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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한국 풍습이 좋다는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20. 11. 11.


예정대로라면 이번 주말에 할 생각이였는데

오전에 들린 채소가게에 맛있게 생긴

배추가 있어 김치를 담기로 했다.

코리아타운에서 사 둔 꽃소금이 다 떨어져

일본 소금으로 간을 하면서 만약에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내가 매번 이렇게 김치 담그는 일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김치를 담는 이유는 우리가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깨달음 친구, 거래처,

 내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이다.

일본인들은 찬바람이 불어오면 각종 나베(찌개)를

 즐겨 먹는데 특히 김치나베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찌개중의 하나로 자주 식탁에 오른다.

    김치를 보낼 때면 몇가지 요리 레시피를 첨부해서

 보내는데 그래서인지 올해도 어김없이

주변 친구들이 다들 김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기를 빼 놓은 상태에서 좀 쉬고

 있는데 깨달음이 퇴근하고 돌아왔다.

[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

[ 4시야, 뭐가 빨라? ]

하긴, 코로나로 점점 퇴근이 빨라진 깨달음에게

 30분만 앞당겨졌을뿐 그리 빠른 것도 아니였다.

나 혼자 김치 담그는 게 힘들 것 같아서

도와주기 위해 일찍 왔다는 깨달음,

샤워를 하고 오는 동안에 자기가 할 일을

준비해 두라고 했다.

앞치마를 두른 다음, 쟁반에 준비해 둔 당근, 무, 

사과, 파를 깨달음은 말없이 자르기 시작했고

나는 찹쌀풀을 쒀 젓갈과 고춧가루를 준비했다.

[ 양파와 사과는 모두 자르지 말고

한 개씩 잘라 줘, 깍두기에도 넣어야 돼 ]

[ 그냥 다 썰어버릴거야 ] 

[ .............................. ]


깨달음 덕분에 소 준비가 빨리 끝나 

각종 양념과 버물린 다음, 물기가 잘 빠진 

절임배추에 소를 넣는 작업을 시작하는데

한포기, 한포기 앞뒤를 꼼꼼히 발라가며

 넣는 손길이 프로급이다.

일단, 간을 보기 위해 한가닥 찢어 입에 

넣어주려는데 참깨를 많이 묻혀 달란다.

[ 맛이 어때? ]

[ 오머니 맛이 나..예전에 서울 처형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담았잖아, 그 때 그 맛이야 ]

[ 맛있다는 말이지? ]

[ 응, 98점 ]

(5년전, 언니집에서 김장하던 날)

깨달음은 5년전, 처음으로 김장하는 걸

직접 보고는 정말 한국사람들에게는 김치가

필수라는 것,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계기를

만든다는 게 무엇보다 좋은 풍습처럼 느껴졌단다.

[ 근데..올해는 50%이상이 김장을 안 한대,

배추가 비싼 것도 있고, 혼자사는 가구들이

늘어서 김치는 필요할 때만 조금씩 사다 먹는 

형태로 바뀐 것 같더라구 ]

 [ 그러다가는 김장자체가 없어지겠네..]

[ 그럴지도 몰라,,,] 

한국 김장을 처음 체험한 남편 )

https://keijapan.tistory.com/791


[ 명절에도 모이는 걸 귀찮아하는데 굳이

김장에 모일 필요가 없겠지..일본도

명절엔 다들 놀러 가잖아..]

[ 한국도 그래..]

[ 어찌보면 그게 모두에게 편한 거야,,가족이

중요하긴 하지만 각자의 삶이 더 소중해진

세상이 되었으니 그냥 시대에 맞춰 사는 거지 ]

우린 중년부부다운 얘길 나누면서 김치

 담기를 마치고, 잘 삶아진 보쌈에 저녁상을 

준비해 미리 사 둔 막걸리로 건배를

 하고는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두툼한 보쌈 한조각을 올린다음 김치 소를 

가득 상추에 올리고, 새우젓도 약간,

마늘도 한조각 넣어 김치로 덮어서

 쌈을 만들어 먹는 깨달음.

  입이 빵빵해서 말을 제대로 못하면서도 

누가 이렇게 환상적인 궁합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맛있어서 

막걸리가 아주 잘 넘어간단다.


 혼자 먹기가 아까울 정도라며

자기 친구들이라도 불러둘 걸 그랬단다.

[ 그러고보니 우리 집에서 파티 안 한지가 

2년이 지났네..]

[ 올 해는 코로나 때문에도 더 못하지..]

맛있는 걸 먹을 때면 깨달음은 자기 친구들 뿐만 

아니라 거래처 사장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단다. 

김치를 맛있게 먹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은데 그걸 못하니 답답하며 또 쌈을 싸서

맛나게 먹는다.

[ 우리집에 불러서 먹으면 다들 놀라잖아,

그 요시다 상은 지금도 나를 만나면 굴전이랑

냉면 얘기를 한다니깐, 맛있었다고,

언제 또 먹을 수 있냐면서..]

깨달음은 김치 외에도 맛있는 한국요리를

모두 맛보게 해주고 싶고 널리 알리고 싶단다.

(5년전, 한국에서 김치 담는 모습)

한국 김장을 처음 체험한 남편 )

https://keijapan.tistory.com/791

오랜만에 먹은 보쌈이 맛있었는지 깨달음은

 텐션 업이 되어가고 있었다. 

[ 역시,, 김장은 계속되는 게 좋을 것 같애..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김장이 사라지는 건

귀한 문화가 없어지는 거잖아,

옛부터 내려온 풍습을 없애서는 안 되지..

조상님들이 얼마나 슬프겠어..

나는 김장날이 좋은데.. ]

[ 사라지지는 않겠지,,,,아무튼,,적극적으로

김장을, 아니 김치담기를 하지 않는다는 거야 ]

손에 쌈을 든 채로 흥분하는 깨달음을

진정시키려고 세상이 바뀌어도 우린 꿋꿋이

 김치를 담아 먹자고 했더니 대찬성이라며

 자기가 도와줄테니까 꼭 그렇게 하자면서

막걸리로 건배를 청했다.

이렇게 우린 김치도 담고 월동준비를 끝냈다.

생김치에 보쌈, 그리고 막걸리까지 한 잔 하고 

나면 이곳이 일본인지, 한국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주변 친구들도 좋아하고

누구보다 깨달음이 즐거워하니 김치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서 깨달음은 친구들에게 김치 다 나눠주고 

또 담아서 보쌈파티를 하자고 한다.

아무래도 다음달에도 김치를 담을 것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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