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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한국식 아침밥을 원하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7.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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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꼬박 7년동안, 깨달음은 내가 집을 

비우지 않는 이상 아침밥을 먹고 출근을 한다.

결혼초부터 그랬고 내가 치료중일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 새벽출장외에는 

아침을 꼭 집에서 그것도 꼭 한국스타일로

먹기를 원했다. 지난 일주일, 깨달음의 

아침 밥상은 대충 이렇다.

파김치, 우메보시, 멸치조림, 콩조림, 어묵볶음,

콩나물,된장국, 연어구이, 샐러드,

요구르트, 배즙.


파김치, 우메보시, 표고조림, 미역줄기, 곤약조림, 

콩, 쥐포조림, 조기구이, 북어국, 셀러드


파김치, 쥐포조림, 어묵조림, 표고버섯조림, 

우메보시, 참치조림, 콩나물국, 샐러드, 


명란젓, 콩조림, 멸치조림, 우메보시, 어묵볶음, 

애호박볶음, 정어리구이, 된장국, 샐러드, 


명란구이, 멸치조림, 미역줄기, 고구마줄기나물, 

곤약, 마늘장아찌, 다시마조림, 두부 된장국,

샐러드, 도시락 김. 


이렇게 도시락 김을 내놓으면 김치를

달라고 해서 파김치를 김 사이에

넣고 먹기도 한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먹는게

한국사람과 너무 똑같아서 놀란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깨달음에게 묻곤 한다.

[ 빵이나 샌드위치는 싫어? ]

[낮에 회사에서 간단하게 빵 먹으니까

아침은 밥이 좋아..]

[ 한국에서는 미숫가루를 마시고 가는 남편들이

많다던데 당신은 어때? ]

[ 아,그 노란색 가루? 난 별로 안 좋아해 

떡에 찍어 먹는 콩가루 같아서 싫어..]

[ 그럼,아침부터 파김치랑 마늘 먹는 것에

거부감은 없어? ]

[ 뭐가? 한국사람들은 아침에 김치 안 먹어? ]

[ 아니,,먹어..]

[근데,,마늘장아찌는 냄새가 좀 날 것 같아서]

[ 난 괜찮아, 관리하고 있으니까 ]

 


어느날은 [ 콩나물이 추워요]라고 했다.

춥다는 것은 차갑다는 뜻이였다.

[ 어머님 집에서는 나물이 따뜻한데 왜 당신이

만든 나물은 차가워? ]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으니까 차가운 거라

설명할 필요도 없이, 따끈한 나물이 

먹고싶다는 의사표현임을 알기에

되도록이면 막 무쳐서 따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나물 뿐만 아니라

부침류도 바로 부쳐서 뜨끈뜨끈하게 먹으려 한다.

같은 반찬이 3일 계속 되면 꼭 이렇게 묻는다.

[ 이 반찬 얼마나 남았어? ]라고..

그럼 그 반찬은 오롯이 내몫이 된다 먹었다. 

주말이면 누룽지를 끓이기도 하고

반찬을 하나 더 만들어 내놓기도 한다.

정어리구이, 참치조림, 죽순조림, 소세지볶음

숙주나물, 표고버섯조림, 참치샐러드, 

누룽지, 계란후라이.


계란말이, 깻잎김치, 마늘장아찌, 소세시볶음.

청어초조림, 곤약, 토마도, 두부, 유부 된장국,


 이런 주말은 자반김을 밥에 듬뿍 부어서 천천히, 

천천히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꼭 깻잎 김치를

김가루와 함께 올려서 먹는 걸 아주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결혼하고 2년간은 돌솥에 

아침밥을 지어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신혼이였고 돌솥밥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아침부터 정성을 다했는데 바빠지면서

돌솥이 아닌 압력밥솥으로 대처하고 있다.  

주말이라도 빵과 우유로 간단하게 먹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럼 한국 길거리 

샌드위치처럼 야채넣고 계란넣어 두툼하게

 해달라고 했었다.


어느날은 정말 귀찮아서 아침밥을 이렇게, 

그것도 한국식으로 먹으려고 하냐고 물으면 

 같은 답변을 한다.

[ 내가 어머님집이랑 처제 집에서 느낀게 있어.

아침 일찍부터 나를 위해 새 밥을 짓고,

 따끈한 국물을 끓이고 여러 나물들과 김치,

 그리고 생선구이까지 정말 어머님의 사랑과 정성, 

어떻게 보면 희생이잖아, 상대를 위해서,,,

그래서 난 아침상을 받으면 내가 사랑받고 있고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부터 

든든하고 가슴이 따뜻해져..반찬도 많고,

한국 밥상에는 사랑이 담겨있잖아,,]

[ ........................ ] 

언제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을 하는 깨달음에게

그냥 간단하게 먹으라고 강하게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아침밥상에서 받은 감동을

잊지 못해서인지 지금까지도 꼭 그렇게

아침밥을 먹고 싶어 한다. 

귀찮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언젠가부터 

이 아침상으로 깨달음이 활기차고 행복한 하루가 

시작된다면 기꺼이 차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차리고 있는 내가 있다.

 아침밥상이 갖는 의미가 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이지만 앞으로도 난 100% 한국식은

아니지만 한국 음식을 잘 먹어주는

남편을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차려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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