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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이 옛 것을 찾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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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놓여있는 야쿠르트와 편지..

웬 편지일까 했다가 생각해 봤더니

뭔지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늘 음력 생일로 했으니

음력으로 하자고 해년마다 말하지만

깨달음에게 한 번 기억된  9월 23일은

음력, 양력 없이 그냥 아내의 생일날이다.

그런데 10월이 시작되고 오늘에서야

편지를 쓴 걸 보니 

깜빡했던 모양이다.

 편지에는 축하가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요즘 자기 마음이 어떤지

상당히 센치멘탈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만큼 깨달음도

꽤나 감성적인 표현들로 축하를 해주었다.

[ 깨달음,, 근데 야쿠르트는 뭐야? ]

[ 아침에 편지봉투 사러 갔다가

그냥 샀어.. 당신이 좋아하니까 ]

[  문득 내 생일이 생각났어? ]

[ 응,,,10월 스케줄 정리하다가 

당신 생일 지나친 게 생각났어. 미안 ]

[ 괜찮아,, 난 음력으로도 충분해 ]

음력은 음력이고 자기가 아는 양력을

못 치렀으니 맛있는 거 먹자길래

회사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날이 덥다가 춥다가 갑자기

 비가 왔다가 찬바람이 불었다가 다시

한여름처럼 뜨거운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옷을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원피스에 가디건을 걸치고 나갔다.

깨달음 회사와 가까워 자주 애용하는 

그릴 레스토랑에서

우린 낮부터 와인을 마셨다.

[ 생일 선물 생각해 뒀어? ]

[ 아니..]

딱히 갖고 싶은 게 없었다.

[ 그럼 한국 가서 살 거야? ]

[ 아니,, 정말 지금은 필요한 게 없어 ]

[ 그래도 생각해 놔,,]

 

그나저나 이번에 한국에 가면 뭘 할 건지

뭘 먹을 건지 계획해 뒀냐고 물었더니

이미 티켓팅할 때부터 머릿속에

정리를 해뒀단다.

[ 가 볼 곳은 은평 한옥마을이고 먹을 것은

아침부터 꼬막, 저녁에도 꼬막,

그리고 미나리 해물파전,,,

아,, 우에다 (上田)가 한국 간다

그랬는데 내가 얘기했어? ]

[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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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에다 상은 건축학과 교수로 그쪽에선

꽤나 명성을 얻은 깨달음 동창이다.

지금도 학교에 재직 중인데 졸업생들

10명을 데리고 한국의 건축문화

세미나를 떠난다면서 깨달음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단다.

안동과 경주에 있는 옛 건축물들을 보고

마지막날은 서울에서 있다가

돌아오는 4박 5일간의 여정이고

통역은 서울의 모 대학 건축학 교수가

함께 하기로 했단다.

 

[ 같이 간다고 하지 왜 안 간다고 그랬어? ]

[ 나는 20년, 아니 30년 전에 다니면서

다 공부하고 왔잖아, 더 공부할 게 없어,

우에다가 원래부터 건축학과 애들 데리고

한국 건축물 견학시키고

가르치는 걸 아주 잘했어 ]

[ 아,, 그랬어..]

이제 나이도 있으니 쉬엄쉬엄 하는 게

어떠냐고 우에다 상에게 조언을 했는데

학생들에게 건축의 기본을 보여줘야지

건축가로서 첫걸음을 뗄 수 있는 거라고 

한국에 가면 보여주고 싶은 옛 건축물

외에도 계속해서 생겨나는 독특하고

센스 있는 현대 건물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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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자기가 처음으로 안동 민속마을을

갔을 때 기억이 지금도 선명히 각인되어 

있다며 학생들이 가서 직접 눈으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거란다. 

[ 옛 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게 중요해, 

그게 문화 자산이 되고, 후손들에게도

큰 자랑이고 유산이 되니까,, 내가 인사동을

정말 좋아했는데 바뀐 뒤로 안 가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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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고 싶다는 은평 한옥 마을은

옛 것이 아닌 새로 만들어진 한옥마을

이라고 했더니 알고 있다면서 어떻게

한옥을 변형시켰는지, 디자인적인

면을 볼 거란다. 그 외에 가고 싶은 곳도

생각해 두라고 하니까 이번에는

오래된 노포들을 찾아 다니면서

음식 맛도 보고 그 집, 그 가게를 

구경해 보고 싶다고 했다.

[ 좋아, 나도 노포 좋아해..

근데. 약간 지저분할 수도 있어 ]

[ 그게 세월에서 오는 맛이지.. 할머니집

가면 약간 지저분하면서도 정감이 가고

마음이 편해지잖아, 난 그런 게 더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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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이 주는 정서는 돈으로 살 수 없다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고 

과거의 시간들이 사라지기 전에, 현대화로

리모델링 되기 전에

많이 보고 간직하고 싶단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점점 오래 된 것만 찾게

된다는 깨달음 말에 나도 공감이 갔다.

자꾸만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묘한 애착과 향수가 생기고

그리워지는 마음들.

한국의 옛 건축물을 찾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우에다 상과는

다른 유형이지만 우리도

 지나간 추억들을 상기시켜주는 것에

마음이 쓰이고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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