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바로 추리닝으로 갈아 입은
깨달음이 오늘은 두배로 뛰고 올거라고 했다.
잘 다녀오라고 했더니 코치가 필요하니까
같이 가 주라며 물통을 내게 넘겼다.
빠른 걸음으로 시작해, 점점 스피트를 올리면서
달려야 하는데 깨달음 달리는 폼을 보니
많이 힘들어 보였다.
힘들면 그냥 예전 코스로 가라고 했지만
헉헉거리면서도 열심히 먼 코스를 택해
계속해서 뛰었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났는데 깨달음이 멈출 기세가
아니여서 적당히 하라고 했더니 서울에서
뛸 시간이 없을 것 같고, 체중 조절해야하니까
미리 뛰어두어야 한다고 했다.
아침 일찍부터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난 아무말 하지 않았다.
곧 쓰러질 듯 힘들어하면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깨달음의 그 신념?이 대단했다.
오직, 한국에서 먹고 싶은 걸 맘껏 먹기 위해
저렇게 미리 몸을 만들고, 두배로 뛰고 나면
많이 먹어도 죄책감을 덜 느낀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꼬박 2시간을 뛰고 집으로 돌아와 짐가방을 싸는
깨달음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사진 그만 찍고 내 방으로 가란다.
[ 왜? ]
[ 말 안할거야 ]
[ 말해 봐 ]
[ 블로그 이웃님은 못 만나지? ]
[ 누구? ]
[ 아니,,그냥 블로그 이웃님들,,아무나,,]
[ 느닷없이 무슨 블로그 이웃님이야? ]
[ 혹,,우리를 아니 나를 알아보는 분이
계시면 내가 선물 주려고,,,]
[ 뭔소리야? 선물 준비했어? ]
[ 응, 아주 작은 건데,,당신한테 안 보여줄거야 ]
[ ......................... ]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고 행여나, 혹시나
알아보더라도 그냥 깨달음이 아니라고 하라고
그랬더니 싫단다.
[ 은근 연예인병이 있어..당신은 그냥
깨달음이라는 일본 아저씨일뿐이야,,.
연예인도 아니고, 예술인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아저씨야~~]
[ 근데..이상하게 이번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왜 자꾸 들지?
작년에 편의점에서 인사하신 분 있었잖아,
엊그제 꿈에는 한국에 갔는데 공항에서 부터
나보고 악수해 달라는 사람이 따라오는 꿈을 꿨어 ]
[ 그건 그냥 꿈이야,,개 꿈..]
개꿈이라는 내 말이 서운했는지 눈을 흘겼다.
[ 무슨 선물 샀어? ]
[ 선물이라기보다는 그냥,,]
[ 보여줘 봐 ]
[ 싫어.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도 모른척 하라면서
뭘 보여달라는 거야? ]
깨달음이 완강하게 거부를 해서 뭘 준비했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선물까지 준비했는지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난 내 방에서 짐을 다 꾸리고 다시 깨달음 방에 들어가
잘자라는 인사를 했더니
[ 한국에서 만나요]라면서 내게 손을 흔든다.
[ 한국에서 만나요는 뭐야? ]
[ 그냥,,마음속의 외침이 나온 거야, 이웃님들께 ]
[ ................................ ]
마지막 한 컷을 찍으려고 했더니 죽어도 싫단다.
[ 왜 그래? 왜 안 찍으려고 그래?]
[ 나를 알아보는 블로그 이웃님이 계서도
깨달음이 아닙니다, 몰라요 하라면서,
그러니까 얼굴 못 알아보게 사진도 안 찍을 거야,
이제부터 블로그 모델 안 해줄거야~~]
한국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 한국에서 만나요 ]라고 하는 걸 보면
블로그 이웃님들이 자신을 알아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어떻게 연예인병이 들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깨달음은 자신이 조금 유명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러다가 금방 잊겠지만 혹 깨달음이
서울에서 여러분과 마주치게 된다면
정중히 인사드릴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여러분들도 가벼운 목례로 답해 주셨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럼, 다녀와서 다시 소식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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