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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한국은 추석, 우린 이걸로 만족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4.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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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우린 영화를 같이 봐 왔다. 하지만 지난달

깨달음이 영화 서울의 봄을 혼자 본 

후로부터 지금은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보고 있다.

오늘 깨달음은 1947 보스턴을 혼자 보기 위해

신주쿠(新宿)를 나갔다. 집을 나서기 전

나에게 예의상? 같이 볼 거냐고

묻길래 난 사우나를 갈 거라고 했다.

[ 그래? 나도 사우나 좋아하잖아 ]

[ 그럼 당신이  오면 되지.. ]

[ 그럼, 영화 끝나면 바로 갈게 ]

[ 응, 잘 보고 와 ]

결혼하고 14년 동안, 뭘 해도 항상 같이

붙어서 움직이길 원했던 깨달음이 이제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깨달음을 보내고 난 목욕용품과 얼음물을

챙겨 천천히 집을 나섰다.

한국은 추석연휴라는데 우린 여기서

전혀 명절 느낌 없이 

각자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나는 올 해 들어 집 근처가 아닌 좀 떨어진

새로운 사우나시설을 찾아다니며

땀을 빼며 즐기고 있다.

암반욕판에 등짝이 서서히 뜨끈뜨끈해져 오면

몸에 긴장감들이 스르르 녹아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좋다.

그렇게 땀 빼고 나와 바나나우유 대신

병우유를 들이켜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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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변함없이 병우유를 마시며 친구들이

추석 연휴를 잘 지내는지 궁금해 연락을 했다.

[ 전이랑 나물은 안 한지 오래됐지. 

아들놈은 친구들이랑 베트남 갔고

나는 남편이랑 둘이서 보쌈 주문해서

맥주 마시면서 넷플릭스 보고 있어, 너는? ]

내가 사우나라고하자 친구도 저녁에

 남편이랑 사우나 가야겠다면서

내년쯤에 가족여행으로 일본에 갈 테니

맛집 소개해 달라고 했다.

[ 이제 추석이나 설이면 다들 해외로 나가서

놀아버리니까 명절분위기 여기

한국도 잘 안 나 ]

 [ 그렇구나..]

 

[ 시골이나 그런데는 모르겠는데

서울은 그냥 휴일같은 개념이야. 우리

부부도 시댁은 지난달에 잠깐 갔다 왔고,

친정은 다음 달에 갈 것이고,,]

[ 그렇구나,,]

그렇구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통화를 끝낸 후 이번에는 노천탕에서

가을볕을 맞으며 몸을 녹였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달음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배고프다며 삼겹살이

먹고 싶으니 늘 가던 곳에서 보자고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깨달음은 막걸리를

한 병 혼자서 콩나물을 안주삼아

거의 다 비우고 있었다.

 

[ 영화, 재밌었어? ]

[ 응, 너무 좋았어. 혼자 몰래 울어서

배가 갑자기 고픈 거야 ]

[ 울었어? ]

 [ 응,, 너무 감동적이어서..]

[ ........................ ]

뭐가 감동적이냐고 묻지 않았지만

깨달음은 리얼하게 전반적인 스토리와

감동씬을 설명하며 또 울먹거렸다.

손기정 선수 덕분에 돈이 모아져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고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일장기를 가렸던

그 심정이 아프게 다가왔고,,등등

[ 많이 울었어? ]

[ 응,,, 계속 감동적이었거든,,]

두툼한 삼겹살이 익는 동안 깨달음은

계속해서 영화 얘기를 하며 그 시절

너무도 많은 사건, 사연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알았다며 자기 취향에 딱 맞는 영화라고 했다.

 

정말 배가 고팠는지 고기를 된장만 발라

정신없이 입에 넣는 깨달음을 보면서

직원분에게 1인분 추가를 부탁하는데

깨달음이 냉면도 먹고 싶다고 했다.

[ 먹어,,]

[ 된장찌개도 먹고 싶은데.. ]

[ 집에서 늘 해 먹는 건 주문하지 말랬지 ]

 [ 집 된장찌개랑 가게 된장찌개랑은

맛이 다르잖아 ]

[ 그래.. 알았어, 그럼 주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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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고기를 거의 다 먹고

난 볶은밥을 먹고 있는데 메뉴판을 한 번

보고 내 얼굴을  한 번 또 보더니 냉면을 시켰다.

[ 된장찌개 먹어,, 괜찮아 ]

[ 아니,, 고기를 1인분 더 시켜서

그 고기 구워지면 냉면이랑 먹으려고 ]

[ 그래,, 그렇게 해..]

 

냉면 한 입 먹어보라는 소리 없이 열심히

삼겹살 돌돌 말아먹는 걸 보고 물었다.

[ 깨달음, 한국은 추석인 거 알지? ]

[ 알지, 당연히, 집에 가서 어머님께

전화해야지 ]

[ 원래부터 전화할 생각이었어? ]

[ 그럼,, 내가 수첩에 적어놨지 ]

[ 그래?.. 할 말도 생각해 뒀어? ]

[ 그럼,, 항상 하는 말 하면 되잖아, 어머니,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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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솔직히 말하면 난,,오늘 추석 분위기를

내고 싶어 장을 봐  추석상을 차려볼까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이렇게 삼겹살에 막걸리로 깨달음과

대만족 할 수 있고 각자 취미생활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으니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었다. 

한국에서도 자꾸만 옅어져 간다는

 명절의 의미를 타국이지만 조금이나마

느껴보려고 했는데 그냥 이렇게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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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러분들은 가족분들 만나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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