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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이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by 일본의 케이 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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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사관앞은 언제나처럼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

 혐한이 시작되면서부터 일본경찰들은 의무적?으로

이렇게 한국의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 행여나 

일어날지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근무중이다.

그래도 버스가 한 대인 걸 보니 최근엔 우익들도

코로나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7월에 한국에 들어가야했는데 가지

 못해서 내가 해야할 일을 지금 언니가 대신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인감증명을 한국에서 발급받을 수 있게

위임장을 받아야해서 영사관에 온 것이다.

내 일을 대신 부탁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싫고

언니를 귀찮게 해야하는 내 입장이 싫고,

여러모로 내 일로 인해 주변사람에

손을 빌리는 게 너무너무 싫은데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하는 일본인 

여대생들이 두명 있을뿐 의외로 한산했다. 

난 숫자를 알아보기 쉽게 쓰라는 주의를 받아

서류를 재작성하고 나서

10분쯤 지나 확인서를 받았다.

이 확인서를 한국으로 보내면 대리인이

인감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영사관을 나와 우체국에서 가장 안심할 수 있다는

ems로 확인서를 보내고 신주쿠로 이동,

주거래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감증명은 이 확인서가 도착하면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겠지만 내게 또 남은 숙제는

한국으로 송금이였다.

돈의 출처는 어디이며 송금이유는 무엇인지

수령인과는 무슨 관계인지도 물었

패스포드, 재류카드, 마이넘버를 제출하고서

접수할 수 있었다.

월급통장과 재직증명서도 일단 챙겨갔는데

굳이 제시하라고 하지 않았다.

송금액이 크면 클수록 의심?를 받는다는데

일단 돈의 출처가 명확하니 괜찮다며

빠르면 하루, 아니면 이틀후에 한국통장으로

입금이 될 거라했다. 그렇게 처리를 하고 나는 

또다른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인이 해외송금시, 한도액이 정해져있다고 해서

애초 보내야만 하는 금액을 한꺼번에 보낼 수 

없다고해 다른 은행을 찾은 것이다.

그 은행엔 깨달음이 먼저 와 있었고 깨달음은

 사업자로, 나는 개인으로 상담을 다시 받고 

송금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일을 처리하고 우린 커피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커피를 마실거라던 깨달음은 파스타를

주문하고서는 점심을 못 먹었으니

한 숟가락씩 하자고 했다.

깨달음이 크게 한입 내게 권했지만 난 입맛이 없어

사양하고 따끈한 차를 마시며 통장정리를 했다. 

일단,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내 일을 남에게 대신 부탁하는 게

내겐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파스타를 반쯤 남긴 깨달음이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나와 함께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너무 이르지 않냐고 하니까 직원들도 반 이상이

재택근무중이여서 사무실에 사람도 없고

요즘 한가해서 괜찮단다.


집으로 돌아와 둘이서 멍하게 티브이를 보다가

문득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눈 수술을 몇차례 하셨는데 뿌리를 뽑지 

못해서인지 이번에 또 하셨다는 얘길 동생에게

들어서인지 통화가 하고 싶어졌다.

  [ 오머니,,식사하셨어요? 다리는 괜찮아요? ]

 [ 오메,,수술한 것이 일본까지 알려졌는갑네..

괜찮해, 다 나아가고 있응께..

나는 깨서방을 못 봐서 더 서운해 죽것네~ ]

[ 오모니~코로나 끝나면 만나요,

코로나 조심하세요~ ]

[ 응, 깨서방도 코로나 조심하고 ]

엄마는 코로나 때문에 언제볼지 기약을 못하니

 더 보고 싶다며 10월 추석때 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꿈같은 생각을 하신다고 했다.  


[ 엄마,,못 가,,기다리지 마시고,,엄마도

건강 조심하시고 또 연락할게요 ]

 통화를 짧게 하고 마쳤다.

얘기하면 할 수록 안타까움만 더 할 것 같아서..

옆에서 깨달음은 도대체 언제쯤 한국과 일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지 예측을 못하겠다며 

한국 추석때 자기도 가고 싶다고 했다.

[ 깨달음,,못 가,,당신도 그냥 마음을 접어,,]

코로나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거라

그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코로나 발생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이젠

무리라는 것을 영사관을 나오면서도 느꼈고

두곳의 은행에 앉아 송금용지에 빼곡히 채워내려가는

 내 모습에서도 느꼈다.

예전의 생활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흐트러져버린 내 삶의 계획들이 현실로 하나씩

닥쳐오면 난 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들이

그리워 몸부림을 치고 있다.

부질없는 울분이라는 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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