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갈 거지? ]
[ .................................... ]
[ 나 진짜 보고 싶었어,,,]
[ .....................................]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송강호가 나오잖아,
그리고 당신 고향 광주 얘기야 ,,]
[ 알아,,]
난 진작에 봤다는 말도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몸이 이제 좋아졌지만
마지막까지 조금 더 조심하고 싶어서
흔쾌히 함께 가겠다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깨달음이 내 이마를 만져 보며 같이 가자는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2주정도 고생을 했다.
이젠 다 나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당분간
피하라고 담당의가 몇번이나 강조를 했었다.
하지만, 깨달음의 눈빛을 보니 혼자 가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2주동안 아무대도 못가고 날
지쳐봐준 깨달음에게 미안해서 옷을 챙겨 입었다.
마스크와 모자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좀 신경 쓰였다.
영화관에 도착해 송강호 포스터를 보더니
아이처럼 기뻐하는 깨달음을 보고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다 아는 배우들이야, 여기 젊은 배우도
이 개성파 배우도 나오는구나...]
한쪽 벽에 붙은 [택시 운전사]의 내용및
각종 잡지와 메스컴에 소개된 사연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고 깨달음이 하나 하나 읽어가다 점점
심각한 표정을 하더니 불쑥 내게 물었다.
[ 전두환는 지금 어딨어? ]
[ 집에 있겠지..]
[ 왜 그냥 놔 두는 거야? ]
[ .................................. ]
[ 왜 감옥에 없는 거야? ]
[ 감옥에 들어갔다가 1년만에 바로 나왔어 ]
[ 왜? 죽을 때까지 그곳에 있어야하지 않아?]
솔직히 뭐라고, 아니 무엇부터 대답을 해야할지,
아직까지 본인이 뭘 잘 못한지
모르고 버젓이 회고록까지 출간하는 사람을
어떤식으로 풀어 해석해 줘야할지 머릿속이
갑자기 뒤엉켜서 복잡해왔다.
좌석에 앉아서도 깨달음은 왜
전두환을 그냥 내 버려두는지,
박근혜와는 어떤 관계인지,
노무현 대통령 때는 어떠했는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5.18을 어떻게
해결해 갈 방침인지 궁금하다며 계속해서
질문을 해왔다.
영화가 시작되고 군인들이 시민들을 구타하는
장면에서 깨달음이 슬며시 내 손을 잡았다.
노트북 모니터로 볼 때와 스크린에서 보는 것은
느낌부터가 달랐고 보는 내내 매년 5월이 되면
광주시내 중심가가 매캐한 최루탄 냄새로 덮혀
눈물. 콧물 번벅이 되었던 기억들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왔다.
여기 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깨달음도 계속해서 눈물을 훔쳤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깨달음이 또 물었다.
[ 전두환은 지금 몇 살이야? 어디서 살아? ]
[ 왜? 당신이 가서 때려줄 거야? ]
[ 얼마나 잘 사는지 보고 싶어서..
왜 반성을 안 하는 거야?
다시 감옥에 보내야 하지 않아? ]
[ 알았어, 배고파,,밥 먹으로 가자,,]
[ 아,그렇지, 빨리 먹고야지, 다음 영화 보려면 ]
근처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우린 바로 영화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음 영화 [범죄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택시 운전사만 볼 생각으로 왔었는데
영화관 입구에 서 있던 마동석 캐릭터를 보더니
보고 싶다고해서 티켓을 예매를 했다.
[ 이 영화 무슨 내용이야? ]
[ 응,,좀 잔인할 거야, 조선족들의 조직싸움
같은 건데, 이것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래 ]
[ 그래? 오늘 완전히 운이 좋은 날이네..
한국영화를 두편이나 보고,,,그것도 실화를,,]
기대에 부풀었던 깨달음은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아주 즐겁게 영화를 봤다.
다른 관객들도 마동석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큰소리로 웃기도 하고 재밌어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깨달음이 이렇게
재밌는 영화인줄 몰랐다며 안 봤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좀 잔인했지? ]
[ 응, 한국에서도 조선족들이 문제인가 봐,
가부키쵸(歌舞伎町)에서 꽤 오랜전에 조선족
깡패들이 기세를 부렸는데 경찰들이 집단 단속한
후로는 거의 사라지고 지금은 거점을
이케부크로(池袋)로 옮겼다고 하던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하는 일들은 똑 같은 것 같애..
근데, 마동석 진짜 재밌다..송강호도 좋지만
이제 마동석 영화도 빠짐없이 봐야겠어~
한국배우들은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정말 깡패같고, 형사 같고,,진짜 리얼해~]
[ 조선족으로 나온 배우 있잖아,,그 배우가
진짜 조선족인줄 알았는데 한국사람이래 ]
[ 거짓말~, 진짜 한국 사람이야? ]
[ 응,,,]
[ 왜 그렇게 연기를 잘할까.,100% 그 역할에
빠져서 완전체가 되니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안 가,,진짜 조선족으로 보였는데~]
집으로 돌아오며 깨달음은 두 편의 영화에
대한 평을 쉬지 않고 했다.
5.18 이 지금에는 어떻게 비춰지는지,
진실을 모두 밝혔는지, 조선족들은 중국에서도
무서운 존재인지, 마동석은 원래 직업이 뭐였는지,
오랜만에 보는 한국영화여서인지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새롭게 알게 된
마동석 배우에 대해 알고 싶어 검색을 했다가
예고편으로 봤던 영화를 미리 예약한다며
자기가 [ 미옥]을 예약하는 동안, [1987]를
나보고 예약해 두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쓰고 나왔지만
2주만에 만끽하는 주말을 행복하게 보내는
깨달음을 보니 나도 만족스러웠다.
조용필의 [단말머리]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고개를 까딱까딱하다가 마동석처럼
팔뚝에 힘을 주고 만져보는 걸 보니 깨달음은
이번주내내 송강호와 마동석 흉내를 내며
지낼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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