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마실거야? 와인을? ]
[ 응, 삿포로까지 가는데 3시간 이상
가야하니까 마셔 줘야지.
내가 홋카이도산으로 맛있는 안주거리
사왔으니까 당신도 같이 마시자,
삼각김밥도 바로 만들어 준거여서
따끈따끈 해~ ]
[ ......................... ]
[ 역시 홋카이도는 먹을 게 풍부해서 좋아
과일, 야채, 생선까지 모두 맛있어~]
샌드위치를 물고 얘기하는 깨달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 근데 삿포로에서는 뭐 하지? ]
[ 호텔 온천 즐겨자~, 거기 사우나 시설도
좋고, 땀을 쫙 뺀 다음 저녁에
또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거야~]
[ 우리 첫날부터 공항에서 라멘, 스프카레랑
지금 이 시간까지 너무 많은 걸 먹은 것 같은데 ]
[ 먹는 게 남는 거야 ]
[ ............................... ]
삿포로를 향해 달리기를 2시간이 지날무렵
와인 한 병을 비운 깨달음은 테이블에
옆드린채로 잠을 청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고 열심히 놀고,,
또 열심히 일하고,,참 좋은 발상이다.
쉬운 듯,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하는 것도, 노는 것도,,,
삿포로에 돌아온 후 바로 호텔에서
온천을 즐기고 근처 이자카야에 들렀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우린 또
바보처럼 많은 양의 안주와
술을 먹고 마셨다.
깨달음이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더니
[ 옆에서 한국말이 들렸어~한국사람이
놀러 왔나봐 ]
[ 아까 온천에도 있었어.중국사람이랑
태국사람도...]
[ 안녕하세요, 한 번 해 볼까? ]
[ 그 다음은 뭐라 할 거야?]
[ 맛있어요라고 물어보면 되지?
아니 어디 가세요?라고 물어볼까? ]
[ ................................. ]
깨달음은 이렇게 주위에서 한국말이 들리거나
한국인이 있는 것 같으면
안녕하세요를 하고 싶어한다.
아니면, 나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시키기도 하지만 난 한 번도
깨달음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았다.
[ 당신이 인사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면
바로 깨서방인지 알 거야,,]
[ 아니야, 오늘 안경 안 썼으니까 모를거야 ]
[ 하고 싶으면 당신이 말 걸어봐~]
몇 번 뒤를 돌아보며 어색한 미소를
보냈지만 그쪽 테이블에서는
깨달음을 쳐다보지 않았다.
[ 일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좀 도와주면
좋잖아, 나도 한국에서 메뉴가 뭔지 몰라
헤맬때 유창하진 않았지만 일본어로
열심히 설명해 준 손님들이 많았어 ]
[ 그건 80년대 이야기고, 요즘은 한국도
일본처럼 괜히 말 걸고 그러는 거 안 좋아해
그리고, 메뉴판에 사진 다 있잖아 ]
[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같은 나라 사람
만나면 반가운 거 아니야? ]
[ 요즘은 어딜가나 자국민들이 많아서
그렇게 반갑고 그러지 않을 거야 ]
[ 그래도 한 번 물어 봐~
놀러 왔는지? 가족끼리 왔는지?
어디 구경 갔는지? 음식은 입맛에 맞는지?
뭐가 제일 맛있는지?
나는 뭘 먹는지가 너무 궁금해~
그리고 일본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지
다른 얘기를 하는지도 궁금해~]
[ 그게 왜 궁금 해? 나는 안 궁금하니까
당신이 물어 봐~]
내가 이렇게 말을 하자 안주 접시에
남은 얼음조각을 하나집어서는
[ 차가운 사람은 얼음을 먹으세요]라며
내 입에 갖다댔다.
[ ................................... ]
그렇게 우린 참 많은 걸 먹고 나와
호텔로 돌아가는 삿포로역에서
비어 페스티벌에 앉아
또 시원한 맥주를 한 잔씩 마셨다.
다음날, 도쿄행 비행기 안에서 깨달음은
요즘 푹 빠져 있는 미운우리새끼를
보며 재밌어 죽겠다고
끽끽거리며 너무 좋아했다.
[ 그렇게 재밌어? ]
[ 응, 진짜 재밌어~아, 내 가방에서
아까 공항에서 산 초코 감자칩 좀
꺼내 줘, 먹으면서 볼래 ]
[ ........................ ]
깨달음처럼 사는 게 어찌보면 단순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매 시간 충실하게
매 시간 즐기면서, 언제나 포지티브한
마인드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보게 되면
꼭 말을 걸고 싶어 하지만
본인의 한국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쉽게 다가가질 못한다.
내가 옆에서 다리를 놔주면 좋으련만
성격상 그러질 못해서 깨달음은
늘 아쉬워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본에서 불편한게
있는지 물어보고 도와줄 수 있으면
조금 도움을 주면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아직까지 난 하지 않고 있다.
모든 면에서 배워야할 점이 많은 배우자인 건
분명하지만 가까이서 보고 있는 난 좀처럼
닮아가질 못하고 있다.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었더니
빨리 꺼내달라고 옆구리를 친다.
살 찌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려오는데
깨달음은 손가락까지 빨아가며 먹고 있다.
벨트 위로 뱃살이 올라타고 있지만
그냥 좋게 생각하고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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