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달음, 한국에 가서 뭐 먹을 거야,
생각해 뒀어? ]
[ 아니 ]
[ 미리 생각해 놔, 도착한 날은 바로 저녁이니까
그날부터 뭘 먹을 것인지 당신이
말해주면 가게를 찾아볼게 ]
[ 음,,,생각해 볼게 ]
이런 대화를 2주전부터 했었다. 오늘 최종적으로
또 물었을 때도 깨달음은 많은 갈등을
하는 듯 선뜻 말을 못했다.
[ 뭐든지 말해 봐, 찾아볼게 ]
[ 음,,안 먹어 본게 너무 많아서 뭘 먹어야할지
모르겠어, 그냥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바뀔 것도 같고,,꼭 먹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음식도 있고,,그래서 못 정하겠어 ]
지금까지 먹었던 것중에서 다시 먹고 싶은게
있으면 대충 말해보라고 했다.
[ 만두, 그리고 시장에서 먹은 찹쌀떡, 칼국수,
갈치조림,청국장,,]
[ 그건 솔직히 맨날 먹지 않았어? ]
[ 그니까 다른 것을 먹어야 하는데 뭘 먹어야
후회가 없을지 모르겠어 ]
[ 감자탕, 해물탕, 꽃게찜은 어때? ]
[ 음,,,]
[ 당신 쭈꾸미 좋아하니까 쭈꾸미볶음은? ]
[ 음,,,,]
바빠서 한국 관련 책자를 볼 시간이 없었다며
먹고 싶은 요리들을 찾아볼테니
잠시 자기에게 시간을 달라고 한다.
지금껏 깨달음은 한국 갈 때마다 거의 같은
메뉴를 먹고 싶어했다. 특히 칼국수와 만두는
어디에서나 꼭 먹어야할 음식중의 하나였고
그 외에는 가족들과 만나면 자신이 먹고
싶은 것보다는 가족들이 함께 먹는 음식을
먹었던 것 같다. 물론 깨달음의 의향을 묻고
깨달음이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가게를 택해서
갔지만 온전히 자신이 꼭 먹겠다고 다짐했던
음식은 없었던 것 같다.
[ 아, 생각났다. 삼청동에서 먹은
수제비,
그거 먹을래, 문재인 대통령이 갔던 곳 ]
[ 아,,거기..또 가고 싶어? ]
[ 응, 너무 맛있었어 ]
[ 응,,그래 가자,,근데,,말이 나와서 말인데
지금 한일관계가 아주 심각하잖아,,
당신은 우리처럼 한일커플은 어떡해야
제일 좋을 것 같아? ]
[ 그건 우리 부부 둘 사이에 문제가 아니니까
끌어들일 필요는 없는 것 같애, 그 일로 우리
부부에게 미칠 영향은 없다고 생각해 ]
[ 그렇지,,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좀 신경 안 쓰여? ]
[ 신경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난 한국에서 즐겁게 놀거야 ]
더 이상 깨달음은 그 복잡하고 힘든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 수제비외에 또 생각나는 것 있음 말해 줘 ]
알았다고 책자를 뒤적거리더니 갑자기
홍대에 있는 재즈바를 한번 가고 싶다고 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 좋아, 괜찮은 라이브바를 찾아볼게 ]
[ 우리가 가는 날에 가수 콘서트는 안 해?
지난번처럼 라이브가 듣고 싶어 ]
깨달음의 요청에 의해 열심히 검색을 해봤지만
우리가 가는 날에 열리는 콘서트는
깨달음과 코드와 맞지 않았다.
사이트를 보여주며 그 가수의 노래도
한곡씩 들려줬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 이번에 콘서트는 못 볼 것 같애. 아니
당신이 듣고 싶은 가수의 콘서트가 없어]
[ 그럼 그 송가인이 나오는 콘서트는?
티켓이 없겠지? ]
[ 그렇지 않아도 봐 봤는데 티켓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가는 날에는 지방에서
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어,,]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 그럼,지난번 송창식 선생님 라이브 같은 건? ]
깨달음이 감동의 눈물을 흘릴만한 가수의
라이브가 있는지 샅샅이 뒤져봤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
[ 이번에는 좀 무계획처럼 가는 것이니까
미리 준비하지도 않아서 더 없는 것 같애.
그니까 그냥 먹고 싶은 것만
맘껏 먹고 오면 안돼? ]
[ 알았어, 그럼 맛있는 거 찾아볼게 ]
참 너무도 애매한 상황에 저희가 한국에 갑니다.
계획에 없던 한국행이였고, 이렇게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질 거라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터진 상태에서
마음이 아주 불편합니다.
한일커플로 살아가다보면 이럴 때가
참 뭐라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심경입니다.
깨달음은 정치적인 얘기는 블로그에도
다루지 말라면서 특히 우리 부부 사이에
그런 무겁고 풀기 힘든 내용을 대화의 주제로
삼는 걸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에 관한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게
되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어쩌면 서로가 애써
이 문제를 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기에 깨달음은 부부사이에 거론할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을 한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나도 모르게
깊어져가는 내 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만가는데 저는 이것도 아닌 저것도 아닌
묘한 위치에 서 있는 이 포지션이 솔직히
요즘은 상당히 싫습니다.
깨달음이 가이드북 한 페이지를 펼쳐 보이네요,
종로 3가에 식당이 많이 있다며 그곳에 가자고..
[ 알았어,,깨달음,,내가 맛집 찾아볼게 ]
이번 한국행도 늘 그렇듯이 좋은 일,
좋은 기억들만 만들어 올 수 있도록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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