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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을 변하게 만든 한국음식

by 일본의 케이 2017.12.16


배우 손강호를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영화는[ 택시 운전사]이다.

한국에서 상영되었던 시기, 일본 영화계에서도

영화의 내용 뿐만 아니라 주인공

송강호의 연기력과 그의 매력에 관한 기사가 

영화매거진에 자주 올랐다.  

그렇게 [ 택시 운전사]를 기다리던 깨달음이

 [밀정]이라는 영화가 상영되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가자고 했고, 난 이미 비행기 안에서 

봤지만 아무말 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영화가 끝나고 내내 말이 없던 깨달음이

게시판에 적힌 주인공들의 인터뷰를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 어땠어? ]

[ 역시,,송강호는 대단해.. 까불기도 잘하고 

울기도 잘하고,,대사 없이도 몸짓과 표정으로 

모든 걸 표현할 줄 아는 배우야,,,]

[ 영화 내용은 어땠어?]

[ 음,,,당신처럼 역시 한국 사람은 

끈질긴 데가 있다는 걸 다시 확인 했어..]

[ 칭찬이지?]

[ 응,,,한국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근성,

인내, 지혜, 그리고 동포애,,그런게 다른 

국민들에게서 찾아 보기 힘들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당신처럼,,,,]

[ 칭찬으로 들을게..]

[ 맞아, 칭찬이야,,나는 그런 곤조(根性)

안 가지고 있잖아,,어느 선에서 포기하는데

당신은 끝까지 목표 달성 할 때까지 하잖아,,

자,, 짜장면 먹으러 가자, 오늘은 짜장면 신이 

없었지만, 한국영화를 봤으니 한국 짜장을

먹으러 가야하지 않겠어? 

[ 지난번 한국에서 탕수육 먹었잖아]

[ 짬뽕은 안 먹었잖아,,]

[ .......................... ]


[ 뭐 먹어? ]

[ 탕수육, 짬뽕, 볶음밥 ]

[ 짜장 먹는다며? ]

[ 추우니까 얼큰한 짬뽕으로 먹을거야, 짜장은 

볶음밥 시키면 얹혀 나오니까 그거 먹으면 돼~ ]

저녁시간이 되고 손님들이 밀려오면서

탕수육을 기다리는 시간이 약간 길어졌다.

옆 테이블에는 짜장면들이 나오고 깨달음은

단무지를 계속 집어 먹었다.

[ 배 고파? ]

[ 응, 배 고파..저 옆에 짜장은 좀 다르네..]

[ 간짜장이야,,양념들을 따로 볶아서 더 고소해 ]

[다음엔 저거 한 번 먹어봐야겠어.]

[ 시킬까? ]

[ 아니, 오늘은 짬뽕이야, 추우니까~]

 탕수육이 나오자 내가 사진을 찍으려는데

 빨리 찍으라며 젓가락을 들고 재촉했다. 


[ 너무 맛있다~역시, 이 집 탕수육은 

내 입맛에 딱이야, 어설픈 한국 

중화요리집보다 여기가 훨씬 더 맛있는 것 같애..

내 입맛이 여기에 길들여졌나 봐,,

지난번 어머니 집에서 먹은 탕수육보다 

여기가 고기도 더 두껍고 맛있어..]

[ 알았어..]

[ 걸쭉한 소소랑 이 적당한 달달함이 식욕을 돋구게 해]

[ 많이 먹어...]


두 개쯤 먹고 있을 때, 따끈한 짬뽕도 나오고

뭘 먹어야할지 약간 헷갈린 깨달음이

자기 앞으로 그릇을 당겨서는 면을 먹기 시작했다.

[ 주방 바뀌었나? ]

[ 아니 그대로야 ]

[ 오늘 완전 맛있는데~~]

 고개를 돌려 주방쪽을 몇 번 기웃거리면서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 그렇게 맛있어? ]

[ 응, 해산물도 많아졌고, 국물이 끝내 줘 ]

한번 먹어보려는데 마침 볶음밥과 함께

짬뽕 국물이 나왔다.

[ 진짜 맛있다, 당신도 맛있지? ]

[ 응 ]

[ 오늘은 면도 더 쫄깃해~주방 식구 진짜

바뀐 거 아닐까?  ]

[ 아니야, 내 쪽에서 보면 보이는데 그대로야,,

저 면 뽑는 사람만 바뀐 것 같애..

