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퇴근을 하는 날이나 주말을 앞 둔
금요일이면 깨달음은
이른 저녁을 마치고 그동안 못 본
한국 예능프로를 본다.
항상 즐겨보는 프로는 음악과 음식프로로
정해져 있지만 가끔은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시사프로도
보려고 한다. 내가 옆에서 동시 통역을
해야하지만 기꺼이 해준다.
이번에도 제일 먼저 본 것은
판타스틱 듀오였고 마침 이은미씨가
나오자 테레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난 서울 콘서트에서 보고
오랜만에 봐서인지 얼굴이 더 예뻐진 것
같다며 싱글벙글이다.
지원자들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치 자기가 심사위원처럼
이 은미 목소리와 톤이 너무 다르다는 둥
너무 감정을 넣어서는 안 되다는 둥
나름 냉정한 판정을 했다.
[ 애인 있어요]가 시작되자 몰입이 된 상태로
테레비에 붙어 앉아 감상을 하며
갑자기 화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 노래 주세요~~깨달음 입니다]
[ ............................... ]
콘서트에서 바로 옆을 스쳤던 이 은미씨에게는
손도 내밀지 못했으면서 이렇게
집에서만 용기를 내고 있는
깨달음이 바보 같았다.
[ 그니까 그 때 악수하라고 했잖아 ]
[ 그 때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었지..근데 오랜만에 보니까
조금 보고 싶어지네..]
[ 다음에 또 콘서트 일정 맞춰서 갈까? ]
[ 아니,,괜찮아,,]
[ 왜? ]
[ 그냥,이렇게 거리를 두면서 사랑을
전달할래...]
[ 어떻게 전달이 돼냐? 내가 편지라도 써 줘? ]
[ 하지마~, 창피해.그냥,혼자 좋아할거야
첫사랑처럼 혼자 노래를 들으면서
꿈꾸는 게 나는 좋아,,,그리고 한 번
직접 만났잖아,,그럼 됐지...더 이상
욕심을 부리면 안 될 것 같애..]
[ 당신이 지금 얘기 한 것을 내가 편지로
써서 팬레터를 보내볼게, 그러면 혹 이 은미씨가
당신을 기억해 줄 수도 있잖아 ]
[ 아니야, 난 그냥 순수하게 팬의 한 사람으로
조용히 응원하며 지낼거야,,]
[ 바보다네....]
[ 원래,,사랑은 바보 같은 거야,,]
[ ........................... ]
큰하트, 작은 하트를 총 동원해
이은미씨를 향해
보내는 깨달음이 안쓰러울정도다.
진짜 편지를 써주겠다고 그랬더니 갑자기
목소리 톤을 깔고 폼을 잡으며 얘기한다.
[ 사랑은 바람과 같아,,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거든,,,입으로 떠드는 사랑은
향기가 없어..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사랑이내 체질에 맞아,,,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의상태, 그게 지금의 내 상태야.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배려라고 생각해,
특히, 이 은미씨는 연예인이니까..
사랑은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아니야 ]
[ ....................... ]
듣다 못해 한마디 했다.
[ 누가 뭘 요구하래? 그냥 좋아하는 팬으로서
응원하고 있음을 표현하라는 거지 ]
[ 당신도 블로그에 조용히 응원해
주는팬들이 더 소중하다고 그랬잖아,
그거랑 지금 내가 은미씨에게 갖는 감정이
똑 같은 거야, 말이 필요없다는 거지..
굳이 나를 알아보지 못해도, 항상 변함없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만 간직하면 돼 ]
[ ............................ ]
[ 그럼, 콘서트도 정말 안 가?..]
[ 응 ]
[ 일본에서 해도 안 가? ]
[ 일본에서 하면,,,갈지 몰라,,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좋아하는 마음을
떠들썩하게 내 비치고호들갑 떨고 싶지 않다는 거야,
그냥,,혼자서,조용히 은미씨를 생각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함께 공감하고,같이 노래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그게 내가 은미씨를 사랑하는
응원하는 방식이야~한 발 물러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응원이 훨씬
큰 힘이될 수 있어....]
[ 알았어!!]
( 이은미씨 콘서트에 간 깨달음)
깨달음이 언제부터 사랑에 대해 이렇게
통달한 듯한 의식를 갖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랑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그리고 사랑은
단순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사랑의 형태와 표현방식도
너무도 각양각색이여서 진심이 뭔지믿음이
뭔지 헷갈릴 때가 있지만 깨달음 말처럼
인내하는 것도사랑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욕심이 들어가면 진실성이 결여되기에
항상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게 사랑이다.
깨달음은 지금 인내하는 사랑을 하고 있다.
'일본인 신랑(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이 그리워하는 한국의 맛 (19) | 2017.09.09 |
---|---|
입원 하던 날, 남편에게 감사 (50) | 2017.08.22 |
남편이 책상밑에 숨겨 둔 것 (13) | 2017.07.20 |
한국인의 눈물에 관한 남편만의 고찰 (14) | 2017.07.04 |
일본인다운 남편의 효도 개념 (27) | 2017.06.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