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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글 쓰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by 일본의 케이 201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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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간단히 먹은 우린 바로 운동을 나갔다.

깨달음은 내가 카메라를 대면 달리다가도

주위 의식하지 않고 이상한 자세를 취하며 까불고

엉덩이를 흔들기도 하고 강남스타일 춤을

추기도 하고 바보같은 포즈를 하면서

혼자서 좋아서 웃고 난리다.


날씨가 넘 좋다..

운하와 바다가 이어지는 길을 따라 달리는 

깨달음 뒷모습은 여전히 별 변화가 없었다.

 뛸 때마다 풍성한 엉덩이와 옆구리 

살들이 같이 출렁거렸다.

뛰면서도 점심은 뭐 먹을거냐고 묻는 깨달음..

[ 야채 먹기로 했으니까 야채 먹으면 되지? ]

자문자답을 하면서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100%야채를 먹고 온 깨달음은 샤워도 하지 않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창문청소를 했다.

왜 오늘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곧 설날이

 다가오는데 설날 대청소해야하니까 시간날 때 

미리 해두는 거란다.

내가 지난달부터 그렇게 창문청소를 부탁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왔던 건 이런 이유였던 것 같다.


구정물이 흐르는 걸 보고는 

[ 오메오메,,도로오요(더러워요) ]를 하더니

이제까지는 15분정도면 끝났던 창문청소가

오늘은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지난달에 보다못한 내가 하려고 했더니

자기가 할 거라고 자기 일이니 남겨두라고 해서

그냥 두었는데 그냥 내가 할 걸 그랬다는

후회를 조금했다.


그렇게 청소를 마친 깨달음은 꽤 오래 샤워를 하고 

나와서는 수고했다는 의미로 내놓은

쥐포를 두마리 야금야금 맛나게 먹고난 후에

마지막 남은 숙제를 달라고 했다.

그것은 블로그 이웃님께 보낼 연하장에

감사 메시지를 한글로 적어 넣는 거였다.

나는 2주전에 깨달음과 연하장을 고른 다음날

모두 적었는데 깨달음은 12월에 접어들면서

이틀에 한번꼴로 송년회가 있어 바빴다.

아니, 바쁘다기 보다는 맑은 정신으로

정성을 다해서 메시지를 써야한다는

깨달음의 고집에 지금까지 온 것이였다.

[ 뭐라고 적을 거야? 나는 행복하세요라고

적었는데 당신은? ]

 [ 새해 인사말을 하는게 좋지 않아?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할거야?]

[ 응 ]

테이블에 연하장과 필기도구를 올려놓고

내가 써놓은 한글을 보며 본을 뜨듯

 그리기 시작하는 깨달음...


잘 쓰는지 곁눈질을 해서 봤더니 처음 몇 장은

잘 하고 있던데 갈수록 많이의 ㅁ을 

ㅇ로 적어서 많이가 아닌 않이가

되어 있어서 다시 가르쳐줬는데 이번에는

자꾸 받으세요의 받침 ㄷ이 너무 길어서

배런스가 이상하다고 지웠다가 다시 쓰고 

지웠다가 다시 쓰고를 반복하는 깨달음.

진작에 한글 공부 좀 해놓았으면 얼마나 좋아,,

급기야 자기 방에서 안경을 가져와 온 신경을

곤두세워 한자 한자 적어나갔다.

심혈을 기울리는지 눈썹이 한곳으로 자꾸만 몰렸다.


그렇게 한글과 씨름을 하고 우표를 붙이면서

한글공부 해둘 걸 그랬다면서 외워도

기호같아서 헷갈리고 금방 

잊어버린다고 변명을 했다.

[ 나 아는 어느 일본인 남편은 한글로 편지도

쓴다던데..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될까..]

[ 진짜? 대단하시네..나는 한글은 못 써도

 한국 노래는 불러주잖아]

[ ................................ ]

그래,한국어는 몰라도 한국노래를

불러주는 남편이지....말은 천상유수다.

내가 할말을 잃고 쳐다만 보고 있으니까 

노래부르는 흉내를 낸다.

진지하지 못하고 웃어 넘기려는 깨달음에게

외국인 배우자를 둔 경우는 기본적으로

상대 나라에서 쓰는 언어를 기본 정도(기초)는

 터득하려고 하는게 국제커플들의 

기본 마인드라고 생각한다고 했더니

내 표정에 장난끼가 없다는 걸 눈치챈 깨달음이

 지금 공부하고 있는데 금방 까먹어서

 그렇다면서 열심히 하겠단다. 


[ 당신은 한국문화, 그것도 음식문화에만

관심이 너무 많아. 그것도 물론 고마운데,

먼저 한글을 마스터했으면 좋겠어..

지금 결혼해서 8년이 지났어..알아?]

[ 그럼..음식이름으로 한글을 외울까? ]

[ ............................... ]

솔직히, 깨달음은 국어를 제일 싫어하고

못하는 과목이였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 독해가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외국인인 나한테 

물어볼 때도 있다. 내가 봐도 언어영역이 

많이 약한 건 사실이지만 이제 정말 정신 차리고

한글노래는 몰라도 한글을 쓰고 읽을 줄 

아는 남편이였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언제 한국으로 귀국할지 모르는데

정말 음식이름으로 한글을 외우게 해볼까..

갑자기 여러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옆에서 깨달음은 나를 쳐다보면서 사랑해

당신을,정말로 사랑해~라며 노래를 하고 있다

못말리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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