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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맛집투어

도쿄 최대 규모의 프리마켓을 가 봤더니..

by 일본의 케이 202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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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나가오카(長岡) 상을 만났던 날,

식사를 마치고 장소를 옮긴 우린 

정치, 경제, 그리고 한일관계는 물론 아주

사적인 부분까지 솔직하고 담백한 대화를 했었다.

나가오카 상이 50대부터 주변에서 인정하는

 가네모치( 金持ち 부자) 대열에 들어 서면서

갖게 된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남편과 둘이서

행동으로 옮긴 것들 몇 가지 잇다는 얘기를 하던 중 

우리 부부에게 소개해 준 곳이  도쿄에서 열리는

최대규모의 프리마켓이었다.

프리마켓이지만 거래방식은 벼룩시장느낌이

훨씬 많이 나는 곳인데 가보면 없는 게 없이

모든 걸 살 수 있다고 했다.

나가오카 상 부부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거의 무료로 나누기 위해

참가하고 있는데 인생 공부도 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즐겁고 갈 때마다

배우고 오는 게 많다고 했다.

부자가 되는 길은 가장 우선으로 절약이라고

강조했던 나가오카 상이 도대체 뭘 배우고

왔는지 궁금했던 터였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우리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대규모 프리마켓은 모노레일이 다니는

오이케이바죠(大井競馬場) 역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차장을 가득 매운

점포들이 압도적이어서 좀 놀랐는데

주말마다 1층과 2층 주차장을 이용해 

펼쳐지는 이 벼룩시장은 약 300점이상

점포가 나온다고 한다.

점포라기보다는 각가 자기 봉고버스나 트럭에

물건을 실어와 펼쳐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고

오전 9시부터 2시 30분이 마감이며

1시 이후가 피크타임으로 세일이 시작된다고 한다.

가격은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10엔부터

50만 엔을 넘은 명품백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앤티크, 수집품, 취미용품, 중고전자용품, 

그릇, 수공예품, 피규어, 게임기, 인형,

민속용품, 장난감,주방용품, 액세서리 등등

종류를 셀 수 없을 만큼에 많은 아이템들이

나와 있었다.

깨달음은 보자마다 서울의 동묘벼룩시장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면서 아주 신기해했다.

우린 왜 지금껏 왜 이곳을 모르고 살았는지

다른 프리마켓은 가끔 가보긴 했지만

이곳의 규모가 지금까지 봤던 곳과는 

 너무 넓고 종류도 다양했다.

 

[ 깨달음, 저기 봐 봐, 외국인들이 몰려 있어 ]

[ 응,, 저거 아마 복사한 모조품일 거야, 서양인들

눈에는 가장 동양적인 것이라 생각하겠지 ]

산수화가 그려진 액자와 도자기를 펼쳐놓은

곳에 둘러쌓은 서양인들 사이를 지나는데 

뭘 보고 감탄을 하는 건지 뷰티플을 연발했다.

이 벼룩시장이 일본인보다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일본의 빈티지 용품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벼룩시장인만큼 흥정도 가능하고

덤을 주기도 하며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 그냥 무료 나눔도 많이 한단다.

 

천천히 둘러보는데 일본인의 일반 가정에서

사용했던 일상용품들이 죄다 나와 있어

 라이브 스타일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숟가락, 젓가락, 접시, 찌그러진 냄비며,

화장품, 안경, 방석,,, 그리고 아이들 장난감,,,

어제까지 사용했을 것 같은,,아니 매일 일상에서

우리들이 흔히 사용하는 물품들이

그대로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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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이런 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

[ 빈집 정리할 때 나온 물건들을 

경매에서 얻은 것들이겠지..

우리 시골집(시댁)도 집 팔 때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도 처분해 달라고 했으니까

다 그런 것들을 전문으로 받아오는 사람들이겠지 ]

[ 그래서 저렇게 생활 용품들이 나오는구나,,]

[ 가전은 가전대로 옷들은 옷들대로 따로

수거해서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겠지..]

[ 그렇구나,,,]

몇 년 전, 동묘시장에 갔을 때 술에 취한 어떤

아저씨가 쌓여있는 옷더미를 파해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독고노인들이나 불쌍하게 고독사 한

집에서 나온 물건들이 그렇게도 좋냐면서

시비를 걸며 상인들과 말다툼하는 걸 듣고

좀 섬뜩했는데 그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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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주차장이 공간이 넓어서인지 펼쳐놓은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보는 데도 시간이

꽤나 필요했다.  

깨달음은 자기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게임기나

동네 친구집에서 함께 했던 카드놀이들이

있다면서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고 했다.

구경하는 것도 좀 지쳤을 즈음에

깨달음이 사고 싶은 게 문득 생각났다며 2층에

올라가 보겠다고 해서 나는 1층 가장자리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잠시 음료를 마시며 기다렸다.

푸드트럭은 약 10대 정도로

일반 축제에서 항상 먹을 수 있는 단골메뉴

야키소바, 라멘, 다코야키, 핫도그 등이 있고

음료와 술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내가 일본을 떠나든 말든당신이 무슨 상관이십니까?내가 60이 돼서 가든, 70이 되든평생 살 던 왜  당신이 신경을 씁니까?몇 년 전부터 한국에 들어가려고해도 못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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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정도 지났을 때 깨달음이 웃으면서

쓰윽 내밀 건 쌍안경(망원경)이었다.

[ 이거 갖고 싶었어? ]

[ 응,,내 것을 아버지께 드렸었는데 아마 그게

여기까지 흘러왔나 봐 ]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실 때,

창밖에서 보이는 산과 나무들, 계절마다 피는

이름 모를 꽃들을 보고 싶어 해서 현장에서

쓰던 것을 드렸단다. 그 망원경으로 사계절

피는 꽃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봄이면

사쿠라가 피고 지는 걸 날마다 체크하듯이

목에 걸고 보면서 즐거워하셨단다.

 

일본 부자들의 공통된 습관

서로에게 가까운 곳으로 장소를 정했는데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빨리 도착한 우린 호텔 로비에서 그녀를 기다렸다.나가오카(長岡)상은 모 협회에서 알게 되었고 지금도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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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래 남편이 비상금을 챙겼다

오전 중에 미팅이 있었던 난 집을 나섰고깨달음이 온수기교체를 지켜보게 되었다.미팅 중에 카톡이 오는 걸 느꼈지만답을 할 수 없었다.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왔더니 젊은 기사분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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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아가시고  시부모님 집을 팔면서

집안 세간살이도  모두 처분을 맡겼을 때

사라졌던 건데 그때 드렸던 그 모델과

똑같은 게 있어 사 왔다는 깨달음.

[ 얼마에 샀어? ]

[ 500엔 ]

[ 싼 거야? ]

[ 몰라,, 그냥 이 쌍안경이 날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샀어..] 

[ 잘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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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경을 목에 걸어보고 어색하게 웃는 깨달음.

처음으로 와 본 곳에서 

깨달음은 아버지와의 기억을 샀다.

다음에도 또 올 생각이 있냐고 물었더니

다음에 와서는 자기 집에서 40년 넘게

썼던 검은색 다이얼 전화기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고 한다.

도쿄 최대 프리마켓에서는 옛 물건뿐만 아닌

잊혀가는 과거의 시간들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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