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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한국에서의 3박4일은 이러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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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생각보다 일찍 입국장에 나타났다.

지난 12월엔 입국심사를 하는데 1시간이상 

걸렸는데 이번에는 바로 나왔다.

호텔에 짐가방을 두고 서촌 한옥마을을

갔다가 경복궁으로 옮겨 조선의 국왕이라는 

전시코너를 잠깐 둘러보았다.


그리고 굴전에 막걸리를 간단히 한잔씩하고는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아빠의 8주기 추모를 위해 우린 한국에 갔었다.

대구에서 신천지 사건?이 발생하기 바로 전인

2월 20일에 갔는데 그 때도 분위기는 썩 그리

좋지 않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 갈 수 있을까,

이번 추도식은 취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말이 형제들 사이에 나왔기 때문에 

우린 솔직히 혼란속에 빠져있었다.

깨달음에게 형제들의 의견을 얘기 했을 때

어쩔 수 없지 않겠냐고 덤덤히 받아들였고

밖에 돌아다니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깨달음도 호텔 방에서 서울관광

 지도만 펼쳐놓고 끝에서 끝까지 훑어보기를 

반복하며 형제들의 의견이 절충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음날도 아침 일찍 코로나 감염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한국 뉴스와 일본뉴스를 

번갈아보고 있을 때 형제들 카톡이 울렸다.


광주에서의 추도식을 갖지 않고

간단히 오빠가 엄마를 모시고 추모관에 

다녀오겠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오빠를 제외한 형제들은 서울, 제주도, 그리고

우리는 일본, 이렇게 각지에서 모이게 되는 거여서

여러모로 모두에게 위험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모였다.

깨달음도 예상은 했던 일이여서인지 형제들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고 이틀동안 서울에서

어떻게 지낼 것인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서울 관광지도를 살피다가

광주에 못 가게 됐으니 꼬막을 어디서 먹으면

되겠냐고 물어서 보성벌교 꼬막전문집을 

찾아 꼬막정식을 먹었다.  

[ 깨달음,,만족해? 엄마집에서 먹어야 되는데

괜히..미안하네..]

[ 아니야,,여기도 맛있어. 한국에 와서

꼬막을 안 먹으면 서운하잖아,

여기도 충분히 맛있으니까 미안하게

생각하지마, 그리고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천재지변 같은 건데..어쩔 수 없잖아,모두가

 조심하자는 거니까 난 아무렇지도 않아]

그렇게 말하고는 한국 꼬막은 왜 살이 이렇게도

꽉 차 있는건지 신기하다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자기가 사람들이 적게 모일 곳을 

찾아놨다며 롯데월드 타워에 가고 싶다고 했다.

밀폐된 엘리베이터가 위험할 수 있다고 하자

마스크를 2장씩 쓰고 가자고 했다.

약간의 갈등은 했지만 광주에도 못가고

그냥 호텔방에 있게 하는 것도 짠한 마음이 들어

마스크를 한장씩 더 쓰고 롯데월드 타워를 갔다. 


깨달음 예측대로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라운지에서 간단히 술을 한잔씩 하고 내려와

호텔에서 밤늦게 까지 티브이 시청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날,,작은언니와 형부가 일본에서 일부러 

왔는데 아무데도 못가고 갇혀? 있는 우리가

짠했는지 깨달음이 좋아하는 한우를 사주셨다.

일본에서는 맛보기 힘든 육회까지 먹으며

진짜 맛있다고 엄지척을 몇 번하면서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일본행 비행기가 뜰 때까지

우린 호텔에서 숨죽여 있다가

커피숍에 남은 시간을 채웠다.

커피를 한모금하고는 깨달음이 

한숨을 쉬듯이 심심해라고 했다.

[ 심심해도 좀 참아, 곧 비행기 타니까..]

[ 그래도 심심해...]

[ 출국심사 빨리하고 라운지 들어갈까? ]

[ 라운지도 이제 재미없어,,]

[ ............................ ]



비행기에서 확인한 뉴스에서

신천지 교인들이 각지에 퍼져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한국에 다녀온지 벌써 10일이 다 되어간다.

이렇게 조마조마하며 한국을 다녀온 것은

깨달음도 나도 처음 있는 일이였다.

3박4일간, 조심하며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지 않으려 노력하며 지냈던 것 같다.

아빠의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긴 했지만 무사히 다시 일본에 돌아왔다.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코로나19로 사회적 분위기가 아주 심난하다.

하루빨리 잠잠해지질, 모두가 잘 이겨내고

버틸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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