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은 이렇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5. 14.

코로나로 긴급사태선언이후, 월요일만 잠깐 회사에

 다녀오는 깨달음은 화요일, 수요일까지 

도면을 치거나, 전화상의 미팅을 하고

  회사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보내는 3일간 열심히 일하고 난 후,

목요일이 되면 일주일 동안에 보고 싶었던 

티브이 프로를 몰아서 보는 날이 시작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가 수요일부터 한다는 걸

 알기에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방송되는

예능프로를 쉬지않고 본다.

예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는 프로만 

골라 봤었는데 요즘은 장르불문하고 

버라이어티, 요리프로까지 자신이 관심 가는

방송은 또 보고를 반복한다.


아는형님, 트롯트 신이 떳다. 수미네반찬,

2TV 생생정보, 생방송 오늘, 오 나의 파트너,

팬텀싱어,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아내의 맛, 나혼자 산다. 미운 우리새끼, 

골목식당, 맛있는 녀석들, 삼시 세끼 등등

예능프로는 거의 본다고 봐야한다.

처음에는 내가 일일이 보고 싶다는 프로를

틀어줘야했는데 요즘은 자기가 

골라서 볼 줄도 안다.

그렇게 티브이 시청이 시작되면 거실에 앉아 

고정된 자세로 끝도 없이, 계속해서 본다. 

 그 덕분에 깨달음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어제는 같이 티브이를 보다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튀어 나와 나를 놀래켰다.

[ 어머, 어머, 재 좀 봐, 웃기다 ]

[ 깨달음, 그 말은 어디서 배웠어?]

[ 그냥,,알았어..]

이제까지는 [봐 봐] 밖에 하지 못했는데

표현력이 많이 늘었다.

 [어머,어머]는 남자들보다는 주로 여자들이 

쓰는 감탄사라 설명을 해줬는데 남자가 쓰는 걸 

봤다며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잔소리를 좀 하면 이제는

[ 그만해, 알았어]라고 말대꾸도 할 줄 안다.

그만해는 또 누구한테 배웠냐고 물었더니

 이상한 춤을 계속추는 여자 탤런트에게

다른 출연자들이 그만해, 좀 그만해라고 

했다면서 그 때 자연스럽게 외웠단다.

이 외에 요즘 새롭게 외운 한국어 표현들은

 좋았어, 너무해, 울지마세요, 슬프다.

미쳤어, 마지막이야, 한번만, 부탁이야이다.

어떤 프로에서 어떤 상황을 보고 외웠는지

알 순 없지만 자주 들렸던 모양이다.


엊그제는 BS에서 [ 해를 품은 달]을 재방한다며 

시작부분을 못 봤는데 어떻게 알고 이렇게 

재방송을 해주는지 모르겠다며

진심으로 좋아했다. 

[ 채널도 많은데 어떻게 찾았어? 잘도 찾네..]

[ 내가 이런 건 잘 찾지 ]

오후시간대에 했던 한국 드라마 [허준]이

 끝나버리고 볼 게 없었는데 재택근무하는

아저씨들을 위해서 시대극을 재방송 하는 게

 아니냐면서 나름 분석을 했다.

깨달음은 한국에서도 엄마집에 가면 그 많은

 채널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를

잘 찾아서 봤었다. 


그걸때마다 엄마는 한국말도 모르면서 어쩌면

 저렇게 재밌게 보는지, 모르겠다며

 쇼파에 앉지도 않고, 티브이 앞에 딱 붙어 앉아

 눈을 껌뻑,껌뻑거리며 열중하는

 모습이 귀엽다고 하셨다. 

그리고 오늘, 깨달음이 좋아하는 카레라이스로

저녁을 차렸더니 내게 두손을 모우고는

[ 고맙소]라고 했다.

이렇게 느닷없이 적절하게 한국말을 하면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웃음이 나온다.


[ 당신, 한국 프로 덕분에 말이 많이 늘었네 ,

고맙소라는 말도 할줄 알고,,]

[ 응, 김호중 노래잖아, 역시 티브이를 보면

 말이 느는 것 같애, 노래에서도 배우고,,]

[ 그러긴 한데..좀 본격적으로 공부를 좀 하지?

 지금 시간도 많으니까 ]

[ 아니야, 난 그냥 이렇게 자연스럽게

외울거야,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알아듣고 기억하는 걸 보면 난

이 공부 방식이 맞아..]

[ .............................]

우리가 결혼하고 신혼 초기때에는

한국어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진지하게 한두 달 공부를 했는데 받침이 나오고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를 대더니만

 책을 덮었다. 내가 가르쳐 준다해도 싫다고 했고

 본격적인 공부는 한국에 가서 어학당을

 다니면서 하겠다고 선언한 후로는

전혀 한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먼저 

육두문자를 배웠고, 사극을 통해서는

[전하] [ 아니되옵니다 ]

[ 게 섰거라] [ 어디 있느냐 ]를 알게 되었고 

각종 예능 프로를 보면서 [ 어떡하지? ]

[ 미워 죽겠어] [ 진짜 웃기다 ][ 조용히 해 ]

[ 좋아 죽겠어 ] [ 어디 가? ] [ 저리 가 ]

 [거짓말 하지마] [ 또 먹어? ] [밥 먹어 ]

[ 한 잔 하자][ 같이 가자 ][뭐 먹어? ]

[ 왜 그래 ] [ 약속이야 ]를 외웠다.

읽기, 쓰기도 같이 병행하면 더 잘 할 것 같은데

 전혀 공부할 자세를 갖추지 않아 걱정이지만

그래도 저렇게라도 한국어를 듣다보면

조금씩 귀에 익히게 되고 자연스레 새로운

 단어들을 습득할 것 같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다.

자기에게 맞는 외국어 습득방법이라하니

적극적으로 밀어줘야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새로운 단어와 표현력이 늘려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다행이다.

댓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