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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러분 덕분에 살아갑니다

by 일본의 케이 202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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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회 출근이 일상화로 자리 잡아가고부터

우리 부부의 하루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 시간들을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

서로의 출근이 달라도 개의치 않고

퇴근이 빠르거나 느려도 그냥 그러러니 하고

상대의 페이스에 적당히 맞춰가며 생활하고 있다.

오늘은 둘 다 집에서 쉬는 날이었는데

아침 일찍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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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무거운데 누가 보낸 거야? ]

깨달음이 물었지만 난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주 병원에 다녀온 글을 올린 후 

걱정의 메일과 방문록에 메시지를 남겨주신 분이

꽤 계셨다. 괜찮을 거라고, 너무 걱정 말라고,

잘 이겨내실 거라 믿는다는 내용이었다.

[ 누가 보내주신 거야? 블로그 이웃님이? ]

[ 응,,,]

[ 너무 많이 보내주셨네...]

갑상선에는 미역이 좋아서 넣었고 과자는

요양원에 계시는 시부모님 몫까지 챙겨

넣으셨다는데 감사함보다 죄송한 마음에 앞서

아무 말이 나오질 않았다.

[ 이 미역, 맛있겠다. 아, 연양갱도 들어있어 ]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하게 떠드는 깨달음이

속없이 보여서 자초지종을 간략하게

설명했더니 깨달음 표정이 갑자기 숙연해졌다.

오늘뿐만 아니라 지난주에도 난  소포 박스를

두 개나 받았다. 하나는 한국 마스크부터 간장,

깨, 소면, 액젓, 치약, 된장, 깻잎장아찌,

마른 고사리까지 요리에 필요한 것들이

가득 담긴 소포였다.

맛있는 음식 해 먹고 힘을 내라고

인스턴트를 보내는 것보다 조금은 손이 가지만

직접 만들어 드시는 게 건강에도 좋다고

별 거 아닌 수술이니 이겨내실 거라 믿는다는

메시지가 첨부되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일본에 사시는 이웃님이 

자신이 손수 캔 봄나물 세트를 보내주셨다.

keijapan.tistory.com/1442

 

자꾸만 한국으로 나를 보낸다

깨달음은 잠깐 회사를 다녀와야 해서 난 혼자 우체국을 찾았다. 오늘은 동생과 지인에게 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 박스를 챙겨 나왔다. 내게 한국의 가족, 친구, 지인, 블로그 이웃님께 소포를

keijapan.tistory.com

나물을 캐느라 들인 시간과 노고를 내게까지

나눠 주신 그 따스함이 전해져 와서

쑥을 코에 갖다 대고 눈을 감은 채로 

꽤 오랜 시간 향을 맡았다.

어릴 적 엄마가 따오셨던 쑥도 생각나고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못난 쑥떡도 떠오르고

제주도 언니네 집에서 자매들이 모여

고사리 따면서 쑥을 캤던 최근의 기억까지

쑥향이 이끌어주는 곳은 모두 한국이었다.

오늘은 마지막 남은 달래를 넣고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서 깨달음에게 쑥에 담긴 내 어릴 적 향수를

얘기했더니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그는 달래도 익숙하지 않고 쑥도 국에 넣는 건

처음이라며 조리법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지는 게

좋은데 쑥은 역시 쑥떡이 최고로 맛있는 거 같으니

나보고 쑥떡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 깨달음, 쑥떡이 맛있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소포를 보내주신

그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돼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얘기야 ]

[ 알아,  당신 아프지 말고 파이팅하라는 거잖아,

보내주신 재료들로 한국 음식 만들어

해 먹으면 조금이나마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내주신 거라는 거 나도 알지,

근데,, 좀 다른 얘기인데,, 요양원에 보낼 과자,,

내가 먼저 맛을 조금 보면 안 될까?

안 먹어본 과자가 몇 개 있던데..]

[........................................ ]

이렇게 깨달음은 속이 있는 듯하다가도

전혀 생각 없는 아이처럼 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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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둘이 다시 마주 보고 앉아 어떻게

이 감사한 마음을 돌려드릴까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 검사 결과를 듣고 움직이는 게 좋겠지? ]

[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

[ 별 일 없으면 주말에 선물 사러 나가자]

[ 그래, 그게 좋겠다 ]

[ 근데 뭐 사는 게 좋을까? ]

[ 음,, 여름철에 먹으면 맛있는 것, 먹으면 왠지

기분 좋아지는 것, 코로나를 잠시나마 잊어 버릴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고르는 게 좋지 않을까? ]

 [ 그게 좋겠다..]

keijapan.tistory.com/1449

 

나 몰래 남편이 주문한 것

한국의 구정이었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년, 구정이 되면 되도록 한국식으로 쇠려고 떡국이며 갈비, 전 등 명절 음식을 장만하곤 했지만 올 해는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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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japan.tistory.com/1456

 

그냥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냉장고 속, 반찬들을 꺼내고 볶아놓은 소고기로 미역국을 끓이고 고등어를 구워 아침을 차렸다. 이 날은 깨달음 생일이었다. 작년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까맣게 잊고 지나쳐버려서 행여나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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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금요일이면 조직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행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도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응원의 힘으로

잘하고 나올 생각입니다.

염려와 우려가 앞서 두려워지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다독여주시고, 위로해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저희들이

지금까지 의지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만 가득할 수 없는 게

인생이고, 삶이지만 저희는 여러분들을 

이렇게 만날 수 있었음에 무엇보다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여러분 덕분에 저희가

 행복할 수 있음을 좋은 글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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