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매일 사 오는 것들

by 일본의 케이 2020. 9. 24.

결혼을 하고 신혼때부터 깨달음은 퇴근하는 길에

뭔가를 사들고 왔다. 신기해서 왜 사오냐고 물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거니까라고 말할 때도 있고

 맛있게 보여서라던가

세일하길래라는 이유를 댔었다

결혼 10년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깨달음은 

변함없이 빈 손으로 들어오질 않는다.

주로 과일을 위주로 사가지고 오는 편인데

배추와 무를 사 온 날은 약간 황당해서

뭐 먹고 싶은 게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깍두기가 더 떨어질 건 같아서 사왔다고 했다.


[ 배추는 왜 샀어? ]

[ 음,,겉절이하면 맛있잖아,,]

[ 겉절이 먹고 싶었어? ]

[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배추는 나물도

할 수 있고 뭐든지 해 먹을 수 있으니까 샀어 ]

회사를 나와 역 지하 백화점이나 옆 건물 

상가에서 사온다는데 그래서인지 식빵을 

사올 때도 있고 닭튀김도 있고 느닷없이 꼬막을 

들고 오기도 해서 무슨 기준으로 사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때가 있다. 


[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 오는 거야? ]

[ 그날 기분에 따라서 마음이 끌리는 걸 사는 거야 ]

[ 그냥 느낌으로?]

[ 응, 왠지 눈길이 가는 것을 사지]

[ 내가 좋아하는 것만 사는 게 아니라? ]

[ 응,,당신이 좋아하는 것도 사지만 그냥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주로 사 ]

[ ........................... ] 

그래서인지 깨달음이 샀다고 내민 것들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 때가 가끔 있다. 말그대로 

자기 눈길이 끌리는대로 구입하다보니까 

쌩뚱맞는 걸 내밀때도 있다.

옥수수 수염과 이파리가 그대로 달린 

미니 옥수수도 아닌 덜자란 옥수수를 

받았을 때도 그랬고, 공심채를 사와서는

흔들흔들 보여줄때도 그렇게 또 어느날은 무섭게 

생긴 생미역과 케익 한조각을 사오기도 하는

전혀 조화가 맞지 않는 구성을 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스박스를 건넸다.

생선일거라는 추측은 했는데 뚜껑을 열자

반건조 생선들이 15마리나 들어있었다.

[ 뭘 이렇게 많이 샀어? ]

[ 당신 좋아하잖아 ]

[ 그래도,, 냉동실에 다 들어갈지 걱정이네 ]

[ 이 생선가게 주인이 전갱이는 한국산이

맛있다면서 한국산을 권하는데 웃겼어, 

일본에서 잡히는 건조 생선으로 유명한 곳인데 

한국 게 더 맛있고 가격도 더 비쌌 ] 


[ 맛있게는 생겼네. 정말,,살도 통통하고,,]

[ 다들 한국산을 사더라고, 그 고등어는 또

 노르웨이산이래, 그게 맛있다고,,]

[ 그 가게 재밌네. 일본산 건어물을 파는 유명한 

곳인데  외국산이 많은 거였어? ]

( 일본은 건어물상에서 반건조 생선을

 위주로 판매하는 곳이 많음)

[ 일본산도 있는데 인기상품은 죄다 외국산이야]

[ 근데,,오늘은 왜 생선을 사올 생각을 했어?]

[ 그냥, 당신이 좋아하고 맛있게 보여서 ]


내가 좋아한다고 이렇게 많이 사 왔다는 깨달음.

많이 고마워서 엉덩이 한번 토닥토닥 해주고

 냉동실에 한마리씩 포장을 해넣는데

 문득 아빠가 떠올랐다.

내 어릴적 우리 아빠는 자식들을 위해

자전거 뒤에 명태, 고등어, 오징어 같은 생선을 

한괴짝씩 사오실 때가 많았다.

과일도 포도, 귤, 사과는 늘 상자채 싣고 오셨고

사탕,스넥, 초콜렛, 바나나는 물론 매월 어깨동무, 

보물섬이라는 80년대 나온 어린이용 만화잡지를

 잊지 않고 사오셨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찌링찌링, 차임벨을 두번 울리고 대문에 

들어서시면 우린 우루루 마루로 뛰쳐나가

 인사는 하는둥 마는둥 자전거에서

 내리는 짐보따리들을 받아들고 뭐가 들었는지 

앞다퉈 열어보고 서로 뺐느라 난리가 아니였다.

지금도 마트에 가면 내 어릴적 먹었던 그 

과자들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걸 보면 불연듯,

유년시절의 하루가 떠올라 코끝이 찡해지곤 한다.

[ 깨달음,내가 당신 자식 같은 느낌이 들때 있어?]

[ 아니..그런생각 별로 안 했는데? 왜?]

[ 아니..그냥,,]

[ 난 한번도 당신을 자식처럼 생각 안 해봤어]

[ 알았어..그냥 당신이 매번 사들고 오는 

그 마음이 꼭 우리 아빠한테 받은 사랑이랄까.

왠지..부성같은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래..]

[ 그냥, 요즘,,당신이 한국에 못 가는 상황,

그런 것들이 좀 짠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 ]

깨달음은 매일 이렇게 자기 눈에 끌린 것들을

 사온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마음 한켠에 가족과 

떨어져 홀로 있는 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남편에게서 아빠가 느껴지는 건 싫다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난 깨달음에게서 아빠가 

보이는 게 그리 싫지 않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