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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그리워하는 한국의 맛

by 일본의 케이 2017. 9. 9.


[ 오늘은 뭐 먹고 싶어? ]

[ 응,,칠리새우]

[ 그럼, 그 집에서 먼저 기다려~

거기까지 걸을 수 있지?]

[ 응, 괜찮아 ]



[ 오늘은 생선 먹으러 가자,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어야 빨리 회복할 수 있어.. ]

[ 오늘은 고기 먹자, 철분을 보충해야하니까 ]

[ 오늘은 더우니까 면으로 할까?]

[ 새로 생긴 인도카레집도 가볼까?]

[ 오랜만에 와인 한잔 마실까? ]

퇴원후, 내가 주방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만들지 못하다보니

거의 매일 외식을 하게 되었다.

퇴근할 때 도시락을 사가지고 와 같이 

먹기도했지만 철분, 비타민, 단백질등을 

골고루 섭취해야한다는 명목으로 집 주변의

모든 가게를 돌아다녔다.


어느날, 라멘집에서 깨달음이 한 숟가락 

떠 먹어보더니 나에게도 권하며 물었다. 

[ 이 집 라멘에서 이상하게 한국맛이 나네 ]

[ 그래? ]

[ 설렁탕 같은,,아니 감자탕 맛이 나,,]

[ 나는 잘 모르겠는데...]

[ 당신, 감자탕 안 먹고 싶어? ] 

[ 먹고 싶네..몸 좋아지면 내가 해줄게]

[ 당신이 해주는 것도 맛있지만

감자탕은 가게에서 참이슬 마시면서

먹는게 최고 맛있지...]

[ 그럼, 코리아타운 갈까? ]

[아니, 코리안타운이 아니라 서울 감자탕 골목

같은데 가서 먹어야지 제 맛이야]

[ 당신,,한국 가고 싶구나,,]

[ 응,,찬바람이 부니까 한국에 가고 싶네.

난, 한국의 겨울이 참 맘에 들어..

아주 매섭고 차가우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따듯함으로 둘려 쌓였거든,,,]

[ ......................... ]

[ 포장마차도 가고 싶다..]

[ 이번 추석때 한국 갈까? ]

[ 안 돼...10월에 바빠, 스케쥴이 꽉 찼어 ]

이 날은 이렇게 대화가 끝이 났고 그 이후로도

며칠간 한국 얘긴 나오지 않았다.



어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모처럼 와인을 주문했다.

[ 당신은 아직 마시면 안 되니까 입만 돼 ]

[ 응,,]

와인을 아주 맛있게 마시는 깨달음에게 물었다.

[ 밖에서 이렇게 매일 외식을 하니까

편하기는 한데 좀 질리지 않아? 

 당신은 안 질려? 밖에서 먹는 거? ]

[ 괜찮아, 맨날 다른 거 먹으니까 ]

[ 솔직히 집에서 먹고 싶지? ]

[ 그러지, 집밥이 좋지만 지금 당신 몸이

움직일때가 아니잖아 ]

[ 다음주쯤이면 움직여도 될거야

그러면 그 때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뭐가 제일 먹고 싶어?]


 [ 음, 한국에 가면 황태를 어머님이 

하나하나 찢어서 북엇국을 끓여주셨잖아,,

그게 먹고 싶어.황태의 고소한 맛도 좋고 

국물도 뽀얗고 진하잖아,.]

[ 황태,,한마리를 여기서는 못 구할 걸....]

[ 그러겠지..]

[ 그럼,, 미역국, 미역 귀 많이 달린 거..

 어머니 집에서는 자주 먹었잖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하고 국물도 아주 고소한데..]

[ 알아,,그 미역,,당신이 좋아한다고 

산모용으로 국물 많이 나오는 걸로 엄마가 

항상 준비해 주셨지..근데 다 먹었어....]

[ 그래?...]


[ 당신 집밥이 많이 먹고 싶었구나? ]

[ 응,,,어머니 집에 가서 먹었던 음식들이

먹고 싶어졌어..뜨끈한 된장찌개랑 계란찜,,

그리고 콩나물이랑 여러 나물들...

근데, 왜 어머님이 하면 같은 콩나물도

 그렇게 맛이 다르지? 

당신이 하면 그 맛이 안 나잖아,,]

[ ......................... ]

[ 그래서 한국에서는 손맛이라고 해..

엄마의 손맛을 딸들은 내기 힘들어....]

[ 손맛이라는 것은 손으로 열심히 뜯고,

 다듬고, 데치고, 손으로 주물주물 하시고

시간과 정성을 다해 만드시니까 

손맛이 나는 거 아니야?

간 보게 할 때도 꼭 손으로 집어서

입에 넣어주시잖아,,, ]

[ 나도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근데 사람의 

손에 온도가 달라서 맛에도 조금 

좌우를 한다고 말을 들었어..]

[ 그렇구나,그냥,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들을

먹으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먹고 싶은 가 봐]

[ 알았어, 내가 열심히 만들어 볼게]


피자를 입에 넣고 마지막 와인잔을 비우던

 깨달음이 또 묻는다.

[ 갈치조림 해 줄거야? ]

[ 응, 갈치조림은 할 수 있어..]

[ 아니, 하지마, 갈치도 제주산이 맛있고

무우도 한국 무가 달고 맛있어..

여기 재료로 하면 한국맛이 안 나잖아,,]

[ 그럼 다른 거 해줄게 ]

[ 음,바지락 칼국수랑 김밥, 잡채가 좋아]

[ 알았어..다 해줄게.]

한국에서 식사를 할 때면 엄마는 깨서방을 향해

항상 같은 말씀을 하셨다.

[ 어째, 저렇게 나물을 잘 먹는가 모르것어,,

그럴지알고 내가 여러가지 만들기를 잘 했그만,,

아주 맛나게 먹는 걸 본께 기분이 좋네..] 

 깨달음이 좋아하는 각종반찬들을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준비해서 내주셨던

엄마의 정성과 마음을 깨달음이 

그리워하는 듯 싶었다.

그냥, 북엇국이나 미역국 같으면 얼마든지

 해줄텐데 재료가 다르니 그러지도 못하고 

괜시리 미안해진다.

 어쩌면 깨달음은 3주간, 외식을 하며 

 집밥도 물론 먹고 싶었겠지만어머니가 차려준

 따끈하고 푸근한 그런 밥상 같은

사랑과 관심이 그리웠던 게 아닌가 싶다.

갑자기 시어머니가 입원을 하셨고, 나는 나대로

거동이 불편하니 이래저래 더더욱

마음이 허전했던 모양이다.

다음주엔 엄마의 손맛을 재현해서 따뜻한 

한국 집밥을 한상 차려줘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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