ]

그렇게 아타미에 도착했을 땐, 점심시간이였고

우린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예약이 되지 않아서 일단 줄을 서고 20분쯤

지나 자리에 앉아마자 정종으로 건배를 했다.

오랜만에 왔지만 여전히 손님들도 많고

음식맛도 그대로였다.

[ 호텔부지는 어디야? ]

[ 응, 바로 역 앞이야, 이곳 유지였던 분이

떠나고 토지가 팔렸나 봐..]

[ 호텔은 언제까지 계속 짓는 거야, 

 아직도 숙박업소가 부족해? ]

[ 응, 올림픽도 있고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해년마다 늘잖아, 그래서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 ]  


주문한 생선조림과 구이가 나오고

깨달음이 자기 생선 조림에 살을 발라

내 그릇에 올려준다.

[ 어때? 맛있는 거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지지? ]

[ 응, 맛있다, 따라 오길 잘 했어 ]

달콤 짭잘한 조림을 먹으며 인간은 참 단순한 

동물이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맛있는 걸 

 먹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 한국에 갈치조림하고는 많이 달라도

 먹을만하지? 돌솥밥이면 더 좋은데..]

[ 아니야, 맛있어, 집에 갈 때 생선 

좀 사가지고 가자 ]

[ 응 ]


정종과 함께 생선구이를 깨끗히 발라먹고

바로 일모드에 들어간 깨달음 뒤를 따랐다. 

먼저 부지를 체크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난 뒤에서 깨달음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고

간단한 메모를 받아 적었다.

 우거진 숲과 바다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위치가 참 마음에 들어 나도 모르게 

이곳에 별장 하나 사 두면 좋겠다고 했더니

살 필요없다고 얼마든지 빌리면 된단다. 

[ 당신 친구분 여기에 별장 갖고 있다고 했지? ]

[ 응, 온천을 즐긴다고 샀지, 좋긴 좋은 가 봐,

여긴 왠만한 맨션에서도 온천수가 나오거든,

도쿄하고도 가깝고 좋은 점도 많지만

난 그래도 도쿄가 좋아, 온천은 가끔 즐겨야

제 맛이 나는 거야 ]


부지 주변을 빙 둘러서 꼼꼼히 열심히 사진을

찍는 깨달음. 주변 건물들, 언덕의 경사를 재고,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길 반복하다 바다쪽으로

내려가며 어느 공사장 공고판을 보고는

  고개를 90도로 숙여 도면을 본다.

마침, 그때 언니들에게서 연휴를 어찌 보내자고

연락이 왔고 깨달음 사진을 보냈더니

일하는 남자가 멋있단다.


바다가 점점 가까워지자 풍겨오는 짠내가 

여름을 연상시켰다. 아직 이르지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3년전, 한국에서 가족들이 왔을 때도 

저 바다에서 유람선을 타고 저녁엔 온천과

 불꽃 축제를 즐겼었다.

[ 당신도 기억나지? 3년전에 ]

[ 응, 그 때, 불꽃축제 보면서 어머님이

무섭다고 하셨잖아, 너무 가까워서..]

계단에 자릴 잡고 앉아 그 때 기억들을 떠올리며

말없이 바다를 보다가 자매들이 일하는 당신

 모습이 멋있다고 했다고 하니까 갑자기 폼을 

잡더니 한 장 찍어서 보내드리란다.

[ 당신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애 ]

[ 당연하지,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들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처형들이 나보고 멋있다고 그랬다면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남자가

진짜 남자야, 올 여름에 한 번 오시라고 해,

내가 또 멋진 곳으로 안내해 드릴테니 ]


자아도취에 빠진 깨달음을 깨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역 앞 상점가에서 반건조 생선과 어묵,

그리고 신칸센에서 먹을 간식거리도 샀다.


연휴 끝자락이여서 빈자리가 그리 많지 않아

그냥 그린샤( 특실)티켓을 끊고

깨달음은 바로 맥주를 마셨다.

 일을 끝내고 마시는 맥주가 진짜 맛있다며

내게도 권했지만 난 그냥 쥬스로 대신했다.

앞으로 이곳 아타미의 호텔과 지금 진행중인

홋카이도와 도쿄의 현장을 관리하는데

직원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일머리가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게 많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작년에 결혼한 여직원 두명 중에 한 명이

임신을 해서 이번달까지만 나온다고 하니

좀 급하게 사람을 찾고 있는데 좀처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찾아지질 않는다고

내가 디자인과가 아닌 건축과였으면

자기가 정말 편했을 거라고 한다.

[ 당신은 일이 재밌어? ]

[ 응, 나는 내 적성에 아주 잘 맞아, 이 일이,

건축과 졸업하고 벌써 35년 가까이 

하는데도 전혀 질리지 않아..]

[ 언제까지 일 할 거야 ]

[ 음,,못 걸을 때까지는 할 생각이야,

근데, 한국에 놀러가면 일을 빨리 그만두고

계속 놀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해..]

맥주를 다 마신 깨달음은 가방에서 아까전에 

체크했던 도면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회사에 보낼 팩스내용을 정리했다.


[ 직원들은 휴가 안 갔어? ]

[ 쉬는 얘들도 있고 일이 밀린 얘들은 회사 

나와서 일 할 거라고 그랬어 ]

[ 그래서 어제도 팩스 보냈구나,,]

[ 응 ]

깨달음 회사는 이달 중순에 또 홍콩과 마카오

직원들을 데리고 세미나 형식의 여행을 떠난다. 

작년에는 싱가포르를 다녀왔고 올 해도 직원들의

 의견에 따라 홍콩으로 목적지가 결정되었다. 

직원채용부터 관리, 교육, 연수까지 해야할 

일들이 참 많지만 깨달음은 즐겁게 한다.

지금껏 결혼전부터 지켜본 깨달음은 단 한번도

자신의 일에 싫증을 느끼거나 

피곤해하질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인지 전혀 

권태로워하지 않고 하루하루가 열성적이다. 

깨달음 뿐만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어떤 일에

몰두하고 충실할 때 멋스러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하는 남자의 모습이 멋지다고 

그러겠지...미간에 약간의 주름을 세우고 

도면에 집중해 있는 깨달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열심히 일 해줘서 많이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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