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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외국인 사위,이런 사위 또 없습니다

by 일본의 케이 2016.11.14

서울에서 선배와 늦은 술자리를 했던 우린

 술이 덜 깬 상태로 광주행 

케이티엑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깨달음은 아침까지 얼굴이 빨간 상태여서

술을 깨기 위해 물과 커피를

 연거푸 마셔야만 했다.

집에 도착했더니 엄마와 큰언니가 반겨주었다.

해장을 하기 위해 바지락 칼국수를 먹겠다는

깨달음의 요청에 따라 바로 시장으로 향했다.

 자기 것을 먹으면서도 언니의 동지죽과 

내 떡만두국을 번갈아 떠 먹고나서야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반찬거리를 사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는 김치 담그는 작업에 들어갔고

깨달음은 기분 좋게 거실에서

 리모콘을 옆에 놓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 나 은행 가는데 같이 갈까?]

[ 아니, 집에서 테레비 볼래 ]

[ 과자 사 줄게 ...]

[ 아니, 테레비가 더 재밌어 ]

[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

[ 응, 전혀 문제 없어 ]

과자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삼대천왕과 

복면가왕 재방송를 돌려가며 보고 있는

깨달음을 지켜보시던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 깨서방은 안 간다 그러냐? ]

[ 응, 집에 있을 거래..]

[ 오메.. 좋아하는 채널을 잘도 골라서 보네..

얌전히 테레비 보고 있는 모습이 귀여와 죽것네...

어여 너 혼자 갔다 와라 ]

 엄마가 자기에게 귀엽다고 한 줄 알고는

 좋아서 씨익 웃는다. 

잡다한 바깥 업무들을 보고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하는데 깨달음이 유일하게 

몸을 움직인 건 자기가 좋아하는 

꼬막까는 것뿐이였고 

이른 저녁을 먹은 우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바나나로 대신하고 우리는

 백양사로 떠났고 맑은 공기와 곱게 물들어가는

 한국의 가을 단풍을 맘껏 보았다.


그리고 아침겸 점심으로 산채 정식과 

깨달음은 해물파전을 시켰는데

묵은 김치 올려 얼마나 잘 먹던지

엄마와 언니가 집에서 파전을 

안 해 줬냐고 내게 물었다.

[ ........................... ]

혼자 해물파전을 다 먹고 기분이 최고가 된

깨달음을 데리고 우린 전주로 장소를 옮겼다.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 여기저기에서

한복 입은 어린 학생들 모습을 본 깨달음은

좋아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 이렇게 한복 입은 언니들을 많이 보긴 처음이야

진짜 귀엽다...커플로 입은 학생들도 많네..]

[ 당신도 한 번 입어 볼거야? ]

[ 아니,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

너무도 넓은 한옥마을을 모두 돌아볼 수 없어 

 깨달음이 보고 싶어했던 곳을 둘러보고

우린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저녁은 엄마의 추천메뉴인 생선정식집에서 

돌솥밥과 함께 먹었는데

갈치가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도 꼭 다시 

오고싶다는 깨달음 말에

엄마가 다행이라며 많이 흡족해 하셨다.


그렇게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기 위해 엄마와 작별인사를 해야했다.

밑에 내려갔더니 우리가 매번 이용하는 

택시 아저씨는 벌써와서 기다리고 계셨고

짐가방을 트렁크에 실어주셨다.

[ 오머니,,건강하세요..외로워하지 마세요]

[ 응,, 깨서방도 몸 조심하고...]

택시가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동안

계속 엄마쪽을 뒤돌아 보며 손을 흔드는 깨달음을

보시고 택시 아저씨가 불쑥 말을 꺼냈다.

[ 오메...계속 뒤돌아 보네..서운한갑네...

외국분이신디 장모님한테 진짜 잘하시네요...]

[ 아,,네...]

[ 일본분이라 그랬죠?]

[ 네...]

[ 아따,,,한국 사위들도 하기 힘든디 진짜

남편 잘 만나셨네요..

지난 번에도 같이 오고, 이번에도 

또 같이 오고,,,그러기가 힘든디...

보통 마음 아니믄 처갓집에 이렇게 못해요..

나도 배워야 쓰것는디...잘 안 되드라고요..

참,,대단하시네...한국말도 못하신 것 같든디..]

[ 네......]

장한 사위상이라도 줘야쓰것쇼.

외국인 사위가 이렇게 잘 한 사위가 어디 있다요.]

[아,,네..그래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

[ 원래 일본사람들이 차갑다고 글든디..

정이 많은 사람도 있는 갑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참 대단해, 아니 신기해..

말도 안 통하고 답답할 것인디 장모님한테

저렇게 살갑게 하는 사위가 드물어요..]

나는 장모님한테 별로 정이 안 가든디...

어머님이 복이 많으신갑소..,,

이런 사위 얻기가 힘든디.. ]


아저씨는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자신과 깨달음을 비교하면서 반성도 하시고

부러워도 하시고 아낌없는 칭찬도 해주셨다.

짐을 내리고 다음에 또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마지막으로 또 한마디 하신다.

[ 이런 신랑 없응께 잘 하쇼, 진짜 괜찮은 남자요]

[ 네...]

한국에 올 때마다 깨달음에게 빈둥거린다고

구박도 하고 싫은 소릴 많이했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깨달음의 행동 하나 하나에 얼마나 많은

애정과 배려가 담겨 있는지.... 

실은, 깨달음이 이번에는 그렇게 좋아하는

 장모님 밥상을 받지 않기 위해 모든 식사를

 외식으로 하자고 제안했었다.

자기를 위해 어머님이 혼자서 버스타고 

시장에 가서 반찬거리를 사고 여러종류의

음식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기에 

이제부터는 장모님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도착하던 날도 술을 깬다는 핑계로

바로 시장으로 향해 칼국수를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깨서방에게

해줄 건 음식밖에 없다며 

깨달음이 좋아하는 것들로

많이 준비를 해주셨다.

그날 밤, 나와 왜 같이 은행에 가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모처럼 왔는데 

어머님이랑 같이 있어야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었다. 

택시 기사님 말씀처럼 이런 외국인 사위가 

그리 많지 않은지 모른다.

장모를 위해 마음 써주는 

그 정성을 나도 잘 알고 있기에

시댁에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깨달음 만큼은 미치지 못함을 시인한다.

이 날, 비행기 안에서 나는 깨달음에게

많이 많이, 아주 많이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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