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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결코 부러운 삶이 아닙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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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쉬는 날인데 난 병원을 찾았다.

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데 오른쪽 팔뒤꿈치가 좀 가려운 것 같아서

만져봤더니 말랑말랑 뭔가가 만져졌다.

예약전화를 했더니 정기검진외의 외래환자는

코로나때문에 지금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해

아침에 서둘러 갔는데 대기만 1시간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서부터 불안한 마음에 

난 병원을 찾지 않았다.

정기검진도 내년으로 미뤄놓고 조심조심하며

지내왔는데 뜻하지 않는 일로 오게 되었다.

기다린지 10분정도 지났을 때 엑스레이를 찍었고

그후 48분이 지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2중마스크에 페이스쉴드를 장착하신 선생님과 

환자인 내 거리가 1미터이상 떨어져 있는

 상태로 대화를 하는 상황이 코미디 같아서 

피식 웃음이 세어나왔다.

[ 엑스레이상은 뼈, 근육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여기 보시면 아주 미세하게 액체가 보이나요? ]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려 설명을 하셨다.

점액낭이라는 뼈와 피부 사이에 점액을 가진 조그마한 

주머니 형태가 있는데 관절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그 윤활유같은 게 외부의 어떤 자극에 의해

세어 나왔다고 한다.

[ 팔꿈치를 사용하는 직업을 가지셨나요? ]

[ 아니요 ]

[ 컴퓨터 많이 하시죠? ]

[네..]

[ 부딪힌 적은 없으세요? ]

[ 네..]


 아마도 책상에 반복적으로 팔꿈치를 대는 일이

잦아서 이렇게 된 것 같다며 갑자기 바뀌 달린

의자를 내 쪽으로 밀고 들어와서는 

팔꿈치를 만져보자셨다.

통증의 유무를 물으시고는 

 통증이 없기 때문에 처방약이 특별히 없다며

 보호대를 차는 게 좋을 거라 하셨다.

[ 이 점액은 빼지 않아도 되나요? ]

[ 점액을 뺄 정도로 많지 않고 주사기로

뺀다고 해도 다시 차기 때문에 보호대를 하고 

되도록이면 부딪히지 않게 생활하시면 되요 ]

진찰실을 나와  조금전 검색을 했을 때 

  처방약이 있다고 나왔는데 약이 없다고 하니

 약간 의문스러웠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간호사가 보호대를 주며 설명을 할 때 내가 

다시 점액을 빼 내야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뼈가 튀어나온 관절에 있는 점액낭은 무릎 앞이나 

팔꿈치, 발목의 복숭아뼈 등 여러곳이 있는데 

특히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는다거나 반복적으로

 팔꿈치를 책상에 많이 대거나 팔꿈치를 괴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자주 발생한다며 나같은

 경우는 보호대만으로 충분하다고

 피부로 흡수될 때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리니

그냥 잊고 생활하면 된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보호대를 차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밖은 가을 하늘로 드넓고 높았다.

보호대 탓인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오른팔을 보며 난 생각에 잠겼다.


엊그제 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내 블로그를 몇해전부터 보셨다는 그 분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시며 내가 많이 부럽다고 하셨다.

나처럼 해외거주를 하시는 그 분은 

깨달음이 자상하면서 능력이 있는 것도

  한국에서 소포가 자주 오는 것도 

일본인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도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도

 내가 요리를 잘 하는 것도 부럽다 하셨다.

가끔 내가, 아니 우리 부부가 부럽다는 댓글을

남기시는 분이 계신다.

난 솔직히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주에 올린 글에 우리 부부는 지옥과 천국을 몇년째

오갔음을 밝혔고 내 몸은 종합병원이라 불릴만큼 

이곳저곳 고장이 나 병원을 제 집처럼 들락거렸다.

https://keijapan.tistory.com/1404

(남편이 털어놓은 결혼생활 10년)

 소포는 한국에서 오는 만큼 나도 열심히 보내고

있기에 받는 것이고 일본인과 잘 지내는 건 직업상도

그렇고 잘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여행을 자주 가는 건 여행목적으로 매달 둘이서 

저축을 하기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요리에 신경을 쓰는 건 부부의 건강을 위해

 하는 것뿐이기에 부러워할 게 전혀 없는데 

그런 말씀들을 하신다.

그저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일 뿐이지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사는 것 별반 다를 게 없고

전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는 걸 아실 것이다.

 매번  말씀 드렸듯이 블로그에 보여지는 게

저희 부부의 다가 아니며 모두 보여드릴 수도 없다. 

그저 매순간 감사하자고 노력하고 있고

지금에 만족하며 내 스스로를 내려놓으려 

애를 쓰며 살고 있다.

그러니 조금도 부러워하실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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