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으며 깨달음이 닭볶음탕이나
매운 갈비찜 같은 게 먹고 싶다고 했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나른해지는 듯해서
정신이 바짝 차려질 자극적이면서
달콤한 것이 먹고 싶다길래
알았다고 오후에 마트에 다녀오자고 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내 방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몸에서 조금씩 열이 나는 것 같아
체온을 재봤더니 37.8이다.
[ 깨달음,,나 코로나인가 봐,, 열이 있어]
[ 그래? ]
[ 검사하러 가야겠어 ]
[ 나도 같이 가 ]
[ 아니야,, 나 혼자 갔다 올게 ]
[ 아니지. 당신이 걸렸으면 나도 걸릴 확률이
높으니까 검사해봐야지 ]
[ 그러네 ]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들은 것 같은데
일단 택시를 타고 무료센터로 향했다.
[ 저,, 예약 안 했는데요..]
[ 괜찮아요. 보험증 가지고 계시죠? ]
[ 네..]
무료검사센터에 우리 외에 아무도 없어 바로
QR코드로 등록을 하고 안내를 받으며
검사를 실시했다.
타액을 담아하는 검사로 침을 용기에
1센티정도 채취? 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았는데 침샘을 자극하기
위한 레몬과 우메보시 사진이 놓여 있어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1센치를 빼냈다.
[ 결과는 빠르면 오늘 오후, 늦어도 내일 오전에는
알 수 있습니다. 각자 메일로 연락이 갈 겁니다 ]
[ 혹시 코로나면 어떡해야 하나요? ]
[ 양성인 경우에는 메일에 자세히 절차를
보내드리니 거기에 따라 하시면 됩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센터를 나오며 깨달음에게 마트에 들리자고
했더니 그냥 집에 가서 쉬는 게 낫지 않겠냐며
양성일 경우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일주일간 내 행적을
스케줄표를 맞춰가며 살펴봐도 코로나에 걸릴
상황이 거의 없었고 새로운 사람을 접하지도
않았으며 외식은 물론 없었고 업무 중엔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는데 어디에서
구멍이 생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요즘은 아무리 조심해도 나도 모른 사이
코로나다 걸리다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깨달음,, 혹시 모르니까 먹을 거나
뭐 좀 준비해 둬야 될까? ]
[ 내가 가서 사 올게 ]
[ 아니,,물도 있고, 쌀도 있고, 휴지도 있고,,
소면, 소바, 파스타, 라면도 있고
웬만한 건 다 있는데..]
[ 조리하지 않고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
[ 그러긴 하는데.. 마트가 집 앞인데 굳이
사둘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고..]
[ 그러네..근데 우리 집은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한 달은 먹겠어. 뭘 이렇게 많이 사 둔 거야? ]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사 뒀다기보다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이 걱정돼서
식음료나 쌀, 휴지 등은 항상 넉넉하게
사 두는 습관을 해왔더니 많긴 많았다.
깨달음이 비상 배낭에 있는 것까지 먹으면
두 달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거라며
행여 뭔 일이 생겨도 문제 없다며
든든하단다.
지진 발생 시를 위해 준비해 둔 것들을
코로나로 사용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다시
체온을 쟀더니 37.2 이다. 조금 내리긴
했는데 아무튼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어 혹여나
양성이면 자유롭게 외출하기 힘드니
뭔가 해야 할 게 있는지 생각하다 문득
꽃가루 알레르기(花粉症) 약을 받아놓는 게
좋을 것 같아 집 근처 이비인후과로 달렸다.
이래저래 열이 있어 PCR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더니원장님이
내 눈, 목, 코 속을 두번씩 들여다보시고는
꽃가루 알레르기도 열을 유발한다며
콧물 나오고 두통 있는 것처럼 심하면
열이 오른다고 하셨다.
[ PCR 결과는 언제 안다고요? ]
[ 오늘 오후나 내일 오전에요 ]
[ 지금 꽃가루가 엄청 날리기 시작했잖아요,
내가 봤을 땐 이 꽃가루 때문 같은데.,
미열이 원래 동반되는데 증상이 심해서
열이 났을 거예요]
[ 아... 그래요..]
일단 한 달치 약을 받고 돌아오며 결과가 나오면
바로 연락드리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장님은 내 목이 코로나 환자와는 다르게
아주 깨끗하다며 코로나가 아니다는 쪽으로
확신하듯이 말을 했다.
그리고 3차까지 백신을 맞았으니 혹시나
걸린다 해도 증상이 가벼울 거라며
코로나는 이제 독감 같은 감기의 일종으로
생각하라고 걱정 말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원장님 말처럼 꽃가루 때문에 열이 오른 거라면
천만다행인데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깨달음과 얘기를 나누며 앞으로 계획을 논의했다.
누군가 걸리거나 혹 둘이 걸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서로의 생각들을 나눴다.
코로나가 정말 감기처럼 누구나
걸리 수 있는 질병으로 예전과는 다른
이미지로 탈바뀜 해가고 있지만
사망자가 늘어나는 걸 보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될 일이다.
지금 내가 바라는 건 행여 걸리더라도
나만 걸렸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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