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보름이 지난 오늘,
깨달음이 32장의 사진을 내 카톡으로 보내왔다.
장례를 치르고 도쿄로 돌아온 우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했고
한 번도 어머님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깨달음이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 사진을
내게 보내온 것이다.
마음이 조금 정리된 것일까.,,아니면
이제 어머님을 보내드리겠다는 뜻일까..
한 장, 한 장,, 다시 보니 엊그제 일처럼
너무 생생해 소름이 돋았다.
난 일본에서 장례식을 치러본 게 이번이
처음이어서 생소한 게 많았고 절차도
불교식이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았다.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일본의 장례문화는
우리네와 비슷한 듯 많이 달랐다.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갔을 때
이불이 덮고 계신 어머님 얼굴엔 하얀 실크천이
놓여 있었는데 가족들은 그 천을 들어 올려
어머님 얼굴을 확인하며 한 마디씩 했지만
난 차마 보지 못했다.
내가 친정아빠 장례식을 치를 때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염을 하기위해
차가운 영안실에 누워 계신
아빠와 마주하는 것이었다.
움직임이 없는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는 게 고통스러울만큼 슬펐다.
그런데 이곳은 관이 한국과 다르게 입관을 하고
나서도 얼굴 부분이 창문처럼 열리게 되어 있어
가족이나 친척들이 오시면 언제든지
볼 수 있었다. 어머님 얼굴이 보일 때마다
내가 울어서 깨달음이 못 보게 했었다.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고인의 주검을 눈으로 몇 번이고
확인시키는 것 같아 너무도
잔인하고 아프게만 느껴졌다.
헤어짐을 인정하라고, 받아들이라는 듯
마지막 모습을 보고 또 보고
작별인사를 거듭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화장터로
향하며 홀로 남으신 아버님을 위로해드렸다.
위패를 들고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시는
아버님 눈에도 마른 눈물이 맺혀있었다.
화장을 하기 위해 간단히 묵도를 하고는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어머님 얼굴을
보는 거라며 또 열어 보여주시는데
모두가 소리죽여 눈물을 흘렸다
화장을 기다리는 동안 차를 마시며
서방님 내외와 한국의 장례문화와
다른 점들을 몇 가지 얘기했다.
깨달음은 자신이 처음으로 경험한
한국 장례식을 설명하며 문상객이 밤늦게까지
찾아오셔도 시간과 관계없이 오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음료를 대접한다며
일본은 정해진 시간외에 식사 제공이 되지
않는데 참 인상적이었다는 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관리자분이
화장이 끝났다길래 따라갔더니
뜨거운 불길이 채 가시지도 않은
어머님 유해 앞에 우릴 데려갔다.
여전히 열기가 그대로 전달되며
강렬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시켰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란 것도 잠시,
기다랗고 큰 쇠젓가락을 들고 서 계신 분이
장남부터 한 명씩 자기 쪽으로 오라더니
유골을 보며 연세를 많이 드신 분이셨냐고
묻고는 골다공증이 있으셨던 것 같다며
여기가 무릎뼈, 여기는 골반,
쇠골 부분, 턱 부분이라며 설명을 했다.
그리고 다리 쪽부터 큰 유골은 젓가락으로
잘게 부순다음 깨달음이 들고 있던
젓가락으로 전달했다. 그렇게 모든 가족들이
조금씩 유골을 나눠 담았다.
그렇게 어머님을 절에 모시고
우린 바로 도쿄로 돌아오는 신칸센에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어느 장례식이나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과정인데 처음으로 경험한
일본 장례식은 크리스천인 내게 종교적인
면에서도 색다른 게 많았다.
한국은 입관을 하기 전, 염을 할 때 마지막으로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이곳은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언제든지 볼 수 있고
화장터에서 화장을 하기 직전까지 고인의
얼굴을 보며 작별 인사를 나누게 했다.
또한 화장을 끝낸 유골을 모든 자식들이
직접 유골함에 담게 하는 것도
우리와는 꽤나 달랐다.
고인의 얼굴을 끝까지 보게 하는 것과
유골을 직접 담는 절차가 처음 겪는 내겐
낯설면서도 가장 큰 슬픔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코츠아게(骨あげ)를 하면서
일본인들이 음식을 젓가락으로 주고
받는 걸 보면 왜 질색을 했는지
그 이유도 이해하게 되었다.
나라가 다르니 장례방식도 다른 게 당연한데
극히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건 스님이
범문을 하시는 동안 모두가 무릎을 꿇고
듣는데 무릎 꿇기가 익숙하지 않은 나는
10분 정도 지나자 마비가 와 제대로
서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필요했었다.
49제까지는 슬픔이 가시도록 깨달음에게
어머님 얘길 안 할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사진을 보내줬으니 조심히
꺼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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