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후배에게서 온 소포엔
콩나물 세트가 들어있었다.집에서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거라며
물만 주면 혼자서 쑥쑥 잘 자란다고 한다.
나도 한번 해 봤는데 싹도 나지 않고
자꾸 썩어서 그만뒀다고 일본 콩들은
싹이 나질 않도록 약품처리를 했는지 아니면
콩나물 전용 콩이 있는지 잘 안 되더라고
언제가 통화를 하며 했던 내 말이
갑자기 떠올라 보냈다는 후배.
100% 보장한다며 자기가 해 봤더니 간단히
성공했다며 무조건 물만 주면 된단다.
깨달음에게 보여줬더니 웃는다.
그냥 사먹으면 되는데라는 약간
귀찮다는 생각에 팬트리에 집어넣으려다가
콩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그림대로 따라 했다.
이틀 되는 날부터 싹이 나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라는 콩나물.
참 신기하기도 하고,, 왜 일본 콩으로 했을 땐
안 됐는지 콩나물을 빤히 지켜보고 있으니
궁금증만 커져갔다.
4일째 되던 날 깨달음에게 보여주니까
정말 자랐다며 신기하단다.
이렇게 간단히 잘 자라서 재밌는데 그냥 사
먹는 게 왠지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했더니
콩이 다르니 콩나물 맛이 다를 거란다.
[ 근데 언제 먹어? ]
[ 모르겠어.. 더 자라야 하는지,, 지금이
먹을 때인지...]
우리 둘 다 식물을 키우거나 화분을 가꾸는
뭐 그런 일들엔 완전 문외한 여서
남들이 쉽게 한다는 베란다 텃밭 같은 것도
한번 해보고 그만뒀고 관심도 그다지 없다.
그건 그렇고 깨달음은 지금
한국행 비자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심각한 상태이다.
이미 항공권 e티켓까지 받은 상태인데
정작 비자를 받지 못했다.
대사관에는 전날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 통에
엄두를 못 내고 여행사에 대행을
부탁하려는데 여행사에서도 해주는 곳을
아직 못 찾았다.
깨달음에게 9월쯤이면 무비자 입국을
한다는데 그때 가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싫단다.
내가 날을 잡아 대사관에 줄을 서 볼까라는
생각도 해 봤는데 줄을 선다고 모두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다들
거기서 밤을 새우거나 새벽에 와서
대기표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신청자들이 몰리다 보니 일주일 만에
나온다는 비자가 2주, 3주 걸린다는데
의외로 깨달음은 태평하다.
그래서 9월에 가는 쪽을 택했으면
하는데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 깨달음, 비자 못 받으면 못 가는 건 알지? ]
[ 알아,,]
[ 내가 대신 뭔가 해 주고 싶은데
새벽부터 줄을 서는 건 좀 그렇다....]
[ 괜찮아,, 난 어떻게든 한국에 갈 거야.
근데, 나만큼 기다린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은지 몰랐네.. ]
[ .................................. ]
[ 아,, 그리고 호텔 예약한 거, 그냥
한옥 게스트 하우스로 바꿀까? ]
[ 그것보다 언제 취소를 하는 게 위약금이
적게 드는지를 알아보는 게 먼저 같은데..]
[ 종로 3가가 좋겠지? ]
[ 아니. 깨달음,, 지금 종로 3가네, 북촌이네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비자가 우선이라니깐..]
내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은 듯했다.
무슨 배짱으로 저러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정말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도 회사를 일찍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녀본 것 같은데 대행사를 찾지 못했다.
그동안 기다리고 기다린 만큼 꼭 가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안타깝다.
내가 정말 새벽에 줄을 서야 할까......
정말 깨달음은 한국에 갈 수 있을까....
저렇게 갈 거라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비자를 못 받으면 얼마나 실망할까...
이왕에 하늘길을 열거면 시원하게
예전처럼 무비자로 해주지...
깨달음보다 내가 더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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