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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그냥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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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 반찬들을 꺼내고 볶아놓은

소고기로 미역국을 끓이고 고등어를 구워

아침을 차렸다.

이 날은 깨달음 생일이었다.

작년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까맣게 잊고

지나쳐버려서 행여나 올 해도 잊어버릴까 봐 

달력에 표시를 해두었다. 

[ 깨달음, 생일 축하해 ]

[ 당신은 안 먹어? ]

[ 응, 우유 마셨어. 생일파티는 주말에 해줄게 ]

깨달음이 식사하는 것을 보고 난 외출 준비를 했다.

눈썹을 그리며 예약시간까지 충분하지만

택시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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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물혹 같은 게 만져진 건 3일 전이었다.

통증도 없는데 상당히 큰 혹이 왼쪽 편에

자리하고 있었고 침을 삼칠 때마다 따라 움직였다.

뭘까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갑상선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걸 알았다.

그 자리에서 이비인후과에 예약을 했고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깨달음이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냥 나 혼자

 집을 나섰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

군데군데 빈자리는 많았지만 환자들이

모여있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초음파 결과를 보고 난 후에 얘기를 하는 게

편할 것 같다던 담당의는 대학생처럼

젊디 젊었다.

일본은 군 제도가 없으니 안 갔을 테니까

과연 몇 살 쯤이 되는지 괜시리 궁금했다.

먼저 채혈을 하고 초음파실로 안내하는

간호사가 30분 이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간단한 식사를 해도 된다고 했다.

아침을 먹지 않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내 위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늘 다니던 병원이어서인지 이곳이

 많이 익숙해져 있는 나는 병동을 잠시

돌아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얌전히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초음파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담당의가 이마에 주름을 모아놓고

초음파 사진을 여러 각도로 보여주면서

내게 설명을 해줬다.

[ 호르몬 수치도 상당히 높네요.. 그렇다고

꼭 나쁘다는 건 아닌데.. 오늘 조직 검사를

해야 될 것 같네요... 여기 왼쪽 물혹 밑에 이

검은 그림자 같은 게.. 좀 수상해요..

그리고 오른쪽에도 작은 혹이 있네요..]

[ 저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

[ 원래. 갑상선은 별 증상이 없어서 초기검진을

하는 게 가장 좋은데.. 이 혹이 상당히 커요..

좀 일찍 눈치채셨으면 좋았을 건데..]

[..................................... ]

왼쪽만 있다고 생각했던 혹이 오른쪽에도

있다는 말에 왠지 오싹해져왔다.

간호사에게 몇 마디 준비를 시키고 난

침대에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 누웠다.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 진동이 침대까지

울려대서 봤더니 깨달음이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지 묻는 메일이었다.

갑상선의 조직검사는 미세침 흡인 검사라고 불렸다.

주삿바늘로 결정(물혹이나 결정체)을 찔러 

소량의 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이다.

[ 좀 따끔할 겁니다. 근데..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채취할 수도 있어요 ]

의사가 주사기를 들고 서 있을 때 난 눈을 감았다.

좀 따끔할 거라 했는데 주사기를 목에 찌른 상태로

안에서 휘젓기를 서너번, 의외로 아팠다.

그리고 또 한 번 주사기가 내 목으로 들어오고,,,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결과는 2주 후에 나오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악성이면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며 너무 걱정 말란다.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휘청거리는 날

담당의가 잽싸게 잡아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라며 소파까지 안내했다.

의대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젊은 의사가

어쩌면 30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목에서 나는

출혈을 잡으며 휴식을 취했다.

담당의는 암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그냥, 악성일 경우 수술을 하자고 했다.

행여 암이라 해도, 그로 인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도 왠지

난 덤덤한 마음이였다.

내 동창과 후배도 이 수술을 했기 때문인지

그리 겁먹을 게 아니다 생각해서이다.

깨달음에게 빠른 퇴근을 하고 오겠다는

카톡이 오고 나는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keijapan.tistory.com/1406

 

결코 부러운 삶이 아닙니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난 병원을 찾았다. 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데 오른쪽 팔뒤꿈치가 좀 가려운 것 같아서 만져봤더니 말랑말랑 뭔가가 만져졌다. 예약전화를 했더니

keijapan.tistory.com

  깨달음이 내 목을 보고 [ 오메, 오메..]를 연발했다.

[ 아프지? ]

[ 좀 아팠어..일주일 정도 멍이 들거래 ]

[ 수술 여부는 2주후에 결정되는 거야?]

[ 응 ]

거즈를 떼어내고 소독을 하는 내 목을

보고 눈을 찔끔 감고는 제발

별 일 아니였으면 좋겠다며 자기가

알아보니 나이가 들면 남자들은 전립선,

여자들은 갑상선에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너무 염려말라며 날 위로했다.

여성들에게 많은 갑상선 질환은 그 요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방사선 노출이나 유전적 요인, 과거 갑상선

질환 병력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내가 이곳 일본에

살아서 방사선 노출이 되었다 한다치면

한국에 사는 친구와 후배는 왜 걸렸는지

모를 일이고 아무튼, 2주 후가 되면

뭔가 결정이 날 것이다.

건강이 최고라며 나름 챙기고 살아온 것 같은데

그게 최선이 아니였던 모양이다.

왠지모를 허탈감이 밀려오긴 하지만

깨달음 바람처럼 아무일 없으면 더할나위없이

좋겠고 혹여나 수술을 해야한다해도

편한마음으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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