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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누가 남편을 일본인이라 할까.

by 일본의 케이 2021.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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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깨달음은 자기 방에서

나는 내 방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가 다 되어갈 무렵

깨달음이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 뭐 해? ]

[ 책 봐 ]

[ 우리 밖에 나갈까? ]

[ 어디? ]

[ 시장에 ]

[ 왠 시장? 뭐 살 거 있어? ]

[ 아니. 그냥,, 사람들 구경하러...]

쯔키지 (築地)시장은 이미 영업이 끝났고

다른 재래시장은 우에노(上野)밖에 없는데

굳이 쇼핑할 것도 아니면서 가야 하는 이유가

뭔지 다시 물었더니 살 게 생겼다고 했다.

 한국 같으면 재래시장에서 이것저것

살 게 많지만 이곳에서는 특별히

사고 싶은 것도, 살 것도 없어 그냥

시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 가끔 찾는 곳이

바로 이곳 우에노 아메요코(アメ横)이다.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재래시장이지만

이곳은 세계 각국의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어

 다국적 사람들이 자주 찾은 곳이다.

[ 저기 한국 식당 새로 생겼나 봐 ]

[ 그러네..예전에 없지 않았어? ]

[ 완전,,먹거리 거리로 변했네..]

 태국, 대만, 중국, 네팔, 인도, 베트남, 터키,

아시아계 식당겸 노점들이 많아져 분위기가

시장이라기 보다는 먹자골목 느낌이

물씬 풍겼다.

우리가 작년 추석 때, 추석 분위기 느끼고

싶어서 왔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 저기 봐, 저기도 새로 생겼네...]

[ 맞아,,케밥 가게가 더 넓어졌어..]

[ 역시 먹는 장사가 돈을 번다는 걸

 알아차렸나 봐, 다들.. ]

오후시간인데도 노천 테이블은 어느 가게나

만석이였고 깨달음이 치즈 핫도그 앞에서

좀 머뭇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 깨달음, 뭐 살 거 있다면서, 뭐 살 건데 ]

[ 살 게 있었는데 그냥 안 살 거야..]

[ 뭐였는데? ]

[ 음,꼬막,,근데 없어... 그냥 아버지한테

보낼 센베이(煎餅)나 사야겠어 ]

[ 그래서 아까 생선가게를 유심히 본 거야? ]

[ 응,, 딱 한 군데 팔았는데 아무리 봐도

싱싱해 보이지 않았어, 쯔키지 수산시장에

갔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서 혹시나하고

여기 와봤던 건데 역시나 아니었어 ]

오전에 자기 방에서 제철음식 책자를 보다가

꼬막 채취하는 기사를 봤더니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고 했다.

아버님이 좋아하는 사탕도 몇 가지 골라 사고

나오는데 한국 과자 허니버터 칩이 있어

깨달음에게 사주겠다고 했더니 싫단다.

[ 예전에 당신이 엄청 좋아했던 거야 ] 

[ 알아, 근데 지금은 과자 먹을 기분이 아니야, 

꼬막을 못 사서 우울해 ]

[ ....................................... ]

 맥이 빠진 표정을 하고 날 쳐다보길래

동남아쪽 해산물을 많이 취급하는

지하에 있는 상가쪽을 가보자고 했더니

점점 사람들도 몰려들고 있고 지하는 왠지

코로나 위험이 더할 것 같아서 싫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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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포기할 거지, 깨달음? ]

[ 응,, 그냥 집에 가는 게 낫겠어 ] 

[ 그냥 가기 그러면 당신 좋아하는

쇼트케이크 먹을래? ]

[ 응, 그건 먹을래 ]

역 쪽으로 걸어 나오며 왜 내가 깨달음 기분을

달래줘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분위기가

 달래줘야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https://keijapan.tistory.com/899

 

외국인 사위,이런 사위 또 없습니다

서울에서 선배와 늦은 술자리를 했던 우린  술이 덜 깬 상태로 광주행 케이티엑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깨달음은 아침까지 얼굴이 빨간 상태여서 술을 깨기 위해 물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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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꼬막철이 아닌 것도 있고 역시

 여기가 아닌 쯔키지(築地)에 가야만이

제대로 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으니

좀 더 추워지면 그때 한 번 가보자고 했다.

