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은 김치가 먹고 싶었다고 한다

by 일본의 케이 2020. 6. 23.
728x90

온라인 예배를 마치고 우린 바로 운동을 나갔다.

비가 내릴듯 말듯 오묘한 날씨였지만

걷기운동은 해야하지 않겠냐는 내 말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깨달음도 따라나섰다.

마스크를 쓴 채로 열심히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몇 명 눈에 띄일뿐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지 않았고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숲길을 되돌아올 무렵쯤 깨달음이 오늘 

뭐할거냐고 묻는다.


[ 그냥 집에서 쉴거야,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

[ 아니. 우리 돈카스 먹으러 갈까? ]

[ 아니야,,지금 도쿄도 계속해서 감염자가 

 나오고 있잖아, 그니까 외식은

당분간 삼가하는 게 나을 것 같애 ]

[ 알았어..그럼,,오늘 뭐 먹을거야? ]

성급하기도 하다. 아침 먹은지가 불과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점심과 저녁 메뉴를 궁금해 한다.

뭘 해먹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김치를

담자고 했다.

6월에 한국에 가면 각종 김치류를 가져올 

요량이였지만 가지도 못하고 7월로 다시 예약하긴 

했어도 그 때도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생각에 그냥 김치름 담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김치담자는 말에 뭐가 신났는지 빨리 배추 사러 

가자며 내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배추를 사고 절이고 깨달음은

옆에서 솔선해서 도와줬다. 


[ 배추에 양념 넣는 거 내가 할게 ]

[ 아니야, 깨달음.,,그냥 내가 할게 ]

[ 아니야, 내가 하고 싶어. 나 잘해 ]

 말릴틈도 없이 장갑을 끼고 와일드하게

김치에 양념을 묻혔다.

[ 깨달음,,,벽에 튄다...]

[ 괜찮아,,원래 이렇게 묻히고 하는 거야 ]

[ ................................. ]


[ 봐 봐, 잘 하지? ]

[ 응 ]

 재밌다며 마지막 배추포기까지 말끔히 담아

 김치통에 넣으며 보쌈은 잘 되고

있냐고 물었다.

잘 익어가고 있고 보쌈과 함께 뭘 먹을 거냐고

물었더니 비빔밥이라고 했다.

비빔밥하고 보쌈하고 잘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지만

먹고 싶다니 준비를 했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연근 명란전도 함께

만들어 저녁상을 차렸다.


새우젓을 몇 마리 넣고, 김치양념과 마늘, 그리고 

김치를 한조각 올려 입안 가득 밀어넣는 깨달음..

엄지척을 한번 하고는 오물거리면서 손은

벌써 다음 쌈을 준비하고 있다.

막 담은 생김치에 보들보들한 보쌈을 한점 싸서

먹으니 참 맛있다.

한국에서 가져왔던 묵은지도 다 떨어지고 거의 

한달가량 김치류를 먹지 못했다.

[ 간이 딱 맞아서 진짜 맛있다 ]

[ 응, 오랜만에 먹어서 더 맛있는 것 같애 ] 

[ 당신 친구한테 좀 보내줄까? ]

[ 아니, 그냥 우리 다 먹자, 너무 맛있어 ]

[ ............................... ]

항상 새김치를 담으면 친구나 거래처에 보내는 게

먼저였는데 이번에는 주기 싫은 모양이다.


[ 왜? 몇 포기 나눠줘도 될 것 같은데 ]

[ 싫어,,내가 다 먹을 거야,,나 생김치 먹고

싶었단 말이야,,익으면 김치찌개도 해먹고

김치 볶은밥도 해먹을 거야 ]

먹고 싶다는 말을 한번쯤 했다면 진작에

 담아줬을텐데 이제서야 속내를 보이는 깨달음.

우린, 김치없이 못 사는 부부는 아니였다.

깨달음이 아무리 한국인 입맛을 가졌다해도

늘 밥상에 김치가 필요했던 게 아니였던 것도

 이유중에 하나였다.

김치를 떨어지면 겉절이나 무생채로 

부족함을 달랬었다.

또한 한국에 갈때면 파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갓김치,묵은김치까지 계절마다 종류별로 

맘껏 가져올 수 있어서도 정작 우리를

 위해 김치를 담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지금껏 일본인 친구들의 부탁이나

 선물용으로 김치를 많이 담았었다.

그런데 이젠 한국에 언제 갈지 모를 상황이 오니

온전히 우리 부부가 먹기위해 담은 것 같다.

해외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그리워지는 게

내 나라 음식인데 간만에 먹은 생김치에 

몸이 바로 기쁨으로 반응하는 걸 보니

나역시도 많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깨달음이 이렇게도 잘 먹고 좋아해주니

 깍두기, 오이김치도 좀 

담아야될 것 같다.

 김치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