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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중년부부의 위기는 어디나 똑같다

by 일본의 케이 2019.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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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월요일까지 이곳은 3일연휴였다.

정작 연휴때는 둘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 집에서 쉬다가

 평일에 영화를 보러 나왔다.

연애 시절에도 사 먹지 않았던 팝콘과 콜라를 

들고 오는 깨달음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 왜 갑자기 팝콘이야? ]

[ 응, 그냥 우리도 젊은 애들처럼 놀아보려고 ]

[ ................................. ]

[ 먹어봐, 완전 맛있어. 영화관에서 왜 팝콘 먹는지 

이제야 알겠어. 이 카라멜 맛 죽인다,

손이 계속 가,,]


그렇게 영화를 보며 몇년만에 맛보는 팝콘을 

게눈 감추듯 비우고 저녁은 예약해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옮겼다.

와인을 한잔씩 하면서 내년 서로의 

스케쥴들을 얘기했다.

회사일을 시작으로 우리가 함께 해야할 

여행일정들, 언제, 어디가 좋은지 그런 얘길 나누다

문득 깨달음이 후배 얘길 꺼냈다.

 [ 아, 우리 후배 아사노 있잖아, 이혼했대 ]

[ 그래? 아내랑 엄청 잘 지내지 않았어?

늦둥이 낳을 거라면서 둘이 러브러브였잖아 ]

[ 응, 근데 아내에게 새 남자가 생겼나 봐,

그래서 그냥 도장 찍었대 ]

 [ 그래..부부 사이는 정말 둘이만 알지 어느 누구도

모르는 일이야 ]


우리 집에서 파티를 할 때면, 항상 아내와 왔었고

집에서 요리도 모두 남편인 아사노 상이 

 하고, 아이 도시락까지도 싸둔다고해서

 그 때 참석한 사람들에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는데 그렇게

 잉꼬부부처럼 보였던 커플이 이혼을 했단다.

그것도 아내에게 남자가 생겨서...

[ 아, 또 예전에 우리 직원, 미나미 기억해? ]

[ 응, 알아, 한국 고추장 진짜 좋아하던 여자분 ]

[ 그 미나미도 작년에 이혼했대 ]

[ 왜? ]

[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거래처에서 말이 나왔어,,

딸 하나 있었는데 대학들어가고, 자기는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는데 나이도 있고, 실력도

그냥 그래서 마땅한 곳이 없나 봐 ]

[ 딸이 몇 살이지? ]

[ 작년에 대학 들어갔대, 그래서 독립한 것이고 ]

[ 그랬구나,,,]


일본은 20살이 되면 자식들이 독립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 역시, 미성년자를 벗어나면 독립하는 것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은 황혼이혼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자식들이 

독립해 나가거나 남편이 퇴직하면 아내들이

남편을 버리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깨달음은

남자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남자들은 점점 나이를 먹으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특히 퇴직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으면 더욱더 위축되고 집에서도

남편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아내에게

무시당하고, 남자까지 생기면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버리면 가만히 버림을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남자라고 했다. 


[ 깨달음, 여자는 안 불쌍하다고 생각해? ]

[ 남자는,,혼자 살면 더 초라하잖아,

여자들은 이혼해도 혼자서 멋지게 사는

경우가 많지만 남자들은 그러지 못해,

원래, 남자보다 여자가 강하니까..

우리 친구들도 모두 퇴직을 하고 나서는

아내 눈치가 많이 보인다고 그랬어 ]

깨달음이 말하는 중년 남자입장에서 아내는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거세지고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도 없어지고

 자식들에게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남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워한단다.


내가 보는 여자입장에서는 몇 십년동안 남편과

 아이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아내로서, 엄마로서만 살아왔기에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받고 싶고

아내와 엄마의 자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을 찾고 싶어하는 거라고 했다.

그렇게 우린 남자와 여자의 입장을 얘기하다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다른 부부들의 얘기를 나눌 게 아닌 그냥 

우리부부가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깨달음이 자기는

모든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내게 감사하다고 했다.


[ 왜 부러워 해? ]

[ 해년마다 회사연수갈 때 당신이 나를

잘 챙겨주는 걸 보고 일본여자한테 없는

 애정이 있는 것 같다고 그랬어.

 또 당신이 요리도 잘 하잖아, 우리 친구들은

거의 밖에서 사 먹는대, 밥 달라고 하면 아내가

귀찮아하는 표정을 짓는 게 싫대 ]  

[ 그래서 나한테 감사해? ]

[ 그냥 모든 게 감사해, 지금껏 내가 무심하게 

했거나 본의 아니게 상처 준 것은 잊어버리고

앞으로도 많이 예뻐해 줘~]

[ .............................]

남자들은 아내가 자기를 함부로 홀대하는 것

 같을 때나, 투명인간 취급할 때가 가장

 서운함을 느낀다며 항상

 자기를 아들처럼 귀엽게 봐주란다. 


[ 내가 언제 투명인간 취급했어? ]

[ 아니, 당신은 안 하는데 내 친구들

와이프들이 그런대 ]

언젠가 대학원 동창(일본인)이 내게 지금 

이혼하면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니까

아이들이 독립하고 남편이 은퇴하면 재산을

반으로 나눈다음 남은 여생은 멋진 남자를 

만나거나 아니면 혼자서 자유롭게 살거라

 했던말이 뇌리를 스쳤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중년부부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 듯, 특히 

부부관계는 오롯이 둘만의 일이기에

그 누구도 해결책을 내 줄 수 없다.

무엇보다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니

둘이서 부딪혀가며 답을 찾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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