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커플들 이야기

생각이 많았던 남편의 주말

by 일본의 케이 2021. 2. 28.
728x90
728x170

3월 7일이면 긴급사태 선언이 풀린다고 한다.

첫 번째 발령되던 때와는 달리

두 번째였던 이번 긴급사태는 모두가

코로나에 익숙해져서인지 외출과 외식을

자숙해 달라는 도쿄도지사의 당부 캠페인이

광고와 섞여 매시간마다 나오고 있지만

모두가 많이 지친 것도 있고 더 이상 참는데도

한계가 온 듯 주말이면 온 거리에

나들이 인파들이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이 의료진에게 먼저 접종되면서

왠지모를 안도감에  지난 2주 연속 주말까지

외출을 했었는데 충분한 분량의 백신이 확보되지

않았고 주사기까지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접종시기가 점점 늦춰질 거라는 뉴스를 듣고

우린 다시 느슨해진 정신을 다잡고

착실히 스테이홈을 하기로 했다.

깨달음은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지금처럼 

주 3일 근무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매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코로나 때문에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걸 보니

굳이 날마다 출근할 필요성이 없었음을

이제야 알았다며 주 3일도 많다고 느껴지면

주 1회 출근으로 변경할 생각이라고 했다.

[ 그럼 취미 생활을 하나 만드는 게 좋지 않아? ]

[ 아직까진 한국 드라마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728x90

[ 지금 일지매랑 이산을 번갈아 보고 있어.

내용이 전혀 다르니까 질리지 않고 좋아 ]

뭘 보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꼭 자기가 뭘 보고 있는지 말해준다.

그렇게 깨달음은 마치 밀린 숙제를 하 듯

지금까지 못 봤던 한국 드라마를

리스트까지 정해놓고 보는데 열중했다.

난 새로 시작한 자격증 공부를 하기 위해

내 방으로 들어와 책을 펼쳤다.

오전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점심으로 가락국수를

먹으며 깨달음이 수조 청소를 할 거라 했다. 

관상용 야마토 새우를 100마리 사서

수조에 넣은 지 반년이 지났는데

번식을 너무 많이 해서 지금 400마리 정도로

늘어나 청소뿐만 아니라 분양을 할 생각이었다.

우린 미련 없이 새우들 모두 아쿠아센터에

가져다 주기로 하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30분에 걸쳐 어린 새우 한 마리까지 놓치지 않게

조심스레 양동이에 담아 옮기고 

수조에 있던 모래들을 씻어 베란다에 말린 후

외출 준비를 했다.

깨달음이 새우만 건네주고 오는 거냐고 물었다.

[ 응 ]

[ 이번에 다른 거 안 키워? ]

[ 응, 그냥 잠시 수조 비워둘 생각이야 ]

[ 왜? 나보고 다른 취미생활 만들라면서,

이번에는 다른 열대어 키워보자 ]

[ 그래,, 그럼]

올 때마다 느끼지만 다양한 열대어들의

유혹을 뿌리치는 게 쉽지만은 않다.

[ 깨달음,, 결정했어? ]

[ 아니..아직,,니모를 다시 한번 키워보고 싶은데

매번 실패를 해서 자신이 없고,,,번식을

잘하는 아이가 키우는 재미가 있는데..]

해수로 바꿀 것인지 민물로 할 것인지

갈등하는 것 같았다. 

깨달음이 선택할 때까지 난 가만히

수조 속 열대어들을 둘러봤다. 

구피만큼 키우기 쉬운 미키마우스 플래티로

결정한 깨달음은 한 마리, 한마리 자기 마음에

든 녀석으로 암수 짝을 맞춰 골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한 잔 하러

들어간 곳에서 자긴 달달한 딸기 케이크를

한 조각 먹을 테니까 나 보고는 몸에 좋은

건강한 토마토 수프를 먹으라며

나에게 묻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300x250

우린 잠시 말없이 음료를 마시다 주 3일 근무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깨달음은 이번에

코로나로 인해 고정관념의 틀이 깨졌다며

기본 중에 기본으로 알았던 출퇴근도 그렇고

직원들 입장에서 보는 회사생활의 장단점과

이면들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다 쏟은 회사와 함께한 직원들,,

3월을 끝으로 그만두는 직원 얘기를 하며

여러모로 많이 배우고 많이 반성하는

시간들이었다고 한다.

keijapan.tistory.com/1364

 

코로나 속, 우리 부부의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간다

코로나로 긴급사태선언 이후, 날마다 일요일처럼 착각하며 살고 있는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 너무도 화창하고 맑은 날씨에 뭔가를 해야할 것 같아 그동안 미뤄왔던  수조 청소겸 열대어 입

keijapan.tistory.com

또한, 노후생활을 좀 느긋하게 누려보려고 나름

계획이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미리

노후생활을 체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지금처럼 이대로 생활하는 게 맞는지

긴가민가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출근을 안 하니까 할 일이 정말 없다는 게

실감이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단다.

[ 취미도 그렇고 뭔가 소일거리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

[ 일을 찾으면 있긴 있겠지..아까 모래알을

널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어..]

미리 해보는 노후생활이라기보다는

머지않아 곧 우리는 매일 이렇게 특별한

일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래서도 깨달음은 노후를 한국에서

보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한국어 어학당도

다니고 팔도를 여행하고 싶어서..  

수조 청소를 하며 깨달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에게 오늘 하루는

꽤 길었던 모양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