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금 일본은..

어제는 남편을 위한 날

by 일본의 케이 2019. 11. 21.

올해도 연중행사 중 하나인

 쿠마테(熊手)를 사는 날,

  토리노이치(酉の市)가 돌아왔다. 

토리노이치는 에도시대때 중국에서

농민들을 위해 올리던 수확제를 기원으로

매년 토리노츠키(닭의 달-11월)의

토리노히(닭의 날)에 진행되는 축제에서

유래되었다.

우리가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듯이 

중국과 일본은 닭을 올렸다고 해서 

토리(닭)가 되었다고 한다.

매해 수확의 기쁨과 감사를 표하는 수확제가

 근대화에 접어들어 사업번창과 집안안정을 

목적으로 바뀌었고 지는 해의 무탈을 감사하고

 오는 해에도 복 많이 받고 잘 지내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변형되었다.


쿠마테(熊手)는 쿠마노테라고도 불리우며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갈쿠리에서

유해되었고 갈쿠리로 복을 긁어 

모으는 장식품을 뜻한다.

갈쿠리에 행운, 장수, 금전운, 명예, 교통안전,

가내평안 등등을 상징하는 각종의 행운관련

캐릭터와 상품들을 여기저기

붙여서 만들어 놓는다. 

사업체나 자영업자들 외에도 각 가정에

놓아두는 분들도 많아져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되는 날이다. 이날도 부적과 

복과 관련된 소품들을 파는 곳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신사에 기원을 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뒤섞여서 정신이 없다. 


깨달음이 무슨 기도?를 했는지 기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한참을 기다렸다가 

쿠마테를 사기 위해 안내엽서에 적힌

번호표를 찾아나섰다.

해년마다 같은 곳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그 분들 얼굴은 기억하고 있지만 인파속에서

찾기란 의외로 힘들었다.

[ 깨달음, 올해는 좀 더 큰 거 살까? ]

[ 아니야 ]

[ 왜? ]

[ 작년 것과 같은 사이즈 면 돼 ]

[ 비싸도 괜찮아, 당신 사업이 번창한다면

 얼마든지 내가 힘이 될 수 있어 ]

[ 아니야, 지금 사이즈로 충분해, 욕심

부리면 안돼 ]

[.........................]


이 쿠마테는 가격표가 정해져있지 않다. 손님들이

대략 가격을 정하는데 복을 많이 받기 위해서도

가격을 흥정하거나 깍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또한, 이 쿠마테를 구입하는 사람은 

되도록이면 경영자가 아닌 그 측근이나

관계자가 사 주는 게 복이 더 많아들어온다고 

해서 매년 내가 구입을 하고 있다.

 해년마다 장사나 사업이 번창하면 구마테의

 크기를 조금씩 더 큰 것으로 사는 게

일반적이라는데 깨달음은 똑같은

 사이즈를 고집했다. 

인파속을 뚫고 겨우 찾은 가게에  엽서를

 내밀자 많이 반가워하시며 따끈한 정종을

 한잔씩 주셨고 깨달음은 술을 

홀짝 거리며 마음에 드는 쿠마테를 골랐다.


구마테를 구입하면 가게에 계시는 분들과 

옆에 구경하는 손님들도 함께 테지메(手締め),

손뼉을 치는데 회사명을 먼저 선창한 다음

 [ 장사 번창 ]를 큰소리로 외치면서

 모두가 힘차게 손벽을 친다.

테지메는 모든 일이 무사히 잘 끝났음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같은 일본의 풍습인데

난 삼삼칠 박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그리고 쿠마테의 크기가

 클수록 이 박수소리도 우렁차고 훨씬 

더 힘이 실린다는 것을 매년 느낀다. 


꽤나 무거운 구마테를 들고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를 지나는데 맛있는 

냄새들이 풍겨와 몇번 멈칫거렸는데  

깨달음이 이 날을 위해 참아온 게 있다며

가자고 해서 간 곳은 짜장면집...

[ 짜장면 먹는 거야? ]

[ 응 ]

[ 지난번 한국에서 못 먹고 와서 

계속 생각났었어 ]

[ 그래,,오늘은 당신을 위한 날이니까

당신 먹고 싶은 거 먹어 ]


[ 지난번 수미네 반찬프로에서 아저씨들에게 

짜장면 만드는 법 가르쳐줬잖아, 그 때 보고

 오늘은 꼭 짜장면을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지 ]

[ 그래..잘 했어..]

묻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깨달음은 마치

3일 굶은 사람처럼 짜장과 짬뽕을 흡입했고

탕수육이 뜨거워서 입천장이 까졌다면서도

한입에 넣고 맛나게 먹었다.


[ 그렇게 맛있어? ]

[ 응, 안 먹으면 생각 나는 게 바로 이거야,

잊고 있었는데 수미네에서 

그 중국요리 쉐프가 만드는 거 보니까 

너무 먹고 싶었어, 이거 먹고 코리아타운 가서

짜장된장 한 번 사 볼까? ]

[ 내가 짜장면도 만들었으면 좋겠어? ]

[ 아니,,그 프로 보니까 나도 만들수 있을 것

 같아서. 나 같은 아저씨들이 만들기 쉽게

설명하니까 왠지 흉내낼 수 있을 거 같애 ]

[ 그냥,,짜장은 이렇게 가게에서 먹자 ]

[ 그래..그럼..]

그렇게 우린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깨달음이 고맙다는 말을 아주 정중히 두번했다.

구마테를 매년 기분좋게 사줘서 고맙고

저녁도 자신이 먹고 싶다는 걸 먹게 해줘서

감사하다며 내년에도 갈쿠리로 일거리를 

많이 긁어 모을것 같단다.

일이 많은 것도 좋지만 일년에 한번쯤은

 남편과 남편이 하는 일을 위해 신경쓰는 날이  

있어도 그리 나쁘진 않는 것 같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하는 일이 순탄했으면 좋겠다.

댓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