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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병상일기-3 추억을 먹는다

by 일본의 케이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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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다리를 다치고부터 유일하게 외출이

허용되었던 건 집 앞에서 날 기다리는

병원행 택시를 타는 것뿐이었다.

 골절상을 입은 지 20일이 지나고 나니 시퍼렇던

멍도 많이 사라지고 통증도 가라앉았지만

 복숭아뼈 주변 발목의 부기가 빠지지 않아

여전히 걷는 게 불편하다.

온전히 힘을 줄 수 없어 절뚝거리게 되고 그렇게

무리해서 움직이다 보면 욱신거려 밤이 되면

어김없이 냉찜질을 해야 한다.

 

어제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기지개를

켜다 왼발의 근육에까지 힘이 들어가

아파서 죽을뻔했다.

인간이 기지개 켤 때마다 어떤 시스템으로 

근육들이 작동하는지 새삼 인체의 신비에

경의를 표하는 시간이였다.

대상포진이 생긴 허벅지는 딱지가 점점 단단해져

거무스름한 빛이 진해져 가고 아침이면

수포가 생겼던 부위가 딱지와 함께

당기고 따끔거리지만 많이 좋아졌다.

오늘은 3주 만에 외출을 강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병원에 가는 일 외에 외출을 할 수 없었던 탓에 

 쇼핑거리는 아마죤이나 락텐에서 해결했고

음식은 깨달음이 퇴근하며 사 오는 도시락이나

 레토르트 음식, 배달음식에 의존을 했다.

독한 약을 먹기 위해서는 하루 세끼를 챙겨야 하는데

배달음식, 인스턴트로는 한계가 오고 있었다.

깨달음이 가끔 내가 좋아하는 성게알과 게살 도시락,

야키도리를 사 오곤 했지만, 집밥같은 밥을

먹고 싶다는 욕구는 날이 갈수록 절실해졌다.

한국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은

 한국인 입맛도 아닌 일본인 입맛도 아닌

어중간한 퓨전 맛이 나서  그만뒀다.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곳에서 주문한 육개장은

코멘트를 남기기 힘들 만큼 실망스러웠다.

복용하는 약이 식욕부진을 일으킨 탓인지 난 점점

입맛이 없어져갔고 신라면을 찾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영양부족으로

몸이 또 이상신호를 보낼 것 같아서

집을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고 전날, 만들어 놓았던 밑반찬이 떨어진지

오래됐고 한국 같으면 동네 마트에 나가도

바로 만든 각종 반찬들이 넘쳐날 텐데

그런 반찬들을 먹기 위해서는 내가 만들어야하는

현실이 우울하지만 집밥을 먹겠다는

진념으로 마트로 향했다.

https://keijapan.tistory.com/1437

 

해외에서 한식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깨달음은 두 번으로 출근 횟수를 줄였지만 오늘은 거래처에서 미팅에 참석하길 원해 집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무겁다며 현관 앞에서

keijapan.tistory.com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있는 쇼핑몰에

걸어가는데도 내 왼발은 힘들어했다.

그래도 집밥을 먹겠다는 강한 의지로

식자재와 반찬거리를 사고

3층 신발가게에 잠시 들렀다.

디자인보다는 기능성을 중시한 좀 편하면서도

발을 보호해줄 수 있는 신발을

하나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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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멸치, 오징어채. 오이장아찌 무침,

계란말이를 만들어 즉석 누룽지에 식사를 했다.

아직 자유롭게 걷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주방에 서서 반찬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기쁘던지 

고추장멸치조림이 누룽지와 잘 어울려

기분이 좋아진다.

https://keijapan.tistory.com/1100

 

해외생활이 길어질수록 가장 그리운 것

메일을 읽은 후배와 통화를 했다. [ 언니,,그냥 내일 당장 오면 안돼요? 지금 그렇게 힘든데 왜 6월부터야? ] [ 5월 28일까지 스케쥴 있어서 못 움직여..] [ 가슴은 도대체 원인을 모른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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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https://keijapan.tistory.com/1388

 

일본살이를 그만 두고 싶은 이유

깨달음이 출근하며 현관문을 닫자마자  난 설거지를 후다닥 해치우고 잽싸게  청소기로 거실만 대충대충 밀어냈다. 그리고 전날 챙겨둔 사진과 여권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물 한병, 책 한권

keijapan.tistory.com

유학시절에는 김치없이 단무지에도

잘 먹고 지냈다. 나물도 싫어하고

고추장도 싫었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것들을 찾고 있다.

한국 반찬들이야 이곳에서도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로 얼마든 만들 수 있는 게 많지만

지금처럼 몸이 불편해지면 머릿속 가득히

먹고 싶은 음식들만 쌓여가는 것 같다.

묵은지 넣은 고등어조림, 미역냉국,

멸치꽈리고추볶음, 깻잎지짐, 코다리 조림,

도라지나물, 김자반무침...

엄마가 해주셨던 반찬 하나하나엔

치유력이 있었던 것 같다. 

 한 입 떠먹으면 금방 힘이 날 것 같은....

난 그 추억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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