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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결혼 7주년 기념일, 그리고 부부싸움

by 일본의 케이 2017.03.30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아직 신참으로 보이는 남자 종업원이

홀을 왔다갔다하며 우왕좌왕하는 게 

신경이 쓰였다.

추천메뉴를 들고 우리 테이블에 왔을 때

미약하게 고 있는 검지손가락을 메뉴판으로

가리려고 애를 썼다.   

적당히 주문을 했고, 잠시 뒤 와인을 들고 온 것은

신참이 아닌 점장처럼 보이는 아저씨였다.

[ 건배~]

깨달음과 내가 부부가 된,

즉, [혼인신고]를 구약소에 제출한 날이였다.

3월 25일이였는데 어제서야 

건배를 하게 되었다. 

바쁜 것도 있었고 기뻐하고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였음을 서로 느끼고 있었다.


[ 건강진단은 언제 예약할까? ]

[ 다음달 중에 하는 게 낫겠지? ]

또 다시 침묵이 흘렀고 깨달음이 묻는다.

[ 당신,,,나한테 할 말 많지? ]

[ 아니..없어,,]

[ 뭐 갖고 싶은 것은? ]

[ 없어,,괜히 당신 신경 쓰이게 한 것 같은데

나 괜찮아,,.내가 갱년기에 들어왔잖아,

그래서 여러가지로 예민해진 것도 있고

귀찮고 짜증스럽고 그래... ]

[  아직도 나한테 화 난 거 아니야?]

[ 화 난 게 아니라 당신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려서 그래,

그리고 앞으로 또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할지 답을 찾고 있었어... ]

[ 답은 찾았어? ]

[ 음,,,,답은 예전부터 같았어...]

이 말을 끝으로 우린 꽤 긴 시간

말없이 식사에 전념했다.


[ 일본속담에 부부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

( 夫婦喧嘩は犬も食わぬ)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해.. 

부부싸움이란 게 쓸데없는 짓, 

소용없는 짓이라는 뜻이지..

근데 난 그 쓸데없는 짓을 자꾸 반복하다 보니까

조금 지치고,,앞으로가 걱정 되는 것 같애.,]

[ 일본속담하고 조금 뜻이 다르네..

일본은 뭐든지 잘 먹는 개조차도 부부싸움에는

 관심이 없고 누구든 참견을 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한국에서는 칼로 물베기라고 해 ? ]

[ 칼로 물을 베면 금방 다시 원위치로 되듯이

맨날 싸웠다가 다시 쉽게 화해한다는 뜻이야,,]

[ 잘라도 잘라도 물이 잘라지지 않듯이 싸움을 

아무리 해도 부부는 갈라지지 

않는다는 뜻 아니야? ]

 [ ............................ ]

칼로 물을 베면 금방은 갈라지게 보이지만

이내 다시 합쳐지고 아무런 자취가 

남지 않는 것처럼

별로 큰 일도 아닌, 그냥 부부싸움이란 게 

원상으로 돌아가니까  해봐야 

쓸데없다는 뜻이야 ]

[ 아, 무슨 말인지 알았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 오니까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는 거네, 어차피 합혀지니까..

즉, 나중에 다시 화해하니까..]

내가 말하고자하는 의도와는 벗어났지만

깨달음다운 해석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꿈보다 해몽이 좋은 깨달음은

오늘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얘기들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오늘 아침, 내 노트북 앞에 놓인 깨달음의 편지.

결혼 7년을 맞이해 뒤돌아보니 

좋은 남편은 아니였던 것 같다,,

앞으로는 조금 더 성숙된, 조금 더 멋진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나도 답장을 썼다.

감사해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자신감이라 생각했던 게 

 자만이였음을 반성하고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들을 

잊고 있었음을 인정하겠다고,,

감사함을 잊었던 건 사실이다.

미운 마음이 앞서다보니 고마웠던 것,

감사해야 할 부분들이 보이지 않았다. 



부부싸움이란게 서로의 절충점을 찾는 것이

 결혼생활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것 같다.

싸움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희안하게 

면역성이 생겨 오가는 말도 거칠어지고 

과격해지고 만다.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 거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지만

결혼은 끝없는 인내가 필요한 

공동생활인 게 분명하다.

그것을 얼마나 지혜롭게 이겨내며 배우자와 

풀어나가는냐가 관건이 아닌가 싶다.

내 권리는 반으로 줄고 

의무가 배가 늘어나는 결혼,,

말과 행동이 뒤따르지 못하더라도

 눈빛 하나만으로

뜻을 같이 할 수 있다는 부부,,

결혼은 쉽다,,하지만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꾸려가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눈이 있어도 흠을 보지 말며

입이 있어도 실수를 말하지 않는게 

트러블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사과를 하고 배우자와 

풀어나가려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칼로 물을 벨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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