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타고 싶었던 아스카Ⅱ를 드디어 타는 날,
아스카Ⅱ호는 5만 톤급, 길이 241m에 달하는
국제크루즈로 일본의 대표적인
럭셔리 크루즈 선이다.
럭셔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본의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결합한 실내디자인과
승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승객수에 비례할 정도로
많은 승무원이 탑승해 있다.
요코하마 선착장에서 기다리다
룸 스타일에 맞춰 차례로 타면 되는데
깨달음이 스위트룸석에 잘못 섰다가 얼른
내 쪽으로 달려오더니 어쩐지 회장님 같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며 지금껏 우리가
탔던 크루즈 중에서는 사이즈가 가장 작지만
승객들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배에 올라 일단
방에 캐리어를 던져놓고 나와서
로비층에서 웰컴 드링크를 가볍게 한잔씩
마시고 선내를 돌아보는데 깨달음이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야외 수영장, 도서관, 커피숍, 매점,
시어터까지 다 돌고 와서는
자기가 건축사로서 몇 마디 하자면
이 크루즈선은 일본인 맞춤형으로 디자인
되었다고, 색상도 그렇고 동선의 흐름에 맞춘
설비, 시설들이 럭셔리라기보다는
일본스러움을 고스란히 담았다며
나에게도 소감을 물었다.
[ 럭셔리는 아니고 아주 차분하고,,
뭔가 크루즈라기보다는 온천호텔
같은 느낌이야 ]
[ 대형 크루즈선이 가지고 있는 화려함이나
호화롭고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 같은 게
전혀 없지? ]
[ 응,, 깔끔하고 심플하면서 모던한 느낌..
당신 말처럼 일본스러워, 아주 많이 ]
[ 아마, 선박 사이즈가 적어서도 콤팩트하게
설계하다 보니까 작은 사이즈로 축소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웅장함이나 멋스러움을
보여주기 힘들었을 거야 ]
건축사 눈에 비친 크루즈선 아스카Ⅱ는 설계 및
디자인 의도까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럭셔리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다른 크루즈 선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을 하는지, 우리가 모르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지 않겠냐고 평가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지정석에 앉아 먼저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음식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는데
우린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이거였네... 음식이었네..]
[ 너무 맛있는 거 아니야? ]
음식이 맛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맛있을 거라 솔직히 생각 못했다.
크루즈에서 5성급 호텔급 음식을
내놓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입과 눈은 물론 맛까지 완벽하다 할 만큼
아주 좋았다.
[ 이제야 알았어. 왜 비싼데도 사람들이
아스카를 타는 줄,, 정말 이렇게까지 맛있게
내놓으려면 기존의 크루즈와는 달리 미리
만들어놓지 않는다는 건데 그렇다면
지금 저 주방에서 만들고 있다는 거잖아,,
요리 퀄리티가 대단해.. ]
우리 와인을 또 한잔씩 주문해 마시면서
아스카의 비밀을 알아낸 것처럼
기뻐하며 한 입, 한 입 맛과 향을 음미하고
맛있게 그리고 즐겁게 저녁을 즐겼다.
마지막 디저트를 한 입 먹어보고는 깨달음이
이번에는 몸을 꽈배기처럼 비틀거렸다.
[ 여기.. 정말 맛집이네.. 비싼 이유가
정말 음식이었다는 게 납득이 가네,,
어떻게 이렇게 맛을 내지? ]
지금껏 타왔던 크루즈 선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요리레벨에 우린 놀란 상태로
깨끗이 접시를 비우고 바로 위층에 있는
뷔페레스토랑으로 자리을 옮겼다.
각종 디저트와 간단한 일식 요리들이
즐비했지만 일단 우린 커피를 마시며
일렁이는 파도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 깨달음,, 내년에도 생일 선물로
아스카 탈까? ]
[ 내년에는 아스카 III가 나온다고 하니까
그걸 타는 게 낫지 않을까? III는 디자인도
새롭고 세련됐던데 ]
[ 봤어? ]
[ 응, 아까 잠시 검색해 봤지..]
저녁을 먹고 나니 처음 승선해서 선내를
돌아다니며 느꼈던 의문점과 실망감이 바로
사라지고 다시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깨달음은 디저트를 두 접시
가져와 야금야금 먹었다.
[ 저기 카운터 봐 봐, 여긴 다른 크루즈와 달리
대량으로 음식을 내놓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여러 종류의 디저트를 맛보게 하고 있어.
아까 이 초콜릿이 있었는데 지금은
쿠키로 바뀌었어. 그리고 이 모나카도 지금은
없고 젤리가 새로 나왔어 ]
달달한 걸 좋아하는 깨달음은 하나씩
먹을 때마다 일류 호텔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며 대만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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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생일 선물이 될 것 같다며
고맙다고 내게 초콜릿을 하나 입에 넣어준다.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제공이 되니
아스카로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내년에도 꼭 다시 타자는 약속을 했다.
생일선물을 뭘로 할까 늘 고민했었는데
몇 년 전부터 이렇게 여행을 선물하니
서로에게 만족도가 높아진 것 같다.
내년 아스카 III는 훨씬 비쌀테니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아무튼 깨달음이 행복하다니 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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