머리 염색을 해서 헷갈리나..]

[ 그것 봐, 오늘은 면도 쫄깃쫄깃하다니깐 ]

[ 알았어..많이 먹어..]

내 볶음밥을 한 번 먹겠다는 말도 없이 

자기 것처럼 숟가락으로 짜장 소스를 푼다음

 볶은밥을 조심히 올린다. 

[ 굿~~~!!]

[ .......................... ]



그렇게 아주 잘 먹고 나오면서 

난 참지 못하고 물었다.

[ 당신, 짬뽕에 있는 새우 있잖아,,나한테 

한마리도 안 준 거 알아? ]

[ 내가 물어봤잖아? 먹을 거냐고? ]

[ 면을 안 먹는다는 소리였지..새우 한 마리 

먹으려고 봤더니 건더기 하나도 없던데?

새우 좋아하는 거 알면서,,,]

[ 오늘 새우는 입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탄력있고 맛있었어 ]

[ 그래서 안 줬어? ]

[ 음,,먹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 옛날에는 참,,나한테 먼저 먹으라며 권하고

따로 남겨놓고 그러더니 요즘은 좀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것 같애..]

[ 음,,이번에는 솔직히 깜빡했어..]

[ 원래 그런건 몸에 베인 습관처럼 하는 배려인데

그걸 깜빡했다는 것은,,아내보다 당신의 식욕이

 앞섰다는 거네..]

[ 응, 그랬는지 몰라, 너무 맛있었거든,,ㅎㅎ]

[ ....................... ]


별 거 아닌 것 처럼 웃고 넘어가는 

깨달음이 얄미웠다.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결혼생활인데

언젠가부터 깨달음이 특히 먹거리 앞에서

나를 먼저 챙기거나 나에게 음식을 양보하거나

그런 자상함 사라져 가고 있었다.

[ 당신,,진짜 좀 변했어..지난주에도 닭튀김 

당신이 거의 다 먹었잖아...] 

[ 그러고 보니 그랬네.그 때도 진짜 맛있긴 했지

이제부터는 당신 거랑 내 것을 따로 주문할까? ]

[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 알았어.근데 나도 요즘 늙었는지 맛있는 걸 보면

약간 이성을 잃은 가 봐..나 밖에 안 보여~]

자기밖에 안 보인다는 말을 하는 깨달음에게 

그 이상 묻지 않았다.


깨달음이 블로그를 보고 무슨 내용이냐고 묻는다.

[ 변해버린 당신 얘기야... ]

[ 무슨 얘기? ]

[ 점점 무관심해지는 듯한 남편의 모습을 

적는 거야, 자신이 조금 변했다고

 생각 안 들어? ]

[ 변한게 아니야,,솔직히 진짜 맛있었어. 한국보다 

훨씬 맛있었고, 추운데 국물도 뜨근뜨근해서

당신을 챙길 생각이 잠깐 안 들었던 거야,,,

그건 내 잘 못이 아니야, 너무 맛있게 만든 

그 집이 문제야~내가 오죽하면 남은 짬뽕 국물을

 싸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어....

그 정도로 맛있었어.. 근데, 당신,, 

송강호보다 더 끈질기다....

그냥 넘어가지,,꼭 그럴 블로그에 적어? ]

[ 응,,당신의 모든 행동을 다 적을 거야 ]

[ 역시,,송강호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야,,

끝까지 물고 늘어져,,,...]

 [ ........................... ]

아내를 잠시 잊게 할 만큼 한국음식에 빠져

 맛있게 먹은 건 고맙도, 예쁘고, 감사하지만

약간 변한 건 변했다. 

그게 아니라면 원래 깨달음이 나눠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 특유의 습관이

 결혼 7년만에 다시 나왔는지, 나이를 먹으며 

식욕이 넘쳐나면서 본능에 충실하기로 했는지 

이곳에서 자주 먹지 못하는 한국 중화요리 앞에서

 아무 생각이 안 났는지 

정확한 분석을 하긴 힘들지만 변했다.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무디어져가고 자신이 먼저가 되가는 게

부부로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익숙해져야하는데 

오늘 깨달음의 태도는 왠지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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