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짐을 풀고 언니와 엄마가 기다리는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2시 3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시장할테니 얼른 식사를 하라고 미리 주문을
해주었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깨달음은 열심히
상추쌈과 계란찜, 그리고 무우청된장조림을
맛있게 먹었다. 저녁 6시, 후배와의 식사 약속을
해 둔 상태여서 적당히? 먹는 게 좋을 거라고
깨달음에게 얘기했더니 그래서 야채만
먹고 있다면서 걱정말란다.
깻잎에 돼지고기 한점 올리고 된장도 넣고
밥을 조금 넣어서 쌈을 예쁘게 싸는 걸 엄마가
보고 흐뭇하게 웃으셨다.
식사를 마치고 언니집에 가는 길에
시장에 잠시 들렀는데 깨달음은 반찬집 앞에서
정지화면처럼 우두커니 서서 콩나물, 김치, 오뎅,
쥐포, 깍두기. 파란 나물, 흰 나물,.자기가 알고 있는
반찬이름을 숫자세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 파란나물, 흰나물은 뭐야? ]
[ 응, 한국말을 몰라서. 깻잎도 있어 ]
[ 재밌어? ]
[ 반찬종류가 진짜 많아서 신기해..]
언니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린
후배를 만났다. 예정대로라면 홍게집에서
홍게를 발라 먹어야했지만 하필 이날 홍게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장의 전화를 받고
낙지집으로 가게를 옮겨 낙지볶음에 소주를
한잔씩하고 두번째 장소로 옮겼다.
장소를 옮겨가며 후배부부와 술을 마신 건
아주 특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깨달음이 이번 한국행에서 가수들의 콘서트를 보고
싶어했지만 일정과 듣고 싶은 가수와도 맞지
않았는데 후배가 라이브 바를 제안했고
깨달음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미사리에 예약을 하 두었다고 했다.
메인 가수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넉넉해서
우리부부가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초계국수에 막걸리를 마셨다.
배불러서 한 숟가락만 먹겠다던 깨달음은
젓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 냉면하고 틀리네,
나 이제 냉면 안 먹고 이거 먹으래,
당신이 만들어 줘 ]
[ 나,,초계국수 레시피 몰라..]
[ 아니, 당신을 만들 수 있을 거야 ]
만들수 있겠지만 그냥 냉면으로 만족해주고
먹고 싶을 때는 이렇게 한국에 와서 먹으면
된다고 했더니 그 말도 맞다며 남은 면까지
긁어서 입술이 빨개질 때까지 먹었다.
배가 빵빵한 상태로 바로 옆 라이브 바에
도착하자 송창식씨 사진이 걸려있는 멋진 가게가
눈이 부시게 번쩍 거렸다.
정말 이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냐고
깨달음은 못미더웠는지 내게 몇 번이고 물었다.
[ 진짜 나오는데 가끔 쉬는 날도 있는 가 봐.
오늘은 쉬는 날이 아니여야 할텐데...]
[ 정말 저 대형가수가 나온다면 엄청난 행운이네
정말 나오겠지? ]
[ 당신이 기도하면 나오실거야 ]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후배가 오늘 확실히
나와서 노래하실 거라며 확인된
정보라고 귀뜀해주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실내는 습하디 습한 냄새가
가득했고 깨달음은 생각보다 넓고 큰 내부에
놀랬는지 자꾸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통키타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깨달음은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신청곡도 받는다는 소리에 제일 먼저
[ 걱정말아요] [ 문밖에 있는 그대 ]를 부탁드렸고
그 분은 달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두 곡을 모두 불러주셨다.
너무 좋아서 깨달음은 ㅠㅠㅠ를 연발했고
와인을 마시면서 조금씩 노래에 취하고
술에 취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분위기가 고조가 되었을 때
오늘의 주인공 송창식씨가 나왔고 깨달음과 나는
너무 감격해서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쳤다.
[ 왜불러 ]로 시작해서 [ 담배가게 아가씨 ]
[ 고래사냥 ] [가나다라 ] 그리고 깨달음이
너무 좋아해서 가라오케에서도 매번 불렀던
[ 우리는 ]이 나오자 깨달음은 테이블에
놓인 냅킨으로 흐르는 눈물을 찍어 닦았다.
후배가 미리 예약을 해 준 덕분에 바로 스테이지
앞에서 볼 수 있어서 깨달음은 온 몸으로
송창식 선생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한곡씩 끝날 때마다 깨달음은 [ 좋아요~~]라고
했고 전율이 느껴질만큼 노래를 잘하셔서 정말
듣고 있는 나 역시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
[ 저 기타 리스트도 한국에서 넘버 원이랍니다 ]
후배가 막간을 이용해 알려줬고 깨달음도
역시나 최고라면서 엄지 척을 했다가 ㅠㅠ를
했다가, 좋아요를 했다가 정신이 없었다.
약 50분간의 무대가 끝나고 깨달음과 나는
후배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하다며
남은 술잔을 비우고 있었는데 입구쪽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나서 가 봤더니 사진촬영을 하고
있어서 깨달음도 놓칠세라 얼른
사진을 찍었다.
[ 진짜 좋아요~~멋져요]깨달음이 그렇게 말을 했고
나는 선생님께 남편이 일본인이여서 한국말은 못해도
선생님 노래를 너무 좋아한다고 전해드렸더
니아주 기분좋게 웃어주셨다.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 깨달음은 또 악수를 했고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수 없는 행복 가득한
표정을 하며 감격스러워서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그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낸 깨달음은 호텔에
돌아와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 우리는 ]을 열창?하면서 너무 행복했다고,
진짜 좋았다고 이은미 콘서트 보다 훨씬
나았다고 이제부터는 이런 라이브 바만
찾아다니겠다며 해롱해롱해서 눈이 감길 때까지
[ 우리눈(우리는) 이로케, 이로케(이렇게),
우리눈 요닌(연인) ]를 부르다 잠이 들었다.
나도 너무 감동적인 시간이였는데 깨달음은
오죽했을까.,, 진작에 이런 라이브 바를
갔었다면 깨달음이 더 좋아했을텐데,,.
앞으로 더 찾아보고 정말 가깝고, 온 몸과
마음으로 한국노래를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될 것 같다.
첫날부터 깨달음은 이렇게 행복 가득한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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