케이크의 생크림이 입술에 묻은지도 모르고

 맛나게 먹으면서 한국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 않냐고 묻는다.

[ 사시사철은 아니지만 거의 있다고 봐야지 ]

[ 그것 봐, 언제든지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되니까 짜증 나..]

먹고 싶을 때 어떻게든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그럴 못하니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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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1182

 

남편이 한국에서 행복한 이유

내가 샤워를 하고 나오는 동안에도 깨달음은 어디를 갈 것인지, 뭘 먹을 것인지 핸드폰에 입력을 하고 있었다. 오후에 가야할 친구 딸의  결혼식까지 여유가 있으니 잠깐이라도 서울을 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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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집에서 열심히 꼬막 까먹던 깨달음) 

언제인지 확실히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우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이니 먹고 싶은 것은

주저하지도 말고, 돈 생각 말고, 그 때 그 때,

바로 바로, 마음껏, 실컷 먹자는 얘기를 나눴다.

아마 코로나로 사망자들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나왔던 얘기인 것 같은데 돈이

있어도 건강 잃으면 아무 소용없고 

건강히 살아있고, 식욕이 남아있는 동안에는

먹고 싶은 것은 가격 생각말고 무조건

먹자는 주의로 바뀌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1495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식 식사법

약간씩 걸을 수 있게 되었던 한 달 전부터 난 집에서 예전처럼 식사준비를 했다. 지난주 병원에서 아직 골절부분이 100% 붙지 않았다는 의외의 소견을 듣고 좀 쇼크였지만 시간이 약이니 조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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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을 전환해서인지 오늘처럼

이렇게 못 먹는 경우가 생기면 굉장히

서운해하고 실망스러워 했다.

[ 참은 김에 조금만 더 참아, 내년에

한국 가면 삼시세끼 꼬막 먹게 해 줄게 ]

[ 정말이지? ]

[ 응, 걱정 마 ]

[ 나, 그 팔딱팔딱 뛰는 대하도 먹고 싶은데 ] 

 [ 알았어 ]

[ 또. 완전 코를 톡 쏘는 잘 삭힌 홍어도,

그리고 종로에서 먹었던 전어 소금구이도,,,

아, 과메기인가, 그것도 안 먹어봤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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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1347

 

한국에서의 3박4일은 이러했다.

깨달음은 생각보다 일찍 입국장에 나타났다. 지난 12월엔 입국심사를 하는데 1시간이상 걸렸는데 이번에는 바로 나왔다. 호텔에 짐가방을 두고 서촌 한옥마을을 갔다가 경복궁으로 옮겨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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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전어,과메기는 제철에만 먹는 것인데 

어찌 다 외우고 있었을까...

난 홍어를 못 먹는데, 그것도 

제대로 삭힌 걸로 먹고 싶다는 말에

더 이상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원래 식탐이 없었던 깨달음은 뭔 일인지

한국에만 가면 사람이 돌변한 것처럼

먹는데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걸 알기에 뭐든지 깨달음이 원하는 건

 다 먹고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데

지금은 갈 수 없으니 

나도 해소해줄 길이 없다. 

작년에 동생이 보내준 꼬막 통조림으로

반찬을 만들었는데 통조림 특유의 맛이

난다면서 진짜 꼬막이 먹고 싶다며 울부짖었다.

코리아타운에서 어느 정도 해결하면 되겠지만

짜장면 이외는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고 하는

까다로운 사람이니 그냥 한국 갈 때까지

참을 수밖에 없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입맛으로만 보면 깨달음을 누가

일본 사람이라고 할까.. 

참 여러모로 연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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