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서 두 분을 만났다.
블로그를 통해 나를 알게 되었고 매일로
서로 인사를 했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고
지난달에는 꽤 많은 대화를 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분들이
저희 부부와 만남을 원하셨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내 성격탓에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거의 갖지 않았다.
7년이라는 시간을 채우는 동안 만났던 분은
한 분은 한국에서 두 분은 도쿄에서 만났었다.
만남을 주저했던 이유는 그 분들이 블로그나
다른 SNS를 하지 않고 계셔서 솔직히
어떤 분이신지 확인 할 수 없었던터라 쉽게 자리를
만들지 못했던 것도 지금껏 만남이 적었던
이유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오늘은 만나야
될 것 같았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보탬이
되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두분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둔 한국엄마로
메일을 오가며 알고보니 우리집과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계셨다.
1년전쯤 내 블로그를 보기 시작하면서
글에 올린 사진들, 특히 레스토랑을 보고
자기네들이 자주 가는 곳이여서
많이 반가웠다고 한다.
그래서 집으로 모실까 생각했는데
첫만남이니 밖에서 만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서로의 집 근처에
있는 고깃집으로 결정, 각자 간단한 통성명?을
다시 하고 우린 처음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편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이 가게 김치는 한국 김치랑 많이 비슷하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각자 자기네 집 반찬사정,
일본음식 레시피, 자주 가는 맛집들을
공유하며 얘길 나눴다. 서로가 일본인 남편을
두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자연스럽게 일본에 오게 된 이유들,
지금의 남편과의 만남도 털어놓았다.
내 얘기는 블로그를 통해 너무 잘 알고
계셨기에 난 계속 듣고 있었고 깨달음에 관한
질문에는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드렸다.
[ 정말 그렇게 잘 우세요? ]
[ 매운 걸 잘 먹드시나봐요? 우리 남편은
전혀 입에 데질 못해요, 나물만 몇 개 먹지 ]
[ 반찬투정은 전혀 안 하세요?]
[ 우리 애는 잡채 빼놓고는 한국 음식 별로
안 좋아하더라구요 ]
[ 깨달음님이 한국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 한국 음식을 우리들보다 더 자주 드시는 것
같던데 힘들지 않으세요? ]
우리집에서 한국요리 파티할 때 한번 오시라고
했더니 꼭 오고싶다며 손님상에 내 놓을
갈비찜이나 육개장 레시피를 궁금해
하셔서 알려드렸다.
그리고 두 분의 요즘 고민거리는 이러했다.
한일관계가 복잡해질수록 한일커플이
가장 민감해진다며 특히 자녀들에게
괜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며 직장동료의 예를 들려줬다.
우리처럼 남편이 일본인이 아닌 반대로
아내를 일본인으로 둔 직장동료(남자분)은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자신의 한국성인
박씨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인 아내의 성인
요시다로 입학을 시켰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일본은 결혼을 하게 되면 아내도 남편의 성으로
바꾸는게 일반적인데 그 직장 동료는
결혼 후에 아이를 낳고 3년쯤 지났을 무렵,
일본인 아내가 국적을 바꿀 생각이 없냐고
진지하게 물어서 지금까지 고민중에 있다고 한다.
유치원때는 분명 박씨 성으로 다녔던 것 같은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아내의 성으로
다닐 수 있는지 어떻게 바꿨는지 궁금했지만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단다.
[ 그래서 재일동포들도 일본이름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연예인
추성훈도 아끼야마(秋山)로 살고
야구선수 장훈도 하리모토(張本)이고,,]
[ 두 분은 남편 성으로 바꾸셨어요? ]
[ 네..근데 그냥 요즘은
한일관계도 이렇고 아이가
어릴적에 영어권으로 이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은데
남편이 절대로 일본을
떠나지 않겠다고 해서 대화가 되질 않아요 ]
지금 일본에서의 생활이 아이의 장래와 노후를
위해 좋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그런 얘기들도 오갔다.
일본인과 결혼을 하고 문화적차이에서
오는 시행착오들,
그로인해 이해하고 다투면서
감당해야했던 부분들,아이를 낳고나서는
혼혈아라는 것과 행여나 한국인 엄마여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생긴 노파심과
예민한 걱정들,,자신들이 학생이였고
직장인이였을 때의 일본생활과 결혼을 한 후에
겪게 된 아내, 엄마로서의 일본생활은
너무도 달랐다는 조금은 안쓰러운
우리들의 입장들도 서로 나눴다.
[ 케이님은 정말 한국에 귀국하실 거에요? ]
[ 귀국은 아니고 그냥 왔다갔다 할 것 같아요 ]
[ 부럽네요,,저도 아이가 없으면 케이님처럼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은데..]
우린 꽤 많은 양의 고기를 먹어가며 상당히
많은 주제들로 여러 생각과 의견들을 나눴고
마지막엔 냉면을 주문해 아주 맛있게
만족스러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가게를 나와 커피숍에 가려고 했는데 딸이
엄마를 찾아서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일면식도 없던 그녀들과 블로그를 통해
만나게 되었지만 서로가 같은 입장에 있어서
속깊은 얘길 나눌 수 있었다.
요즘처럼 한일커플이 걱정하는 부분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마치 같은 토론회를
하는 것 같아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외, 오늘 나를 만나고 싶어했던 또 다른 이유는
유치원생 딸이 약간의 성장장애가 보이는 것
같은데 미술치료를 병행하고 싶다는
얘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카톡으로 블로그에 올려도 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한국분이 계신지 몰랐는데
새 친구를 만난 듯 약간의 신선함과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내가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해외 거주자로서의 고민,
외국인 남편을 둔 아내로서의 갈등,
그리고 한일커플이여서 생기는 문제점을
풀어놓을 수 있어 우린 할 얘기가
많았던 것 같다. 한일커플은
같은 고민과 번뇌속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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