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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송년회에서 들은 남편의 참 모습

by 일본의 케이 2015.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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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9시.

먼저 히터를 틀고 의자에 앉아 따끈한 녹차를 마셨다.

멍하니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옆 건물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도심 속, 새소리가 낯설게만 느껴지는 건

남의 사무실이라는 것이 더해서였을 것이다.

직원들이 나오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는데

난 일을 시작해야만했다.

먼저, 책장정리를 해야할 것 같아

샘플 책부터 옮기는데 어마어마할 정도로 무거웠다.

종류별로, 년도별로 나열을 하고 있을 때

남자 직원이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날 보더니 살짝 놀래는 기색을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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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뒤

다른 직원들의 행방을 물었더니

모두 현장에 나갔고 야마모토상은 호텔 신축건으로

교토에 내려간지 일주일이 되었고

오늘 동경으로 돌아올거라했다.

난 그에게 캔커피를 하나 건냈고

올 해도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렸다는 그런

일상적인 대화를 또 잠시 나누다가

집에서 준비한 손장갑과 고무장갑을 꺼냈다.

그걸 본 직원이 [청소]하시려는 거냐고 물었고

내가 일찍 나온 건 깨달음의 특명을 받아

 다른 직원 몫까지 [연말 대청소]를 하기 위함이니

신경쓰지 말고 일하라는 당부를 하고

다시 마저하던 책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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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직원은 여기저기 거래처에

내년 스케쥴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발주 기간, 샘플 제공에 관한 통화를 했다.

그 무렵, 깨달음에게서 자긴 점심 때쯤

 도착할 것 같다는 문자가 왔다.

깨달음은 아침 7시에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를 갔었다.

약간의 트러블이 있어 직접 자기가 가야만 했었다.

아직도 미팅중이지만 별 문제 없이

잘 풀렸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책정리를 마친 난, 화장실 청소를

금이 나올 정도로 번쩍 번쩍, 면봉으로

틈에 낀 먼지까지 제거를 하며

아주 꼼꼼히 청소를 했고

다음은 사무실 모서리에 있는 다용도실을

청소하러 갔다가 후배에게 카톡을 했다.

 

 

 후배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내게 주고 간 냉장고였다.

내가 결혼 전까지 아주 유용히, 귀하게

사용했었는데 깨달음 사무실에 냉장고가 고장났을 때

기꺼이 내어 주었다.

사이즈도 사무실에 딱 맞고, 성능도 아주 좋다고

깨달음이 매우 흡족해 했던 그 냉장고,,,,

안을 열어 보니 괜히 후배 생각이 더 났었다. 

냉장고 청소까지 깨끗히 끝내고 나서야 깨달음은

사무실로 돌아왔고

우린 점심을 라면으로 간단히 먹은 다음

백화점에 들러 직원들과 거래처에 드릴 선물들을 사고,

다시 나머지 청소를 했다.

 

저녁, 6시 깨달음 회사의 송년회가 시작되었고

한 해동안 수고했다는 멘트로 건배를 하며

 먹고, 마시기고 1시간쯤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올 해 성과및 반성, 내년의 목표에 관한

얘기를 했고 각 직원들에게도

올 해, 자기가 맡았던 업무에서 느꼈던 점과

내년도 목표같은 게 있음 얘기해보라고 했자

다들, 자기가 했던 실수,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그렇게 각자 자신이 보낸 1년간을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직원 중에서도 제일 고생?하고

일을 많이한 직원에게 보너스를 건네 주는 깨달음을 보고

거래처 사장님들이 깨달음에 대한 평가를 하셨다.

 

자네들은 깨달음 회사에 다니는 걸 감사해야한다.

경기가 좋으나 안 좋으나 직원들

이렇게 챙기는 사람은 없다.

직원들에게 최상의 근무조건을 갖춰주려고 애쓰는

사장이 요즘은 없는데 깨달음은 아직까지도

옛날방식으로 직원을 키우더라,

자네들이 많이 부럽다,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는게...

더 열심히 해라,

그래서 저 미코짱이 다시 이 회사로 돌아온 거 아니냐,

이번에 새 프로그램도 사 줬다던데,,,

우리 직원이 알면 안 되니까 비밀로 해주라..

하시모토군은 이번에 건축사 1급 자격증 땄다고 하던데

깨달음 회사에 가면 직원들이 성장하는 것 같더라,

혹시 마음 변하면 우리 회사로 와라,,,등등

참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내 앞에 앉은 거래처분이 낮은 목소리로

 옆 직원에게 말씀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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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 사장, 지금까지 직원들 뒷담화 한 걸 못 봤어,,

누가 자기 직원들 험담할라치면 얼마나 화를 내는지 알아?

자네들이 한 큰 실수, 작은 실수, 

전부 자기가 맡아서 처리 하잖아..

저런 사장 없어,,,앞으로도 잘해야 하네.....]

깨달음이 사장으로써 참 괜찮은 오너였음을

확인한 듯해서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사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오너라는 자리에 앉는 것도

  그만큼의 그릇이 되야만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년회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평가가

좋은 내용이여서 참 다행이였다.

올 한해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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