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에서도 줄곧 깨달음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직원이 또 문제를 일으켜 그것을 수습하느라
이번 주는 현장과 미팅을 거듭하느라 바빴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난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자기가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꼭 같이 가겠다며 동행을 했다.
입구에 들어서서도 통화가 이어져서
난 먼저 접수를 하고 진찰실로 향했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러서는 혈압을 재라길래
오늘은 검사결과를 듣는 날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혈압을 재란다.
진찰실 근처에서 나를 힐끔 거리며
통화를 하던 깨달음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다 한참만에 내 옆자리에 앉았다.
[ 깨달음, 바쁘니까 가도 돼 ]
[ 아니야, 전화로 다 해결했고 그쪽에서
서류보완을 좀 하라니까 그것만 맞춰주면 돼 ]
[ 잘 처리된 거야? ]
[ 응, 의뢰인이 많이 이해해 줘서 잘 풀렸어]
[ 그럼,, 다행이고,..,,]
내 손에 들린 종이쪽지를 보고는
자기도 혈압체크를 한 번 해보겠다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혈압측정기 앞에 앉았다.
우린 10분 정도 문제를 일으킨 직원에
대해 얘기를 했고 내 번호가 뜨자
깨달음과 함께 진찰실에 들어갔다.
젊은 의사는 내 목을 다시 만져보며
변한 게 있냐고 물었고 좀 작아진 듯
이젠 혹 같은 게 잡히지 않는다고 하니까
지난번에 주사기로 빼서 적어졌을 거라며
컴퓨터 화면을 내쪽으로 돌렸다.
그때 뒤에 앉아있던 깨달음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 검사 결과를 보니 다행히 양성입니다. 지난번
세포검사 때 색이 탁해서 좀 신경이 쓰였는데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 그럼 수술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거예요? ]
[ 네, 그래도 한 달에 한번, 추적 관찰을
하는 게 좋고 괜찮아지면 6개월에서 일 년에
한 번으로 지켜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
[ 치료는 따로 할 게 없는 건가요? ]
[ 네, 양성 결절은 별다른 치료가
필요치 않아요 ]
이때 깨달음이 이 양성 결절이
암(악성)으로 악화하는 일은 없냐고 물었다.
[ 암으로 바뀌는 일은 없지만, 정기적으로
진찰을 하시는 게 예방차원에서 좋습니다 ]
깨달음은 혹시 암으로 변해가는 게 아닌가 싶어
수술로 떼어내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결절의 크기나 모양에 변화가 생기면 다시
미세침 흡인세포검사를 시행해서 세포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 3주 후에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하시면 됩니다]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우린 다음 예약표를 받고 진찰실을 나왔다.
내 어깨를 툭 치며 깨달음이 말했다.
[ 다행이다, 정말 ]
[ 응, 난 어느 정도 각오를 했었거든... ]
[ 나는 암으로 변할까 봐 그게 걱정이었어 ]
[ 의사에게 직접 묻고 싶다는 게 그거였어?]
[ 응 ]
깨달음 얼굴에서 안도감이 보였고 나도
무거웠던 어깨가 훨씬 가벼워짐을 느꼈다.
정산을 하고 나오는데 깨달음은
다시 통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른 회사로 돌아가라고 했더니
차 한잔 하고 가겠다고 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냉장고 속, 반찬들을 꺼내고 볶아놓은 소고기로 미역국을 끓이고 고등어를 구워 아침을 차렸다. 이 날은 깨달음 생일이었다. 작년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까맣게 잊고 지나쳐버려서 행여나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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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시켜놓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 깨달음, 걱정했지? ]
[ 아니, 나는 걱정 안 했어 ]
[ 나도 안 아프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네]
[ 그게 마음대로 되는 사람이 어딨어,
나도 이제 늙어서 언제 아플지 모르니까 지금
당신한테 잘하는 거야, 그니까 당신도 내가 아프면
꼭 이렇게 병원에 따라와야 돼, 알았지? ]
[ 기브엔 테이크야? ]
[ 당연하지, 세상엔 공짜가 없어,
나도 아프면 당신이 옆에서 따라다니면서
괜찮다, 아무일 아니다라고 힘을 줘야지 ]
[ 알았어..그렇게 할게. 고마워..]
우리 커피와 코코아로 건배를 하고
조용히 차를 마셨다.
코코아가 목구멍 속 응어리까지 함께
쓸어 내려가는 듯 뜨거웠다.
의외의 처방전을 내려 준 일본 의사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다행히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병원 입구의 출입문은 물론 치료실 문도 모두 열어둔 채 환기를 시키고 있는 듯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작은 탁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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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끝났습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에 수술은 하지 않고
앞으로 경과를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늘 아프지 말아야지, 내가 아프면 나 보다
주위 사람이 더 힘들다는 걸 잘 알기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는 대로
자꾸만 삐걱거리네요.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고, 말없이 지켜봐 주시는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아프지 않고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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