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 변경을 두 번이나 했다.
내 움직임과 올림픽 위원회측의 시간이
자꾸만 엇갈려 5월초에 받을 예정이었는데
어제서야 다녀왔다.
유니폼을 받아야 볼란티어 기분이 나지 않겠냐며
출근하는 깨달음은 들떴는데 난 별 느낌이 없었다.
센터입구에서부터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경비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별관을 대관해서인지 장소도 넓고
코로나 대책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예약시간보다 30분이나 빨리 도착했음을
알리고 시간에 맞추려 했더니 전혀 괜찮다며
대기 줄에 안내해 주었다.
여권, 재류카드를 꺼내 준비를 하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모든 사진 촬영은 금지였다.
사진과 인적사항을 대조하고
일반 올림픽과 패럴 올림픽에 사용할 두 장의
ID카드를 작성하고 난 후에는 유니폼 배부 코너로
이동했고 유니폼 사이즈의 확인을 원하는
희망자에게는 피팅 시간 5분이 주어졌다.
유니폼 바지 사이즈만을 교환하고 싶다는 분.
ID카드에 필요한 사진이 부적절해
재촬영 하시는 분.
다리가 불편해 자꾸만 앉을자리를 찾는 분.
일본어가 서툴어 영어 번역판을 요구하시는 분.
각양각색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좀 놀라웠다.
깨달음에게서 이미 15분 전에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가 뜨고 있었지만
기다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
연배분들이 많아서 동선이 중간중간
멈추기를 여러 번 하면서 2시간이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렇게 약 2시간 반을 보내고 나와
깨달음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어? 그냥
유니폼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 나도 이렇게 걸릴 줄 몰랐어 ]
일단 서로 배가 고파서 소바를 정신없이 먹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 유니폼을 하나씩 받으러 움직이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가는 줄도 몰랐어..
불필요한 과정들이 분명 있었는데
역시 일본인답게 착실하게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사인하느라 시간이 길어졌어 , 그리고
의외로 연장자가 많았고,, 오늘만 그런가,,]
[ 그랬구나.. ]
차를 마시며 깨달음이 ID카드를 자기 목에
걸어보더니 자긴 보란티어를 해 본적이
거의 없었다며 갑자기 반성 모드에 들어갔다.
https://keijapan.tistory.com/1473
집에 돌아와 오늘 받아온 가방 속에 물건들을
모두 꺼내 거실에 늘어놓았다.
모자, 운동화, 티셔츠 3장, 점퍼 1장, 바지 2장,
가방, 양말, 마스크가 보란티어에게 필요한 세트이다.
ID카드 두 장 모두 특별히 다른 건 없지만
왼편 중간 부분이 일반 올림픽과 패럴 올림픽
엠블럼만 구별되어져 있다.
[ 깨달음,, 정말 올림픽 개최하는 거겠지? ]
[ 응, 걱정 마 ]
[ 걱정은 안 해, 다만 빨리 백신을 맞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지 ]
[ 올림픽 관계자들에게는 미리 접종한다고
하는데 모든 보란티어가 아니라
일부에게만 접종한다고 하니까 좀 더
기다려보면 모두에게 맞게 하겠지, 근데
만약에 지금이라도 보란티어 못하겠다고
할 수 있지? ]
[ 응, 언제든지 가능해 ]
[ 그럼,,조금만 더 상황을 보고 너무 위험할 것
같으면 못하겠다고 유니폼 돌려주면 되겠다 ]
[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백신을 빨리
맞으면 심적으로 안심될 것 같아 ]
이번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
동참자 수가 역대 청원 1위에 올랐다
지난 25일, 전 세계 130여 개국에서 참여자 수가
38만 7천 명을 넘어섰다. 이 반대 서명을
정부와 도쿄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각각
제출을 했지만 취소는 없을 거라고 한다.
연일 일간지에서는 사설을 통해 올림픽 취소를
촉구하는 내용들이 실리고 있다.
https://keijapan.tistory.com/1447
https://keijapan.tistory.com/1385
코로나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은 올림픽 취지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바흐 위원장은 모두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발언까지 하며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고 있다.
올림픽으로부터 모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지,
남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개최하는 건
용서되지 않는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
일본은 올림픽을 취소해도 강행을 해도
손해를 보는 시나리오에 놓여 있다.
취소를 하면 취소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강행을 하면 무관중 경기로 인해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광경을 눈 앞에서 매일매일 지켜보며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며 씁쓸할 뿐이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올림픽 강행 후,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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