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 오메..깨서방인가..]
[ 교회 갔다 오셨어요? ]
[ 응,,,인자 막 왔네...]
[ 오머니.,,감자 감사합니다. ]
[ 오늘 도착했는갑네...별 거 아닌께 그냥 드셔~]
[ 감자 사라다, 감자 된장국, 감자전 먹었어요.]
[ 오메...감자로 반찬을 다 해부렀는갑네...]
[ 진짜 맛있어요..감사합니다,
오머니, 여행가서 만나요~]
여기까지 얘기하고는 나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 엄마,,, 양파즙을 너무 보내신 거 아니야? ]
[ 아니여,,,여기도 많이 남았어...
글고,,그놈이 빨간 양파로 즙을 냈응께 더 맛있을 것이다,
빨간놈이 몸에 더 좋다고헌께 깨서방이랑 둘이서
잘 챙겨 먹어라잉~]
[ 근데,,엄마 왜 감자도 보냈어? ]
[ 니가 하지감자 좋아한께..생각나서 보냈제,..
징하게 크고 좋은 놈이길래 몇 개 틈새기에다 넣어 봤다...]
[ 아이고,,무거웠을 것인디..아무튼 잘 먹을게요.
근데 엄마,..이런 농작물 보내면 걸린데.....]
[ 오메..근다냐? 인자 안 보내야쓰것네...]
[ 괜히 걸리면 엄마 피곤해지니까 이제
보내지 마시고,,그래도 이 감자 진짜 맛있게 생겼네...]
[ 응,,쪄 먹응께 퍼근퍼근허니 징하게 맛나더라.
깨서방이랑 해 먹어라잉~]
[ 엄마,,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그렇지 않아도 마트에 들리지 않아
저녁메뉴를 뭘 할까 고민중이였다.
그런데 엄마가 보내주신 감자로
감자샐러드, 낫또, 어묵, 두부야채조림,
감자된장국, 감자전까지...저녁상을 차렸다.
[ 맛있지? ]
[응,,된장국도 맛있는데 이 감자전이 아주 쫄깃하다.
한 장 더 만들어 줘...]
[ 응, 알았어. 많이 먹어...감자뿐이지만,,]
한국에서 오는 소포는 늘 마음 한구석이 져려온다.
친구,후배,가족들, 그리고 특히 엄마에게 오는
소포는 박스를 푸는 순간부터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그 무언가가 함께 담겨져 있다.
감자를 신문에 하나씩 싸면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양파즙을 채곡채곡 쌓아 넣으시며 또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노끈으로 풀리지 않게 몇 번이고 칭칭 감아넣은
참기름 병을 볼 때도 코 끝이 찡해진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와서
소포 안에 담긴 모든 것들이 귀하고 귀하기만 하다.
돌이켜보니 지난 5월말,
우리가 한국에 갔을 때도 정말 신세만 지고 왔다.
부모자식 간에 [신세]라는 표현이 위화감이 있지만
엄마가 우리들에게 마음 써주신 것과 정성에
비하면 우린 그저 얼굴만 보여드렸을 뿐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는 걸 하지 못했음을 느낀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몸에 좋다고
빨간놈으로 양파즙을 내어 보내주시고,,,..
오후에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두 개나 도착을 했다.
한박스는 깨달음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날 위해 보냈다는 소포..
이젠 안 보내도 괜찮다고 매번 말하지만
그래도 아무 소식없이 이렇게 불쑥 소포를 보내온다.
깨달음 것은 과자와 라면위주로
내 것은 간장, 액젓, 고추장들이 들어있었다.
마치, 내 냉장고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들만 속속 골라 잘도 보냈다.
유학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경제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여유를 갖고 살고 있지만
매번 받을 때마다 설레고 가슴이 벅차 오는 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질 않는다.
뭐가 들었을까..,,고르느라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짤막한 메모를 읽고 또 읽고,,,,
깨달음은 소포를 열 때마다 [한국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랬다. 내 몸이 기억하는 내 나라 냄새...
잠시나마 그리움을 달래주기도 하고,
흐트러져가는 내 기억들을 다잡아 주는 힘이 있다.
감자전을 하나 더 부쳐주기 위해
강판을 꺼내들었다 다시 한 번 감자를 매만져본다.
내겐 특별한 감자,,고맙고, 감사하고, 죄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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