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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마지막 말을 해선 안 되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6. 7. 11.

[ 울지 말고 얘기 해...아침부터 뭔 일이야..]

[ 세상에 어쩜 그럴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않아?,,,]

전화 속에서 숨을 몰아쉬는 후배의

소리가 들렸다.

[ 누구보다 내 아픔을 알고 지냈고

내가 무엇때문에 힘들었는지 알고 있고

함께 울고 아파해놓고 그럴수 있냐고,,,,]

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 언니,,,인간이 무섭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거야?,,,....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걸 처음 알았어...

아픈 곳을, 슬픈 상처를 그렇게 막 멋대로

 건드리면 안 되잖아...

세상 사람 다 나에게 손가락짓을 해도

그 애만큼은, 그애는 그래선 안 되는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이번엔 한참을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으면 등이라도 다독거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 작년에 일본에 놀러왔던 그 친척 말하지?

음,,그 친구를 니가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는가 보네...]

[ 아니,,좋아하고 안 좋아하고가 아니라 정말 힘들때,,

같이 고생하고,,같이 울고,,,

같이 아파하고 그랬단 말이야..

근데...내 아픈 곳을,그렇게 파해칠수가 있어... ]

산다는 게 참,,,허망한 생각도 들고,,,

뭐랄까,,상실감이 너무 커...

인간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도

그렇고,,,참,,,사람이 무섭다는 말이 이런 건가봐..

사람이 싫어지네...이런 모습을 갖고 있다는자체가

너무 싫어... ]

후배는 동갑내기 친척이 있었다.

 친구처럼 어릴적 함께 성장을 했었고

중,고등학교 때도 단짝처럼 지냈는데

대학을 가면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더니

어릴적 친적집에서 신세졌던 상황이며

가난에 허덕여서 힘들었던 

그 시절을 비꼬면서 못쓸 소릴 했다고 한다.

부모님까지 거들먹거리며 후배의 아픈 곳을

숨기고 싶은 것들, 감추고 싶은 시간들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모욕했다고 한다.

[ 언니,,,그 애도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겠지.....

그래서 나한테 그랬겠지.. 나보다 힘들어서 그랬겠지.]

원래가 초긍정모드인 후배도 이번 일만큼은

바로 일어서기가 힘든 모양이였지만

역시나 상대편에 서서 입장을 고려하려는 모습에

후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00야,,,많이 아파하지마,,,

무리하게 상대를 이해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냥,,그 친구와는 그 정도였구나하고 생각해,,

그리고 너 나한테 맨날 이렇게 얘기했잖아...

상처를 준 사람이 아픈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길 기다리지 말고

그냥 스스로 발라서 상처를 낫게 하라고,,,

그래야 빨리 낫고 금방 털어낼수 있다고,,]

후배가 내게 해 줬던말을 그대로 해 주었다.

그 때서야 피식 웃는 후배...

[ 시간내서 집에 한 번 들러 김치 가져 가!]

[ 알았어... ]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후배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좀처럼 울지 않는 애인데...너무 해맑아서

깨달음도 후배를 만나면 알 수 없는 기운이 솟는다고

할만큼 긍정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녔던 애인데..

많이, 아주 많이 아팠던 것 같다.

도움되는 말을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계속들어 침대 모서리에 올려놓은 책을

 꺼내 읽었다.

[ 아무리 서운해도 마지막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요.

그 마지막 말이 좋았던 시절의 기억마저도

모두 불태워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변했어도, 상황은 달라졌어도

 추억은 그래도 남겨둬야 하잖아요.

아무리 서운해도 마지막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하게 되면 상대방 역시

아픈 마지막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혜민스님은 어쩜 이렇게도 명언만을 남기실까...

말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이며

 말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하셨을까.....

사물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사고가

너무도 남다른 [깨우침]이

뼈 마디마디에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 후배에게 다시 카톡을 했다.

오전과는 다르게 많이 밝아져있었다.

오늘도 그 친척에게 카톡이 와서는

아픈소릴했었고 자기도 모르게 하마터면 욕할 뻔했지만

 꾹꾹 참았다는 후배...

너무 착해도,,너무 참고만 있어도 안 된다고

퍼붓고 싶을 땐 그냥 퍼부어 버리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고 했더니

막가파처럼 막말을 하는 사람과 자기도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도 싫고,

그러면 그 애 얼굴을 영영 못 볼 수 없기에

그러고 싶지 않단다.

[ ..................... ]


혜민스님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나름 뭔가를

깨달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많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였다. 

후배는 끝까지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고

하려하지 않았다.

난, 오늘도 후배에게 많은 걸 배웠다.

나도 모르게 모진 말, 거친 말, 마지막 말을

뱉고 살진 않았는지...조용히 뒤돌아본다.

말은 [인격]이라고 한다. 

 한마디 한마디에 그 사람의 생각이 녹아있기에

그의 품성과 인성을 엿볼 수 있다.

말로 받은 상처이기에 기억에 오래가고

아픔의 깊이가 좀처럼 메어지지 않기에

[ 마지막 말]을 던져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참아하는 게[ 마지막 말]이였다. 

뱉고 나면 함께 했던 좋은 시간마져

 사라져 버리니까....

[마지막 말]..그래서도 참아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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