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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일본어 선생님이 기억하는 한국 유학생

by 일본의 케이 2021.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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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상, PCR검사했어? ]

[ 그렇지 않아도 하려고 했는데 검사 키트가

없어서 리더에게 말해뒀어요 ]

[ 언제 준비된다고 그래? ]

[ 오후에나 올려 보내겠다고 하네요 ]

[ 코로나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페럴림픽 보란티어로 활동을 한지 

일주일,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어제부터 밖은 비가 추적추적 오고

기온도 뚝 떨어져 다들 점퍼를 꺼내 입었다.

매일 같은 얼굴의 보란티어를 볼 수 없어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업무를 공유하며 보냈다.

내가 맡았던 사무쪽은 60대의 주부가

과반수를 차지해서 젊은 축에 속한 나는

컴퓨터를 다루는 일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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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모두가 사무실에서만

앉아 서류를 정리하거나 체크인을 돕기도 했다.

날이 좋았던 날은 선수촌 주변 청소를 하기도 하고

알코올을 들고 다니며 테이블, 의자, 서류함을

깨끗이 소독했고 또 어떤 날은

메인경기장으로 옮겨 배송된 물건들을

각 부서에 분배하기도 했다.

내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처음에 배정되었던

일은 할 수 없게 되었고 지금은 통역을 맡았지만 

 의외로 통역할 일이 별로 없어서

모두가 함께 청소를 하고,

소독을 하며 물건을 나르는 일을 했다.

[ 정 상, 다리 통증은 어때?

오늘 너무 움직이는 거 아니야? ]

[ 아니, 괜찮아요,, 조심하면서 하고 있어요 ]

[ 너무 무리하지 마, 보란티어는 무리해가면서

하는 게 아니니까  ]

[ 네...]  

오늘도 내 골절된 다리를 염려해주신 분은

쿠로타니 상(黒谷 )이었다.

보란티어 첫날, 내가 일본인인 줄 알았다면서

어디서 일본어를 배웠냐고 물으셨고

유학 와서 바로 일본어학원을 다녔다고 하자

그때부터 자신의 얘길 해주셨다. 

그녀는 치바(千葉)출신으로 중학교 교사로

정년퇴직을 한 뒤,

일본어 어학원 선생님을 역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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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그만뒀지만 아직도 난민이나

NPO단체에서 일본어가 필요한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일은 하고 있어 ]

[ 근데...왜 그만두셨어요? ]

좀 머뭇거리시다 쿠로타니 상이 자기 속내를

얘기해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라면서

5년이상 해왔던 어학원 시절을 말해주셨다.

일본인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너무 달라서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좀 있었고 무엇보다 유학생들에게서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별로 보이지 않아서

그냥 그만뒀다고 한다.

 [ 일본어 능력시험에 맞춰 문법을 가르치고

외우게 하고 그러다 보니까 말하는 연습은

제대로 안 되고 실제로 일본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일상회화는 뒷전이 되버리고,,,,

도대체 무얼 가르치는가 싶기도 하고,,,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특히,,00인들은

거의 수업에 들어와도 공부를 안 하고,

학업에 대한 의지도 약했고 그냥 일본에

체류하기 위해 비자를 받아야하니까

어쩔 수없이 어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꽤나 있고,

그러다보니 나도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점점 떨어지고,,그래서 그만뒀어 ]

한국 유학생도 있었냐고 물었다.

[ 응, 있었는데 우리 학교는 시골이어서인지

한국인보다 00인들이 80%를 차지했는데

한국인 유학생들은 참 많이 달랐어,

한국은 어릴 적부터 교육열이 높아서인지

공부하는 자세도 바르고 무엇보다 잘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보인다고나 할까,

참 열심히들 했어 ]

쿠로타니 상은 한국인을 포함, 외국인을

접한 게 어학원이 처음이었고 각 나라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여러 국적의 학생들을 만나보니

그 색깔이 확연히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며 숙제를 꼬박꼬박 제일 잘 해오는 것도

한국인 학생들이었고 선생님 말을 아주 잘

들었던 것도 한국인 학생들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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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그,, 예의가 바른데 기억에 남은 게

숙제를 제출할 때, 꼭 두 손으로 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 그리고 점심시간에

식사 하는 걸 한 번 봤는데 김밥 같은 것을

사 와서 책상에 하나 올려놓고 서로의 입에

넣어주면서 셰어하는 모습을 보고

참 사이가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

그리고 호기심은 많은데 부끄러움이 많아서인지

늘 선생님 앞에 와서는 할 말을 못 하고

돌아가는 학생이 있었다며 시험을 보면

좋은 성적인데 입이 안 트여서 일본어가

안 나와 답답해했던 학생도 기억한다고 했다. 

https://keijapan.tistory.com/782

 

15년전 일본 유학생의 3가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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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느 어학원이나 중국인이 60%를 차지하고

베트남과 인도, 방글라데시가 나머지라고 했다. 

20년 전, 내가 다녔던 어학원은 한국인 50%,

중국인 30%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영국, 캐나다가 20% 정도였다고 하자

한국에서는 일본으로 유학 오기 전에

일본어 공부를 다들 하고 오는 거냐고

모두가 금방 잘 따라오더라면서

한국인만의 비법이 있는 거냐고 물으셨다.

[ 아마 문법이 같아서 처음 접근하기가

편하니까 혼자서도 아주 기본적인 것들은

학습을 하다보니 빠른 거 같아요 ]

[ 그래, 문법이 같다는 소리는 나도 들었어..

근데.. 아무튼 영리한 것도 있고, 일본과 닮은

부분이 있어서인지 이해도가 높았어,

물론 노력을 많이 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였고 ]

다시 선생님을 하고 싶지 않냐고 물었더니

 한국인 유학생이 많은 도쿄에서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다시 해 볼 의향은 있다고 하신다.

https://keijapan.tistory.com/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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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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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도쿄에 놀러가면 그 때 정 상이랑

또 이런저런 얘기 하고 싶네 ]

  [ 네..언제든지 연락주세요 ]

마지막날이여서인지 왠지 쓸쓸함이 맴돌았지만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쿠로타니 상과

나눴던 대화를 다시 상기시키며 

내 어학원 시절을 잠시 떠올려봤다.

그 당시엔 크게 공부가 목적인 그룹과

노는 걸 즐기는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요즘은 모두가 공부하는 그룹에 속해있는 건지

어학원 선생님으로부터

한국인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부모, 형제 떠나와 낯선 땅에서 공부를 한다는 자체가

그리 쉬운 게 아닌데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선배 유학생으로서

왠지 든든한 마음에 응원하고 싶어진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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