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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가족이기에 더 감사해야할 게 많다

by 일본의 케이 2020. 6. 10.

출장을 가기 위해 깨달음이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속옷, 반팔과 긴팔 와이셔츠를 한장씩 넣으며

삿포로는 도쿄와 다르게 기온차가 심해서

감기 조심해야한다고 했다.

난 알코소독제와 티슈를 건네주고나서 

침대 모서리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더니

무슨 할말이 있냐고 묻는다.

그냥 당신 출장갈 때마다 그곳이 어디든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고 하니까 괜찮단다. 

가방에 짐들은 모두 넣고 나서는 불쑥 

 마스크를 한장 더 달라고했다.


[ 아까 내가 주지 않았어? ]

[ 그것은 쓰고 갈 것이고 여분으로

한장 챙겨가려고, 한국 마스크로,,

어제 처제가 마스크 또 보내줬잖아 ]

[ 당신, 어떻게 알았어? ]

[ 내가 소포 냄새는 귀신같이 알지,

처제 이름이 적혀있었어 ]

자기방에서 공부중이길래 소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쇼파에 놓인 걸 봤었는지

한국 마스크로 달라는 거였다.

[ 손 씻는 거 잊지 마, 전철이랑 비행기 

안에서도 알콜로 꼭 소독해, 알았지? 

아무거나 만지지 말고 ]

[ 알았어, 갔다 올게 ]


그렇게 문을 나섰는데 세탁기를 돌리고

깨달음 방에 들어가봤더니 테이블에 손수건이 

그대로 놓여있어 얼른 들고 

리무진 승강장으로 냅다 달렸는데

  깨달음이 보이질 않았다.

분명 아직 리무진이 올 시간이 아닌데..

 2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딜 간건지..

뭔일인가 싶어 급하게 전화를 했다.

[ 어디야? ]

[ 코로나로 운행이 중단되었는데 

그걸 몰랐어..그래서 지금 막 택시 탔어 ]

[ 그래,,다행이야, 잘 다녀와 ]

그렇게 깨달음은 출장을 떠났고 저녁이 되서야 

호텔에 도착해서는 생각보다 너무 춥다며

저녁으로 따끈한 라멘을 먹겠다고 했다.


깨달음은 이렇게 출장을 가면 일거수일투족을 

내게 보고?를 한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심심하니까 하는 거라며 어디에서

무얼 먹는지, 누굴 만나는지 일일이 알려준다.

 라멘을 먹고 난후 호텔에 들어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야키토리집이라며 전화가 왔다.

[ 호텔로 안 들어갔어? ]

[ 응, 그냥 술 한잔만 하러 들어왔는데

나 혼자 먹으니까 맛이 없어 ]

[ 라멘 먹어서 배 부르니까 맛없이 느껴지겠지 ]

[ 아니야,,역시 혼자는 맛이 없어 ]

미팅은 내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잡혀있는데

계획서와 도면도 체크를 마친 상태여서

할 일도 없고, 따분하다면서

처제에게 줄 선물로 뭐가 좋은지 지금

검색중이라고 했다. 


지난번에 마스크를 보내줬을 때도 너무

고마웠는데 또 보내줬으니 답례를 건사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마스크를 한장 더 달라고 했을 때

동생이 왜 이번에 마스크를 또 보냈는지

깨달음에게 잠깐 설명을 해줬었다.

동생은 마스크보다 지난번 통화할 때

내가 묵은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던 것과

깨달음이 좋아하는 곱창김을 기억하고

그것들을 보내려고 했었단다. 그런데 코로나로

 2,3일이면 일본에 도착했던 EMS가 지금은 

10일정도 걸리고 있어 

보내고 싶은 것들을 못보낸다고 했다.

[ 깨달음, 괜찮아,동생이 아무것도 필요 없대 ]

[ 아니야, 이번에는 정말 처제가 감동받을 수

 있는 걸로 선물준비할 거야 ]

그리고 깨달음은 처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털어놓았다.

https://keijapan.tistory.com/1362

(한국 마스크를 쓰고 나간 남편)


지금껏 결혼하고 9년간 처형들도 소포를 많이

 보내줬지만 처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로 각종과자부터 한약, 

오미자, 감기약, 파김치, 동치미, 이번엔 마스크까지

너무 많은 것을 챙겨주었고 한국에 가면

항상 처제가 아침식사도 10첩반상으로 

차려주고 언제나 어디서나 지금가지 변함없이

자길 편하게 대해주고 살펴줬단다.

[ 당신 마음을 내가 그대로 전해줄게]

[ 아니야, 지난번에도 당신이 필요없다고해서

답례를 못했잖아, 이번에도 말만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 꼭 해줄 거야 ] 

[ 당신 술 취했어? ]

[ 아니.그냥 오늘도 내 마스크를 보고 사람들이

 부러워했어. 그래서 더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고 ]

술이 취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약간

취기가 돌고 있는 듯 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은 건 꼭 하고마는

깨달음이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잘 마무리하고 돌아오라며 전화를 끊으려는데

가족이기에 더 챙겨야하고

가족이기에 더 감사해야하고

가족이기에 사랑하고 있음을

더 많이 표현해야한다고 했다.

https://keijapan.tistory.com/1089

(한국에 가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그렇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더 애닳고

그리운게 가족이고 그래서도 더더욱 감사하고

고마움이 많아지는 게 가족인데

가족이니까 그래도 될 거라고, 가족이니까 

이해해 줄 거라고, 가족이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하곤 한다.

혼자 잠자리에 들었는데 깨달음의 마지막 

말들이 자꾸만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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