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황금연휴가 시작되었다.
우린 한 달 전에 예약 해 둔 고깃집에서
황금연휴의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가게 입구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사인들이 빽빽히 붙어있었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예약하기도 힘든 곳이라는 소문이 정말인 듯,
전화가 끝임없이 울렸고,
주방도 분주했고, 오가는 스탭들 움직임도 아주 바빴다.
먼저, 야채 샐러드, 나물과 김치가 나오고
늘 그렇듯, 깨달음은 자기 앞으로
반찬들을 갖다 놓았다.
다음으로 주문한 고기가 나오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깨달음이 날 한 번 쳐다보고 나물 한 번 먹고,
또 날 한 번 쳐다보고 김치 한 번 먹기를 반복했다.
혼자 먹으려니까 미안해서 그러냐고
당신 좋아하는 거니까 나 신경쓰지 말고
많이 먹으라고 했는데도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 왜? 뭐가 이상해? ]
[ 아니,,, 이거 나야, 나,,,]
[ 나? 그게 뭔 소리야 ?]
[ 나물이 아직 안 됐어,, 나물 맛이 안 나,그래서 나야, 나..]
[ 그래?... 그럼 김치 먹어...]
[ 이것도 김치가 아니고 기무야, 기무...
김치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그래서 기무야,, ]
그러면서 김치를 내쪽으로 내밀었다.
한 입 먹어보니 달달한 게 일본인 입맛에 맞는 김치맛이였다.
[ 당신이 오리지널 김치만 먹다보니까
일본식 김치가 입에 안 맞는가 본데
김치 샐러드 같으니까 그냥 샐러드라 생각하고 먹어...]
[ 맛이 없어,,,,김치도 그렇고 이 콩나물, 시금치도
전혀 나물 맛이 안 난다니깐...]
[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마늘, 파 듬뿍 넣지 않아서 그럴거야..
그냥 먹어...그래도 이 고깃집 인기가 많은 것은
다른 사람 입맛에는 맞는다는 소리야,,,
그니까 그냥 드세요.. ]
고기는 최고로 맛있는데 서브 메뉴들이
자기 맘에 안 든다며 구시렁 거리더니
김치에 고추장을 한 번 찍어서 먹어 보기도 하고
콩나물에 후추를 뿌려보기도 하고,,,
뭔가 자기가 원하는 맛을 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은데 맛이 나질 않았는지
그냥 포기하고 고기와 상추만 열심히 먹었다.
마지막으로 냉면이 나오고,,,보자마자
냉면에 수박을 넣어야 제맛이네 하면서
또 불평을 하고 한국에서는 수박이 없으면
배나 사과라도 넣어주는데 여기는 그것도 없네,,마네..
[ ........................ ]
집에 돌아오는 길에 깨달음은 매콤달콤한
쫄면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했다.
매웁디 매운 쫄면을 한 입 먹고, 삶은 계란을
깨물어 먹으면 매운맛이 조금 사라진다는 둥,,,,
지난, 2월, 한국에 갔을 때, 충장로에 나가
젊은층이 많이 가는 분식점을 들렀었다.
만두, 떡볶이, 쫄면 셋트를 주문해
혼자서 거의 다 먹었었다.
만두에 떡볶이 국물을 찍어 먹기도 하고
쫄면에 매운 소스를 한 숟가락 더 넣어 비벼 먹었다.
한국 만두엔 잡채가 많이 들어가 맛있다,,,
떡볶기에 들어있는 오뎅이 감칠맛이 나고,,,
쫄면에 들어 있는 김가루가 맛을 살리네...
음식평론가로 아니면서 먹는 음식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평가를 꼭 한다.
특히, 한국음식에는 더 예민하게 평가하는 편이다.
듣다 못해, 한국에서는 남자가 음식 까탈부리는 걸
별로 안 좋게 본다고, 그리고 큰 남자들은
음식이 어쩌고 저쩌고 그런 소리 없이 그냥 먹는다고
그랬더니 벌컥 화를 냈다.
시대가 변했는데 무슨 소리하냐고,,,,
옛말대로라면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서도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지금 남자 쉐프들이 얼마나 많고
음식을 잘 만드냐면서 남자이기에
여자들이 모르는 미각이 있는 거라고
그래서 자기도 평가하고 맛을 잘 보는 거란다.
[ ............................. ]
남자만이 느끼는 혀의 감각? 미각? 이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무 음식 가지고
이러네 저러네 하는 건 별로라고 하자
깨달음 왈, 요즘처럼 맛있는 게 천지인 세상에
맛집탐방을 해도 부족한 시간인데
맛없는 걸 먹으며 헛된 시간낭비 하고 싶지 않고
특히, 한국음식 먹을 때는 더더욱
제대로 된 맛을 추구하고 제대로 된 음식들만
맛보고 싶은게 자기 바램이라며
아주 강한 어조로 자기 입장을 어필했다.
[ ............................. ]
분명,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깨달음에
한국음식 평가는 예민하고 정확해졌었다.
무슨 양념이 들어갔는지, 뭐가 부족한지도
귀신처럼 알아내기에 그 부분은
나와 우리 가족들도 인정을 한다.
그런데 너무 민감한 것도 썩 보기 좋지만은 않는 게
내 생각이고, 깨달음은 깨달음 나름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이기에
이상한 맛이나 이상한 조리법, 그리고 대충대충
흉내만 내놓고 한국음식이라고 하는 걸
아주 많이 싫어한다.
언젠가는 고깃집에서 주문한 부침개가
일본의 오코노미야끼처럼 아주 두툼하게 나오자
부침개는 얇고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거라면서
부침가루 사용하는 법과 물 조절, 그리고
야채와 오징어 비율까지
앞에 앉은 주방아저씨께 아주 친절히 설명을 했었다.
아무튼, 깨달음은 엉터리 한국음식에 대해
관대하질 못하고 꼭 제대로 된 정보를 가르쳐주려고 한다.
이러는 깨달음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렇게까지 민감할 필요가 있나 싶을 때가 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 남자는 한국음식 맛을 어찌 이리도
잘 알게 되었을까...전직이 요리사인 것도 아니고
그것도 외국인인데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한국남자보다 은근 더 피곤한 입맛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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