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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맛집투어

크루즈 여행, 근거 없는 남편의 자신감

by 일본의 케이 202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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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을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선박이 크면 클수록 기대가 높아지고

더 흥분되는 우리는 승선하자마자

익숙하게 라운지에 올라 칵테일을

한 잔 마시는 여유를 부렸다.

 

얼마나 많은 음식과 음료가 실려있을까?

집에서도 날마다 내려다 보는 바다인데

왜 크루즈에서는 느낌이 다를까?

한 강씨의 책을 읽으려고 가져왔는데

책 읽을 시간이 없겠는데?

언제쯤이나 크루즈로 세계일주를 할까?

이번에는 카지노를 한 번 해 볼까?

한국인은 당신뿐인 것 같은데?

피자가 맛있겠지? 이탈리아 선박이니까?

텐션이 막스까지 오른 깨달음의 수다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4층부터 19층까지 구석구석 살피고 난 뒤,

수영복을 갈아입고 15층으로 내려온

우리는 아이들이 많은 틈에서

눈치 없는 어른들처럼 미친 듯이 놀았다. 

아이들이 타는 미끄럼에 잠깐 줄을 섰다가

너무 부끄러워서 나는 어른용? 풀로

옮겨갔는데 깨달음은 미끄럼을 탔는지

대포물총을 쏘며 놀았는지

20분쯤 후에야 내가 있는 쪽으로 왔다.

 

날이 추워 사람들이 별로 없는 덕분에 우린

개인 풀처럼 둘이서만 첨벙거리다가

입술이 시퍼레지면 얼른 자쿠지로 달려가 몸을

녹이고 또 밖에 나와서는 서로 죽일 듯 달려들어

물 먹이고 도망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철없이 놀다가 몸이 더 이상

추위를 이겨내지 못할 때즈음

 따끈한 코코아를 한 잔씩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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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꼭지는 찍지 말라며 급하게

카디건을 올리는 깨달음 손이 굳어

덜덜덜 떠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저녁 6시, 평소와 달리 한껏 멋을 부려

차려입고 디너 좌석에 앉았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아무리 봐도 자기가

제일 잘 생긴 것 같지 않냐며 내가

동의해 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날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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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더니 

멋지다고 생각되는 포즈들을 여러 각도로

잡아보더니만 자기도 갑자기 부끄러웠는지

코를 벌렁거리며 피식거렸다.

[ 멋져, 당신은 캐주얼 정장을 입으면

10년은 젊게 보여, 멋있어 깨달음 ]

깨달음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한 말은 아니었다.

밝은 청색재킷이 깨달음 퍼스널컬러처럼

딱 들어맞아 얼굴과 매칭이 잘 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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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

이른 저녁을 먹고 내가 캐리어에 짐을 넣고 있는 동안, 깨달음은 내 방에 왔다가 말없이 빼꼼 내다보기를 두어 번 했다. 난 한국 날씨를 다시 검색해 보고 약간 얇은 다운재킷을 챙겨 넣었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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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킷도 괜찮지만 당신이 골라둔

이 넥타이가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 ]

[ 맞아, 완벽하다고 할 만큼 멋져 ]

[ 멋지다는 말 말고 다른 말도 해 줘 ]

[ 다른 말? 어떤 거? ]

한국말로 죽인다라고 해야 멋진 게

아니냐고 하길래 해줬다.

이 크루즈 안에 있는 남자들 중에서

가장 멋지고 근사해서 죽여준다고!!!

과할 정도로 자기애가 충만한 깨달음은

저녁을 먹는 내내 아주

행복한 미소를 잊지 않았다.

 

남편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이케부쿠로(池袋)에서 열린 전국 물산전(物産展) 해년마다 갔던 터라 올 해도 초대장이 왔길래 갔는데 기분 탓일까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맛볼 수 있는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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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이륙 전, 남편이 급하게 보낸 카톡

아침부터 깨달음은 생선구이와 청국장을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뭘 하며 보낼까 나름 계획을 세운 깨달음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첫 번째로 동대문 성벽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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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나와

7층에서 쇼핑을 하고 젤라토를

먹다가 라이브를 듣기 위해

18층으로 옮겨가 밤 11시가 넘도록

재즈를 들으며 술을 마셨다.

가끔 깨달음이 신청한 곡이 나오면

주체 못 할 행복함을 얼굴로 표현하며

메인 싱어에게 각종 하트를 날렸다.

술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우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성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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