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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일본의 아버지날, 남편의 속내를 처음 듣다

by 일본의 케이 2019.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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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

[ 없어 ]

[ 아버지의 날이니까 선물 사줄게, 원래 자식들이

아버지 날을 축하해주는 건데 우린 없잖아,

그니까 내가 해줄게 ]

[ 음,,,아버지의 날이구나..]

일본은 우리처럼 어버이날이 있는 게 아닌 

같은 개념의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따로 있어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해서 감사의

 마음과 선물을 드린다. 아빠들이 자식들에게

 받아서 기분좋은 선물로는

패션관계 아이템이나 일용품이 가장 많고

술이나 취미활동에 필요한 물건들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깨달음은 아무것도 갖고 싶은 게 없단다. 

[ 필요한 거 없으면 맛있은 거 먹을꺼야? ]

[ 응, 그냥  맛있는 거 사 줘, 근데

비도 오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자 ]

오다이바에 도착, 쇼핑센터를 둘러보는데

깨달음이 모자 가게에 들어갔다.


[ 난 머리가 커서 안 어울리긴한데,,,]

[ 아니야, 어울리네, 아무거나 골라 ]

멋진 중년 아저씨를 연출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어울리지 않는다고 몇 번 써보고 만다.

[ 하나 사, 잘 어울려 ]

이렇게, 저렇게 각도를 다르게 폼을 잡아보지만

자신이 없는지 안 사겠다며 밥 먹으로 가잔다.

[ 나 먹고 싶은 거 두 개 시켜도 돼? ]

[ 응, 얼마든지 ]

깨달음이 텐동과 야끼소바에 맥주까지

 주문해서 왔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영화 맨 인 블랙을 

보고난 후에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

[ 저녁은 뭐 먹을 거야? 뭐 든지 말해 ]

[ 응,,삼겹살 먹고 싶어 ]

삼겹살에 된장찌개 끓여서 저녁을 차렸다.

[ 정말 사고 싶은 거 없었어? 진짜? 뭐든지

사줄려고 했는데.,,아까 모자도 괜찮았어.

꼭 오늘 아니여도 좋으니까 언제든지

갖고 싶은 거 있음 말해, 사줄게 ]

 입안 가득 상추쌈을 싸서 넣고는

 고개만 끄덕거린다.


[ 이 쌈된장 진짜 맛있다. 어떻게 만든 거야?

너무 맛있어,오이 좀 가져다 줘,

 된장 찌개도 최고로 맛있어~ ]

오이와 당근을 스틱으로 해서주자 쌈된장에 

 찍어먹으며 아주 행복한 미소로

 이렇게 말한다.

[ 난 당신이 이렇게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는게 최고의 선물이야, 

다른 선물 필요없어]

[ 그래? 그래도 선물은 선물이지, 근데 

아버지 날이니까 뜬근 없는 거 하나 물을게,

우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았을까? 

당신은 아이 안 갖고 싶었어? ]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우리가 결혼을 하고 2년째 되던 해,

나와 같은 나이의 40대 중반의 집사님이

아이를 가졌다.그 분의 카톡사진(초음파)을

 보며 깨달음과 아이갖기에 관해

신중하게 얘길 나눴던 게 마지막이였다.

아무런 대답을 안 해서 다시 재촉했다.

[ 왜 당신은 아이를 안 낳았다고 생각해? ]

[ 우리가 서로 젊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였지

낳는다고 해도 끝까지 책임질 자신도 없었고 ]

[ 그랬지... 근데 그 집사님 딸이 곧 

초등학교 간대, 예쁘게 컸더라..]

[ 그래? ]

우리도 그 때 아이를 만들었으면 고사리같은 

손으로 쓴 감사의 편지도 받을 것이고 

안마도 받고 그럴건데 괜한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던 해와 그 다음 해까지 우리 엄마는

깨달음과 똑 같이 생긴 아이를 낳으라고

자식이 있어야 한다고 몇번이고 

내게 세뇌를 시켰었다.

[ 깨달음,,당신은 후회 없어? ]

[ 응, 전혀 없는 건 아니고,당신 닮은 아이가

궁금하긴 했는데 키울 자신이

 없었던 마음이 컸어 ]


그렇게 말을 끝내고 깨달음은 자길 보라면서

입에 들어가지도 않게 크게 싸서 넣고는

 내게도 쌈을 싸서 건넸다. 그리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나는 아이가 없는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해.

앞으로도 이렇게 맛있는 거 먹으면서

둘이서 더 재밌게 살면 돼, 나한테는 당신이

 엄마이고 아내이고, 딸이기도 하니까 더 좋아,

당신은 내가 아들같다고 했잖아,,,]

[ ............................... ]

오늘 처음으로 깨달음이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는 걸 들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지만 그 당시 나 역시도

많은 갈등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 변화될 상황들이

두려웠었고 마흔 중반에 정상적인 출산이

가능할지 너무도 많은 걱정들이 나를, 그리고

 깨달음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뒤늦게 알게 된 깨달음의 속마음이지만 

 지금보다 더 재밌게 더 즐겁게 살다보면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둘만이기에

 가질 수 있는 행복감도 느낄 것이다. 

나는 딸로, 깨달음은 아들로 서로를 의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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